곧 결혼식이 중계 됩니다, 하객 여러분은 접속 해 주십시오

부산닷컴 기사퍼가기

거리 두기 속 결혼식장 가 보니

코로나19로 ‘사회적 거리 두기’가 길어지면서 비대면 결혼식이 확산한다. 지난 24일 부산 부산진구의 한 예식장에서 열린 결혼식. 변은샘 기자

지난 24일 오후 1시 20분 부산 부산진구 범천동의 한 예식장. 예식 시작 10분 전, 하객들이 휴대전화를 들여다보며 결혼식 생중계 영상을 보는 법을 공유 중이다. “어! 결혼식을 휴대폰으로도 볼 수 있네.” 이런 탄성이 군데군데에서 흘러나왔다. 곧이어 온라인으로 생중계되는 ‘비대면 결혼식’이 진행됐다. 직접 식장에 온 하객들도 휴대전화로 전달되는 영상을 함께 봤다. 식장에 들어갈 수 있는 인원이 제한됐기 때문이다. 예식장 직원도 하객을 좌석으로 안내하는 대신 결혼식 생중계 영상을 알려주느라 바빴다.

이날 부산은 사회적 거리 두기 2.5단계 상황이라 결혼식장 입장 인원은 50명 미만으로 제한됐다. 평소 같으면 사람들로 북적였을 축의금 접수대도 한산했다. 하지만 온라인은 북적북적했다. 신랑의 한 직장 동료는 “주말 일정이 있어 못 오는 다른 동료들은 지금 온라인으로 결혼식에 들어와 있다”고 말했다.

입장 인원 제한에 식장은 한산
생중계 영상으로 수백 명 참가
축의금·답례품도 주고받기 쉬워
비대면 결혼식 문화 확산 추세


생중계로 영상을 지켜본 하객은 382명. 현장 하객보다 7배 많은 이들이 온라인으로 함께한 셈이다. 사회적 거리 두기가 25일부터 2단계로 완화하면서 결혼식장 입장 제한 인원은 100명 미만으로 늘었다. 하지만 비대면 예식은 계속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이날 식장에 놓인 좌석은 총 72개로, 모두 일렬로 배치됐다. 테이블 사이는 거리 두기를 지켜 달라는 안내문도 붙어 있다. 주로 신랑, 신부 친인척들이 자리를 메웠다. 왁자지껄한 평소의 결혼식장에 비하면 절제된 분위기다. 이날 식장에서 마스크를 쓰지 않은 사람은 신랑과 신부뿐이었다. 신부가 ‘깜짝 프러포즈’를 하며 반지를 끼워 주자 신랑이 고개를 숙여 눈물을 훔쳤다. 평소 같으면 자세히 볼 수 없었겠지만 이날은 클로즈업한 생중계 영상에 고스란히 담겼다.

사회적 거리 두기로 이 같은 ‘비대면 결혼식’이 늘고 있다. 하객들이 참석 부담이 적고, 부조와 답례품 전달이 쉬워 인기다. 이날 결혼한 신랑 이성수(가명·32) 씨는 “결혼식은 축하받는 자리인데 코로나19로 인해 청첩장을 돌리는 것 자체가 미안했다”면서 “비대면 웨딩은 초대가 편하고 특히 부조를 받거나 답례품도 쉽게 전달할 수 있어서 아주 좋다”고 말했다. 이 씨는 “꼭 오프라인은 아니지만 이렇게 온라인으로 참석해 축하받아 좋고 부모님도 아주 만족스러워하셨다”고 덧붙였다.

비대면 결혼식은 부산에서 본격화할 기세다. 한국웨딩패션협동조합은 지난해 12월 중소벤처기업부 지원을 받아 비대면 웨딩 플랫폼인 ‘웨딩 라이브’를 만들었다. 조합은 부산 지역 웨딩홀, 스튜디오, 헤어·메이크업 등 결혼 관련 업체 200곳이 모인 단체다.

유튜브로 생중계만 전송하던 기존의 방식과 달리 개별 서버를 갖춰 생중계뿐 아니라 재방송도 볼 수 있다. 식중에도 신랑, 신부의 계좌를 확인할 수 있어 축의금을 전달하기에도 용이하다. 신상명세를 입력하면 답례품 신청도 가능하다. 현재까지 부산에서 10여 커플이 ‘웨딩 라이브’로 비대면 결혼식을 했다.

한국웨딩패션협동조합 유동학 이사는 “결혼 문화 변화와 코로나19로 인한 위기 속에서 전국 웨딩홀과 영상업체 등이 협업해서 소상공인과 상생을 위한 모델이 될 것”이라며 “편하게 청첩장을 전달할 수 있어 요즘 시대에 매우 적합한 서비스”라고 말했다. 그는 “중국, 베트남 등 해외 시장으로 영역을 확대해 새로운 결혼식 문화의 틀을 마련할 계획”이라고 덧붙였다.

김성현·변은샘 기자 kksh@busan.com


당신을 위한 AI 추천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