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위기의 지역 대학, 수도권 재정 몰아주기가 화근 아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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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가로 불리던 부산 해운대구 반송동 운봉로가 동부산대학의 폐교 이후 사람들의 발길이 끊기면서 적막강산이 되었다고 한다. 도시철도 역명에서조차 사라진 동부산대의 운명은 나머지 지역 대학들에게도 이제 남의 일이 아니게 되었다. 부산지역 15개 4년제 대학이 올해 정시 원서접수를 마감한 결과 평균 경쟁률이 3 대 1에 미치지 못해, 정원 미달의 마지노선이 깨지고 말았기 때문이다. 신입생 유치를 위해 이미 온갖 유인책을 사용한 지역 대학들은 “더 이상 할 수 있는 게 없다”면서 망연자실한 표정이어서 안타깝다. ‘벚꽃 피는 순서대로 망한다’는 불길한 예언이 점점 현실로 다가오고 있다.

교육비, 서울 사립대 비해 너무 열악
국가균형발전 위해서 지원 늘려야

서울을 비롯한 수도권 대학의 상황은 지역에 비하면 아직은 상당히 양호한 편으로 보인다. 정시에서 평균 경쟁률 3 대 1 미만으로 내려간 대학은 단 한 곳도 없었다. 어쩌면 지금과 같은 지역 대학의 몰락은 ‘인 서울 대학’ 선호와 동전의 양면이기에 당연한 현상인지도 모른다. 정부가 서울의 미친 집값을 잡기 위해 모든 대책을 동원하고 있지만 아직까지 별로 효과가 없는 것만 봐도 그렇다. 서울지역에는 대학이 35개나 자리 잡아 학생 50만 명, 교직원 4만 명에 달한다. 아무리 지어도 서울에 집이 부족한 이유 중에는 이들의 무시 못 할 주택 수요도 포함이 된다. 국가의 미래를 위해 일각에서 주장하는 ‘국공립대학 통합 네트워크’나 ‘서울 소재 전 대학의 외곽 이전’과 같은 혁명적인 발상이라도 내놔야 할 때가 아닌가.

정작 정부는 지역대학을 살리는 데 적극적인 의지를 보이지 않으면서 수도권 대학에는 재정을 몰아주고 있다니 답답한 노릇이다. 학생 1인당 교육비는 대학이 재학생을 위해 지출하는 장학금과 도서구입비 등을 말한다. 부산에서 교육비가 가장 높은 부산대가 서울대의 40% 수준이라고 한다. 지역거점국립대 교육비를 서울의 주요 사립대 수준으로 끌어올리는 게 목표라니 참담할 따름이다. 이대로 수도권 대학이 정부의 재정지원을 계속 독식하면 비수도권 대학의 연구기능은 축소되고, 결국 다수의 대학이 소멸할 수밖에 없다. 정부는 국가균형발전을 위해서라도 지역 대학에 대한 재정지원 규모를 대폭 확대해야 한다.

부산시도 지역 대학의 위기를 방치한 책임이 있다. 시는 2002년부터 지역대학의 역량을 강화하기 위해 시비로 ‘BB(Brain Busan)21플러스’ 사업을 해 오고 있지만 예산 규모가 작아 효과가 미미하다. 부산에는 4년제 대학이 15개, 전문대가 8개가 있다. 대학 구성원만 20만 명으로 부산의 웬만한 자치구 인구와 맞먹는다는 사실을 유념해야 한다. 학생이 줄어 대학의 수입이 줄면 동부산대학의 폐교에서 보듯이 대학 생태계가 파괴되고, 그 영향은 결국 지역의 위기로 연결된다. 부산시도 지역 대학의 위기 타개를 위해 더욱 적극적인 관심을 보여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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