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각 질주’ 포르쉐 운전자, 동승자 만류에도 ‘가속 페달’

부산닷컴 기사퍼가기

해운대 ‘광란의 질주’ 선고

지난해 부산 해운대에서 7중 추돌 사고를 낸 포르쉐 운전자가 영장 심사를 받은 뒤 나오는 모습. 부산일보 DB

지난해 부산 해운대구 도심 한가운데서 발생한 '환각 포르쉐' 사고의 전모가 재판을 통해 드러났다. 40대 가해자와 동승자는 교차로 돌진하기 직전 차 안에서 마약을 흡입한 것으로 밝혀졌다. 이들은 운전하기 전 '환각 효과가 강하다'는 대화를 나누기도 했다.

16일 오후 부산지법 동부지원 304호 법정 피고인석에 구치소 수의를 입은 남성과 평상복을 입은 남성이 나란히 앉았다. 1심 선고를 앞둔 이들 남성은 긴장한 듯 허리를 곧게 편 채 정면을 바라봤다. 재판부가 범행 사실이 유죄로 판단된다는 취지의 판결 이유를 설명하자 이들은 고개를 조금씩 숙였다.

특가법 위반 등 1심 재판부
“사고 발생 가능성 알고도 운전”
운전자 징역 5년·차량몰수 조치
“심신장애” 변호인 주장 인용 안 해

지난해 9월 부산 해운대구 중동교차로를 마약에 취한 상태로 포르쉐 차량을 운전해 6명의 부상자를 낸 ‘해운대 포르쉐’ 가해 남성 2명이 1심에서 징역형을 선고받았다. 부산지법 동부지원 형사1부(염경호 부장판사)는 당시 차량 운전대를 잡은 A 씨는 징역 5년, 조수석에 앉았던 B 씨는 징역 3년, 집행유예 5년을 각각 선고했다. 포르쉐 차량도 몰수했다. A 씨와 B 씨는 지난해 10월 특정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위반(도주치상·위험운전치상)과 마약류관리에 관한 법률 위반 등의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판결문에 따르면 지난해 9월 14일 오후 5시 40분께 A 씨는 부산 해운대구 중동 한 아파트 단지 옆 골목길에서 자신의 포르쉐 카이엔 차량에 B 씨를 태웠다. B 씨는 A 씨의 요청으로 미리 준비한 합성대마를 건넸다. B 씨는 “형님. 억수로 세거든예. 이건 진짜 틀립니다”라며 A 씨에게 마약을 건넸고, A 씨는 마약을 흡입했다.

몇 분 지나지 않아 A 씨에게서는 환각 증세가 나타났고, A 씨는 “세다”는 말을 세 번 내뱉은 뒤 차량을 운전하기 시작했다. B 씨는 A 씨가 환각 상태라는 것을 알고도 A 씨를 통제하지 않고 “교차로로 가자”고 말했다.

마약에 취한 A 씨는 정차 중이던 아우디 차량 운전석을 들이박았다. B 씨는 차를 세워야 한다고 말했지만, A 씨는 이에 아랑곳없이 곧장 차량을 중동 지하차도 쪽으로 몰았다. A 씨는 지하차도에서 앞서가던 포드 승용차 뒷범퍼를 들이박았다. 순식간에 시속 100㎞에 이른 A 씨의 차량은 중동역 교차로에 이르러 오토바이와 그랜저 승용차, 버스, 승합차를 들이박은 뒤에야 ‘광란의 질주’를 멈췄다. 당시 차량 운전자와 동승자 등 7명이 등뼈·쇄골이 골절되는 등 전치 2주~12주의 부상을 입었다.

염 부장판사는 “환각 증세가 나타났음에도 운전을 멈추지 않고, 충돌사고를 낸 것을 고려할 때 A 씨는 환각 상태로 인한 교통사고 발생 가능성을 미리 알고서도, 스스로 환각 상태에 빠져 운전했다고 볼 상당성이 있다”고 밝혔다. 염 부장판사는 A 씨와 A 씨의 변호인이 주장한 심신장애 상태에 대해서도 “A 씨의 자의에 의한 것”이라며 받아들이지 않았다.

이날 염 부장판사는 반파된 포르쉐 카이엔 차량도 몰수 조치했다. ‘범행도구’로 사용된 차량을 더 이상 사용하지 못하게 하고, 추가 범죄를 막기 위한 조치로 풀이된다. 차량 몰수는 대개 징역형의 음주운전 가해차량에 내려지는 처분이다. 해당 차량은 몰수 전까지 이 씨 소유였다. 부산 지역 한 현직 판사는 음주운전으로 재판에 넘겨진 피고인들은 차량 매각 증명서를 제출하며 선처를 호소하기도 한다”고 몰수 경위를 설명했다.

김한수 기자 hangang@busan.com


당신을 위한 AI 추천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