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밀물썰물] 말로 하는 SN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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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 연휴 내내 자정이 넘도록 사이버 공간을 쏘다녔다. ‘이런 신세계가 있나’ 싶었다. 하필이면 연휴 직전에 지인의 ‘초대장’을 받고 가입했고, 다음 날 일정에 쫓기는 부담도 없어서 속속 열렸다 사라지는 신기루 같은 방들을 들락날락했다. 그러다 마음에 드는 주제나 사람을 만나면 그 방이 닫힐 때까지 머물렀다. 그 방들은 대화가 끝나면 모두 사라져 내용도, 기록도 남지 않았다. 미국 스타트업 ‘알파 익스플로레이션’이 지난해 4월 출시했고, 최근 국내서도 연일 화제를 몰고 다니는 오디오(음성) 기반의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클럽하우스(Clubhouse)’ 이야기다.

시사·경제·예술·취미·예능 등 다루는 주제도 다양하다. ‘클럽하우스 커뮤니티’ 같은 실용적인 방이 있는가 하면, ‘카카오 김범수 의장님의 5조 원이 있다면… 우리는 한국의 교육이나 일자리 문제를 해결할 수 있을까요?’처럼 사회문제 해결을 고민하는 방도 눈에 띄었다. 미국 뉴욕증시 상장 소식이 알려진 쿠팡 투자 토크 방엔 수백 명이 모였다. ‘열심히 살아가고 있는 청춘을 응원하는 방’에선 방송인 김제동 씨를 만났고, ‘질문과 해결’이 뭐지 싶어서 들어간 방에선 가수 적재가 모더레이터여서 끝까지 자리를 뜨지 못했다. 클럽하우스가 가진 매력인 즉흥성과 희소성, 현장성이 확 다가왔다.

물론 클럽하우스에 가입하려면 ‘아이폰’ 사용자여야 하고, 먼저 가입한 회원이 보내 주는 ‘초대장’이 있어야 하며, ‘영어’ 사용 방이 많아 폐쇄적일 수밖에 없다. 하지만 이러한 폐쇄성이 클럽하우스 마케팅의 또 다른 핵심 포인트가 되고 있으니 아이러니하다. 클럽하우스를 이용하지 못하면 어딘가 모르게 시대에 뒤떨어진 사람이라는 소외감을 느끼게 해 어떻게든 그 안으로 들어오게끔 하는 전략, ‘포모(FOMO·Fear of Missing Out)’ 마케팅 말이다. 오죽하면 당근마켓이나 번개장터 같은 중고 거래 플랫폼에서 클럽하우스 초대장이 버젓이 현금 거래되는 상황까지 빚어졌다.

또 하나의 새로운 플랫폼이 생겨난 것에 불과할 수 있다. 운용 원칙은 ‘쌍방향 소통’이지만, 남들이 하는 말을 그저 듣기만 한다면 ‘팟캐스트’나 ‘유튜브’와 다를 바 없어서다. 그런데도 ‘말로 하는 SNS’가 묘하게 매력적이다. 코로나19가 불러온 비대면 사회환경이 우리 사회를 급격하게 변화시킨 것처럼 오디오 콘텐츠의 미래도 무궁무진하기 때문이다. 확장된 소통이 새로운 공론장으로 커 나갈 수 있을지, 스쳐 가는 SNS 바람이 될지는 좀 더 지켜볼 일이다. 김은영 논설위원 key6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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