폐사·소비 부진·물렁증… 제철 맞은 멍게 양식업계 ‘삼중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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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멍게 최대 산지인 통영 한 물양장에서 어민들이 출하할 햇멍게를 분류하고 있다.

“공급이 달리면 가격이라도 괜찮아야 하는데 그렇지도 않고, ‘물렁증’까지 비치니 죽을 맛입니다.”

설 명절 뒷날인 13일 오전 경남 통영시 평림동 소포마을 앞 물양장. 뗏목과 물양장을 연결한 컨베이어벨트를 타고 오가는 상자에 수북한 선홍빛 열매. ‘바다의 꽃’으로 불리는 멍게(우렁쉥이)다. 바닥에 펼쳐 바닷물로 한번 씻어내니 울긋불긋한 특유의 빛과 향이 살아난다. 2번의 겨울을 맞으며 애지중지 키워 낸 최상품이다.

작년 여름 빈산소수괴로 떼죽음
회식·외식 사라지며 가격 하락
최근 육질 녹는 현상까지 발생

그런데 이를 못내 아쉬운 표정으로 바라보는 한 사람. 어장주 하춘도 씨다. 하 씨는 “오늘이 이달 마지막 작업이다. 작년 여름 떼죽음 피해가 커 출하할 물량이 더는 없다”면서 한숨을 내쉬었다.

제철 맞은 경남 남해안 멍게 양식업계가 울상이다. 지난해 여름 유례없는 빈산소수괴(산소 부족 물 덩어리)로 인한 따른 생산 차질에, 코로나19 여파로 소비마저 얼어붙었다. 그나마 남은 멍게는 헐값에 팔리면서 어민들 시름이 깊어지고 있다.

국내 최대 멍게 양식 어민단체인 통영 멍게수협(조합장 정두한)에 따르면 이달 초 통영과 거제를 중심으로 2021년산 햇멍게 출하가 시작됐다. 작년 여름, 경남지역 해상 양식장은 이례적인 빈산소수괴로 몸살을 앓았다. 진해만 일대 양식장(2229ha)의 절반이 넘는 1225ha에서 떼죽음 피해가 발생했다. 멍게수협 관계자는 “남해안 멍게양식장 250여 ha 중 절반 이상이 피해를 당했다”며 “당시 올해 출하를 앞둔 2년산에다, 씨앗을 받을 어미 그리고 내후년 출하할 어린 멍게까지 폐사해 내년까지 후유증이 이어질 수 있다”고 우려했다.

상황이 이런데도 가격은 오히려 뒷걸음질이다. 껍질을 제거하지 않은 활 멍게 상태로 50㎏들이 1상자 평균 15만 원으로 평소 이맘때 18만 원보다 20%나 떨어졌다. 멍게 주 소비처는 횟집이다. 주로 생선회에 곁들임 요리로 제공되기 때문이다. 하지만 코로나19 장기화로 회식이나 외식이 사라지면서 덩달아 멍게 소비도 급감했다.

유통량 감소는 쉽게 확인된다. 남해안 멍게 주산지인 통영·거제를 오가며 중간 유통상 역할을 하는 물차는 50여 대. 과거 하루가 멀다하고 작업장을 찾던 물차들이 올해는 짧게는 3~4일, 길게는 1주일 간격으로 뜸해졌다.

여기에 일부 양식장에선 ‘물렁증’ 조짐까지 보인다. 멍게 물렁증은 껍질이 얇아지다 육질까지 녹아내리는 현상으로 아직 명확한 발병 원인이 규명되지 않아 업계에선 ‘불치병’으로 분류한다. 멍게수협 정두한 조합장은 “일단 물렁증이 들면 다년산은 대부분 흔적도 없이 사라진다”면서 “현재로선 가격 지지가 쉽지 않아 제값을 못 받아도 사 가는 곳이 있다면 내줄 수밖에 없다”고 한숨을 내쉬었다.

글·사진=김민진 기자 mjkim@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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