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달식의 공간 읽기] 에필로그

부산닷컴 기사퍼가기

모여가 주택을 설계한 라움건축의 ‘라움’은 독일어로 ‘공간’이란 의미다. 이번 시리즈의 제목이 공간 읽기인데, 시리즈 시작을 공교롭게도 라움건축이 열었다. 모여가의 외관 건물색은 건물 설계자인 오신욱 건축사가 좋아하는 흰색이다. 모여가 외벽의 흰색이 마치 삶의 여백처럼 느껴지는 것은 무슨 이유일까. 비튼 건물은 가지런히 바로 잡힌 기존 건축물과 분명 다른 기운을 느낀다. 단정하다거나 질서 정연한 것과는 다르다. 좋은 의미에서는 기존 질서에 대한 거부, 역동성의 느낌으로 다가온다. 얼핏 까칠하게 보이는 오 건축사의 분위기 만큼이나 닮아 보인다. 그의 또 다른 작품 기장 일광 카페 ‘투썸플레이스’의 1층과 2층도 건물이 서로 어긋나 있다. 한데 그 어긋남이 마치 새가 바다를 향해 긴 날개를 펼치고 비상하는 듯한 그런 역동성을 느끼게 한다.

우리 주변의 수많은 공간은 갈수록 자본의 수단이 되어가고 있다. 모여가도 여기에서 벗어난다고 말할 순 없다. 하지만 자신 있게 말할 수 있는 게 하나 있다. 우리가 잊고 지내는 생명의 공간, 활력의 공간임은 분명하다. 이곳에선 바라봄, 감촉, 대화, 움직임, (아이들의) 소리 같은 단어들이 되살아난다. 문득 궁금해졌다. 10년 후, 모여가는 어떻게 변해 있을까.


당신을 위한 AI 추천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