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영삼의 에브리싱 체인지] 지방대 입학생 절벽과 기울어진 운동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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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인재평생교육진흥원 원장

지역대학들의 근심이 깊다. 얼마 전 있었던 2021학년도 정시모집에서 대부분 지역대학들의 경쟁률이 3대 1 미만이었기 때문이다. 학생 개인이 3곳을 지원할 수 있으니 경쟁률이 3대 1 미만이라면, 사실상 미달인 셈이다. 서울지역 대학들이 5대 1 이상임을 감안할 때 패망감이 짙어질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이른바 ‘입학생 절벽’은 이미 예견되어 있었다. 돌이켜 보니 대학 수학능력 응시 인원이 89만 6000여 명이었던 2000학년도가 최고 기점이었다. 그러나 예측하였던 바와 같이 20여 년 만에 대학 입학 자원은 40여 만 명이나 감소해 버렸다. 2020학년도에 54만 8000여 명이던 응시생이 올해 2021학년도에는 49만 3400여 명까지 떨어졌다. 올해 전국 대학 입학정원이 55만 606명이니 어림잡아 5만 명이나 미달하는 극단 절벽이 된 것이다.

신입생 미달 사태 갈수록 심화 우려
납득할 만한 방식의 정부 개혁 절실
도시 최고의 인프라는 곧 지역 인재

문제는 앞으로도 이 경향은 더 심화하며, 특히 지방대학에만 부담이 가중된다는 것이다. 그만큼 비수도권은 쇠락의 길이 예고되어 있다. 대학교육연구소는 입학 자원 감소는 특히 지방대학에 직격탄을 주는데, 2024년부터 95% 이상의 신입생 충원율을 채우는 곳은 하나도 없게 되고, 3곳 중 1곳은 70% 이하, 10곳 중 1곳은 50%도 못 채울 것이라고 예측했다. 작년에 동부산대의 폐교를 지켜보았던 우리에겐 가슴 서늘한 일이 아닐 수 없다.

상황이 이렇게 되니 전국 지방대학들은 이미 심리적 공황 상태이다. 전문가들은 정부가 지방대학의 생존에 대해 방임하거나 ‘기울어진 운동장’을 좌시하면서 오히려 더욱 기울어지게 만들고 있다고 비판한다. 이 시대에는 고교 졸업생들이 수도권 대학으로 가고 싶어 하는 경향이 보편화되어 있어서 지방대학으로서는 입학생 채우기가 힘들게 되어 있는데, 올해 진행하는 대학기본역량진단에서 학생 충원율 배점을 20점이나 준다는 것이 그 이유다.

그런데 이에 대해 정부의 생각을 알기 어렵다. 모든 지방대학을 다 구제해야 한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강한 외부 충격이 필요한 곳도 없지 않다. 입학 자원 감퇴기인지라 구조조정도 해야 한다. 하지만 그 나름대로 고개를 끄떡이게 할 만한 방식의 개혁이 있으면 좋겠다.

무엇보다 그 방식이 정부의 철학에 부합해야 한다. 교육부 홈페이지 첫 면에는 ‘함께 성장하는 포용 사회’라는 문구가 있다. 사회적 가치와 연대를 중시하는 것은 코로나 시대에 탁월한 국정기조라 생각한다. IMF 때보다도 더 어려워진 많은 사람들이 나름의 회복 탄력성을 가지고 있는 것도 이 덕분이 아니겠는가. 그런데 국정지표 중에는 ‘고르게 발전하는 지역’이란 것도 있는데, 이러한 가치가 왜 유독 수도권과 대비된 지역(균형발전) 정책에는 없는지 의문이다.

대학교육연구소에 따르면 지방대학은 정부로부터 교육 및 연구 여건 개선을 위한 일반 지원액을 수도권 대학에 비하여 평균 2분의 1 수준을 받았다고 한다. 교육부가 아닌 여타 부처의 지원에서는 3분의 1 수준이라고 한다. 아마 시장경쟁 논리에 내버려 두었기 때문인 것 같다. 결국 지방대학의 입장에서 볼 때는 지방대학은 기울어진 운동장에서 시장경쟁 논리에 밀려서 대학 경영 지원액을 적게 받았는데, 급기야 구조조정 되는 사태에 이르게 되는 것이다. 이것은 공정성에 문제가 있다. 실효성이 약하다고 비판받아 온 지방대학육성법을 개정해서라도 운동장을 편평하게 만드는 조치가 필요하다.

지금 지방은 가뜩이나 산업 공동화로 인한 일자리 부족, 고령화로 인한 활력 감소에 시달리며 코로나 위기에 겨우 연명하고 있는데 대학까지 무너지면 ‘몰락 3종 세트’가 완비된다. 지방의 대학은 수도권의 그 흔한 배움의 장소나 대학과는 위상이 다르다. 학습 기회가 취약한 지방에서는 변화에 민첩하게 대응하도록 교육하는 몇 안 되는 곳일 뿐 아니라, 저성장 시대의 내생적 지역 발전을 위한 최소한의 혁신 체계의 중심지이다.

연전에 한국에 왔던 캐나다 토론토대의 리처드 플로리다 교수는 기술(Technology)·인재(Talent)·관용(Tolerance)의 3T가 창조도시를 이루는 핵심 요소라고 주장하면서 창조계급이 도시와 국가를 견인하는 것에 대해 설명했다. 과거 산업시대에는 기업이 있는 곳에 사람이 몰렸으나, 이제 지식기반 시대에는 사람이 풍부한 곳에 기업이 몰려든다고 했다. 이 시대 인재는 그 스스로 도시 최고의 인프라이며 생애 전반을 통해 학습하고 즐기는 자다. 지방대학에 다니는 젊은이들이 강한 자존감을 가지고서, 살고 있는 곳의 정체성에 대해 탐구하고, 사람들을 사랑하고 협력하고, 좋은 기업을 유인하거나 창업하는 도시를 만들 수 있도록 지원하는 정부를 갖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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