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3년 야구 마무리 앞둔 ‘송삼봉’ “우승하면 그라운드 뛰어들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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롯데 플레잉코치 송승준

롯데 자이언츠의 투수 송승준이 올해 시즌 중 은퇴를 앞두고 우승에 대한 아쉬움을 토로했다. 송승준이 스프링캠프가 차려진 사직야구장에서 훈련을 하는 모습. 윤민호 프리랜서 yunmino@

프로야구 롯데 자이언츠의 최고참 투수 송승준에게 2021시즌 스프링캠프의 하루하루는 소중하다. 사직야구장을 뛰고 있으면 프로선수로 뛴 22년이 파노라마처럼 떠오른다. KBO리그 최고령 선수인 그는 올해 플레잉코치로 뛰다 적당한 시점에 은퇴할 예정이다.

4일 롯데 자이언츠의 스프링캠프에서 만난 송승준은 “마지막이라고 생각하니 매일 기분이 다르다. 마치 카운트다운 같다”며 “33년 야구선수 생활을 마무리하니 아쉬움도 크고, 시원섭섭하다”고 소회를 밝혔다.

2007년 해외파 특별지명 입단
‘3경기 연속 완봉승’ 대기록도
올 시즌 선수·지도자 수업 겸해
“KBO 최고참 은퇴 꿈 이뤄
우승 못 만든 게 최대 아쉬움”
후배들에 ‘멘탈 관리’ 당부

부산 경남고를 졸업한 송승준은 1999년 보스턴 레드삭스와 계약하고 미국으로 건너갔다. 마이너리그에서 MVP에 오르고 8년간 56승을 거두는 등 빅리그 승격을 기대했지만 아쉽게 뜻을 이루지 못했다.

2007년 해외진출선수 특별지명으로 KBO리그로 유턴한 송승준은 14시즌 동안 줄곧 롯데 자이언츠에서만 선수생활을 이어갔다. 2008년부터 4년 연속 두 자릿수 승수를 쌓으며 전성기를 누렸다. 국가대표팀의 일원으로 2008년 베이징 올림픽 금메달 획득에도 힘을 보탰다.

특히 2009년엔 3경기 연속 완봉승이라는 대기록으로 ‘송삼봉’이란 별명을 얻었다. 이후 2017년에 다시 11승으로 롯데의 마지막 가을 야구를 견인했다.

송승준은 여느 해와 다름없이 몸 만들기에 집중하고 있지만, 올해는 사직야구장과 김해 상동 2군 훈련장을 오가며 지도자 수업을 겸한다. 그는 “선수를 하면서 후배들을 가르쳐야 하니 마운드에서 부담감이 생긴다”며 “공을 못 던지면 선수들 앞에서 어떻게 가르치나 고민한다”고 웃어보였다.

송승준은 비록 전성기에 비해 기량은 떨어졌지만 ‘뚝심’을 갖고 주어진 자리에서 최선을 다한다는 각오를 내비쳤다. 그는 “나의 신체 나이는 차로 비유하면 15만㎞를 달린 셈”이라며 “전성기처럼 강속구를 계속 던지기 어려워도 카운트 싸움으로 대결할 것”이라고 말했다.

과거와 같은 화려한 스포트라이트는 없지만 최고참으로 마운드에 서는 것 자체로 그는 행복하다. 송승준은 “얼마 전 박찬호 선배가 연봉 5000만 원보다 훨씬 값진 공을 던진다고 격려했다”며 “나는 연봉이 자존심인 시기는 지났다. 인생 마지막 피칭이라 소중하다”고 말했다.

이어 “데뷔 때 송진우, 이종범 선배처럼 훗날 KBO 최고참으로 은퇴하고 싶다고 생각했는데 그 꿈을 이뤘다. 나에게 훈장과 같다”고 강조했다.

영예롭게 프로 생활의 마지막을 준비하고 있지만, 롯데의 우승을 만들지 못한 것은 가장 큰 아쉬움이다. 그는 “15년 차 거짓말쟁이가 됐다. 무엇보다 팬들에게 가장 죄송하다”며 “항상 팀의 한국시리즈 7차전을 상상했지만 현실이 되지 못했다”고 말했다.

그는 “올해 롯데가 우승을 하더라도, 나는 시즌 중반에 은퇴하면 그 자리에 서지 못할 것”이라며 “우승 순간 관중석에 꼭 있겠다. 그물망을 넘어 그라운드로 뛰어들어갈지도 모른다”고 호탕하게 웃었다.

한편 정규 리그에서 펄펄 날다가도 유독 가을 야구 무대에서 작아졌던 송승준은 시즌을 앞둔 후배들에게 ‘멘탈 관리’도 당부했다. 그는 “내가 실력으로 물려줄 건 없다. 항상 긍정적인 생각을 가졌으면 좋겠다”며 “과할 정도로 긍정적이어야 한다. 그래야 힘든 순간을 이겨낼 수 있다”고 말했다.

송승준은 “내가 못 던져서 팀이 가을 야구에서 실패할 때 땅밑으로 꺼지고 싶을 정도로 힘들었다”며 “동료들 앞에서 당당한척 했지만 집에 가서 불 꺼 놓고 우울증 걸린 사람처럼 있었다. 긍정이 습관이 돼야 극복할 수 있다”고 회상했다.

박지훈 기자 lionking@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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