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당 금액, 주식시장으로 간 듯

연초 사람들이 은행에서 돈을 무더기로 찾고 있다. 1월 한 달 간 5대 시중은행의 정기예·적금과 요구불예금이 16조 원 가량 빠져나갔다. 그 많던 돈들이 어디로 갔을까? 금융권에서는 16조 원 중 상당 금액이 주식시장으로 흘러들어갔을 것으로 봤다.

2일 은행권에 따르면, 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 등 5대 은행의 1월말 정기예금 잔액은 전월보다 5조 5156억 원이 줄어든 626조 8920억 원으로 집계됐다. 정기예금 잔액은 지난해 11월 이후 석달 연속 감소세다.

같은 기간 정기적금 잔액도 6722억 원 감소한 40조 6488억 원이었다. 한 달 새 정기예·적금만 6조 원 이상이 줄어든 셈이다.

여기에 언제라도 뺄 수 있는 요구불예금의 잔고도 10조 원 가까이 감소했다. 1월말 기준 5대 은행의 요구불예금 잔액은 637조 8555억 원. 전달 대비 9조 9840억 원이 줄어든 수치다. 요구불예금은 수시입출금 예금, 수시입출금식 저축성예금(MMDA) 등 예금자가 언제든 찾아 쓸 수 있는 예금으로, ‘대기 자금’ 성격이 강하다. 어딘가의 용처를 찾아 떠난 것이다.

이처럼 은행에서 돈을 찾는 사람이 늘고 있는 것은 초저금리 기조가 이어지면서 예금의 매력이 떨어진 점이 큰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또한 최근 은행을 빠져나간 돈의 상당 부분이 부동산이 아니라 증시로 이동했을 것으로 보는 시각이 많다.

마찬가지로 최근의 가계대출 역시 다시 증가폭이 확대되고 있지만, 정작 주택담보대출의 증가폭은 되레 줄어들고 있다. 이 또한 대출자금 등 시중 자금이 부동산보다 증시로 더 많이 쏠렸을 것이라는 해석을 뒷받침해준다.

5대 시중은행의 1월 말 기준 전체 가계대출 잔액은 674조 3738억 원으로, 전달(670조 1539억 원)에 비해 4조 2199억 원 늘었다. 가계대출은 지난 연말 금융당국의 대출 규제 강화 노력에 따라 그 증가폭이 작년 11월 9조 4195억 원에서 12월 3조 1823억 원으로 크게 축소됐지만, 연초 들어 다시 증가폭이 확대되고 있다.

가계대출 중 신용대출 잔액은 5대 시중은행 기준 1월 말 135조 2400억 원으로 집계됐다. 한 달 새 1조 5918억 원이 늘어났다. 이 또한 작년 12월 잔액이 소폭(443억 원) 줄어들었지만, 1월에 다시 증가로 돌아섰다. 반면 대표적 가계대출이라 할 수 있는 주택담보대출 잔액은 1월 말 476조 3679억 원으로, 전월 대비 1조 5918억 원이 늘었다. 그러나 증가폭은 지난해 11월(4조 1354억 원 증가), 12월(3조 3611억 원 증가)에 비해 눈에 띄게 줄어들고 있다. 김종열 기자 bell1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