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토부 ‘가덕신공항’ 어깃장에도 헛도는 ‘靑 정무기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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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창흠 국토교통부 장관이 지난 3일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전체회의에 참석해 질의를 듣고 있다. 김종호 기자 kimjh@

국무총리실 김해신공항 검증위원회는 지난해 9월 ‘김해신공항 인근의 장애물을 절취하지 않고 공항을 설계하는 것이 국토교통부의 재량행위로 볼 수 있느냐’는 내용으로 법제처에 법리판단을 의뢰했다. 이에 법제처는 “지방자치단체(부산시)와 협의해야 한다”는 취지의 결론을 내렸고 이러한 유권해석 결과는 같은 해 11월 ‘김해신공항 백지화’ 결론이 도출되는 주요한 근거로 작용했다.

그런데 국토부가 이러한 검증위원회의 보고서에 대해 ‘해석상의 어려움이 있다’면서 또다시 법제처에 유권해석을 요청했다.

김해신공항 백지화 이끈 검증위 보고서
국토부, 작년 12월 또 유권해석 요청

특별법 추진 민주당 당론과 엇박자
청와대 부산라인들도 ‘수수방관’
지역 정치권 “후속대책 급한데…” 비판

변창흠 국토부 장관은 지난 3일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전체 회의에 참석해 “김해신공항에 대한 검증위의 보고서에 대해 해석 상의 어려움이 있어서 지난해 12월 9일 법제처에 유권해석을 요청했다”고 밝혔다.

문재인 대통령의 공약을 이행하기 위해 집권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이 ‘가덕도 신공항 특별법’을 당론으로 추진하고 있는데 항공정책 주무부처인 국토부는 기존 계획에 문제가 없는지 좀 더 살펴보겠다면서 ‘딴소리’를 하고 있는 것이다.

총리실 산하 검증위는 국토부의 김해신공항 계획을, 국토부는 검증위의 보고서를 각각 법제처에 유권해석을 의뢰하는 코미디 같은 일이 벌어지고 있다. 정부 기관들 사이의 이 같은 ‘핑퐁식’ 유권해석 의뢰를 놓고 당·정·청의 엇박자가 위험수위를 넘어섰다는 지적이 잇따른다.

지역 정치권에서는 청와대와 여당, 정부가 신공항 정책을 놓고 일관된 목소리를 내지 못한 채 제각각 행보를 하는 데 대해 비판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부산 민주당의 한 인사는 “신공항 문제에서 여당은 특별법을 처리하는 데 사활을 걸고 있는데, 정부는 백지화된 김해신공항에 대한 ‘뒷정리’도 제대로 안 하고 있다”고 쏘아부쳤다.

특히 4월 부산시장 보궐선거를 앞두고 청와대 핵심요직에 포진한 부산 인사들이 신공항 문제 해결에 적극적으로 나서지 않고 수수방관하고 있는 데 대한 불만도 커지고 있다.

올해 초 취임한 유영민 대통령 비서실장과 배재정 정무비서관 등 부산 출신 청와대 핵심인사들이 가덕신공항에 대한 지역 여론을 취합해 정부의 정책방향을 조율해야 하는데도 별다른 목소리를 내지 못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문 대통령의 대선 공약을 추진하기 위해선 국토부가 ‘김해신공항 백지화’에 따른 후속대책을 하루빨리 내놓아야 하는데 청와대의 정무기능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고 있는 것이다.

대통령을 지근거리에서 보좌하는 최고위 참모들은 물론 신공항 문제를 다루는 국토교통 분야의 핵심참모인 하동수 청와대 국토교통비서관도 부산 출신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청와대 부산라인들의 정무·정책 역량이 또다시 도마 위에 오를 수밖에 없다.

이 같은 당·정·청의 엇박자에 대해 부산시장 보선에 뛰어든 야당의 예비후보들은 ‘정부는 김해신공항 백지화 여부에 대해 분명한 입장을 내놓으라’고 공세 수위를 높였다.

박형준 국민의힘 예비후보는 “정부가 분명하게 김해신공항 백지화를 선언해 줘야 나중에 문제가 안 된다”면서 “특별법 통과 이전에 정부·여당이 선행적으로 김해신공항 문제를 처리할 수 있을지 의문”이라고 말했다. 그는 “김해신공항을 확실히 정리해야 가덕신공항으로 쉽게 갈 수 있는데 이처럼 어정쩡한 상황에서 특별법으로 가덕신공항을 추진하면 화근이 될 소지가 없지 않다”고 덧붙였다.

반면 김영춘 민주당 예비후보는 “국토부의 기존 입장은 ‘김해신공항’이다. 아직 특별법도 통과되지 않았는데 그걸 바꿀 수는 없지 않겠느냐”면서 “국토부 나름대로 기존의 결정을 뒤집을 수 있는 ‘알리바이’를 만드는 것 아니겠느냐”고 애써 감싸는 모습을 보였다.

박석호·이은철 기자 psh21@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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