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명 없고 보행자 시야 막고, '애물단지' 사직야구장 조형물

탁경륜 기자 takk@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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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직야구장 인근에 설치된 '봉지' 조형물이 보행자의 시야를 가리고 있다. 탁경륜 기자 사직야구장 인근에 설치된 '봉지' 조형물이 보행자의 시야를 가리고 있다. 탁경륜 기자

"이게 사직야구장 명물 '봉다리' 라고예?"

부산 동래구가 야구 관람 이외 관광 콘텐츠 개발을 위해 사직야구장 일대 조성한 5억 원 짜리 거대 조형물이 시민들의 외면을 받고 있다. 사직 야구장 명물인 응원도구 '봉지'를 형상화 한 조형물이 형태를 알 수 없게 만들어진 데다가 심지어 시야를 가려 주변 상권에 방해를 준다는 비난이 나온다.

동래구는 지난해 10월 총 사업비 18억 원을 들여 '사직야구장 테마 거리 조성 사업' 공사를 완료했다. 이는 2019년 부산시가 16개 구·군에 공모 절차를 거쳐 선정한 ‘도심 보행길 조성 사업’ 이다. 동래구는 같은 해 2월부터 사직야구장 일대 8298㎡ 에 야구 테마 거리 조성 공사를 진행했다. 사업 내용에는 △노후 보행로 정비 △관광 안내표지판 설치 △야구 관련 조형 시설물 11개소 설치 △주민 및 관광객을 위한 광장(쉼터) 조성 등이 포함됐다.

조성 사업 중 가장 눈에 띄는 것은 야구 응원 도구로 쓰던 '봉지' 조형물이다. 하지만 이를 현장에서 실제로 봉지로 인식하는 사람은 드물었다. 행인 중에 이 조형물을 붉은색 돌이나 철 조각상으로 오해하기도 했다. 동래구 온천동에 거주하는 권준혁(56) 씨는 "처음 보는 사람은 조형물이 봉지를 형상화한 것이라는 보기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사직야구장의 명물로 기억 속에 남은 '봉지' 조형물 등 조형물 11개소 조성에만 5억 2000만 원이 들었지만 정작 상권 활성화나 시민 관심 끌기라는 애초 목적을 달성하기 어렵게 된 것이다. 환경 문제로 지난해부터 응원 도구로 봉지를 사용하는 것이 중단됐다.

또 인근 일부 상인과 주민은 봉지 조형물이 시야를 가려 되레 방해가 된다고 구청에 민원을 넣기도 했다. 사직운동장 버스정류장 앞에 설치된 봉지 조형물이 횡단보도를 건너려는 보행자의 시야를 가려 통행을 방해한다는 이유다. 봉지 조형물은 가로 8.4m, 높이 3.8m에 달한다. 인근에서 편의점을 운영하는 최치민 씨는 "동네 주민들 대부분이 반대하는 정체불명의 봉지 조형물을 굳이 도로에 설치해 통행을 방해하는 이유를 모르겠다"고 분통을 터뜨렸다. 사직야구장 맞은편에서 분식집을 운영하는 홍점옥 씨는 "조형물이 없었을 때는 시야가 탁 트여 보기도 좋았지만, 조형물이 생긴 이후 야구장 쪽을 바라볼 수가 없어 답답하다"고 말했다. 또 "기념사진을 찍으러 오는 사람은 거의 없고, 종종 아이들이 조형물에 올라가거나 하는 모습이 보여 안전사고가 우려된다"고 말했다.


지난해 사직야구장 인근에 설치된 '마' 조형물이 보행자의 시야를 가리거나 안전사고의 위험성이 있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탁경륜 기자 지난해 사직야구장 인근에 설치된 '마' 조형물이 보행자의 시야를 가리거나 안전사고의 위험성이 있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탁경륜 기자

봉지 조형물뿐만 아니라 '마'라고 적힌 거대 조형물 역시 주민들의 외면을 받고 있다. '마'는 롯데 자이언츠 팬들이 상대편 견제구에 대한 야유를 보낼 때 쓰는 일종의 응원 멘트다. 부산 야구하면 떠오르는 대표적 응원 멘트이지만 '마'라는 단어가 무엇을 뜻하는지에 대한 설명도 찾아볼 수 없다. 이런 거대 조형물 관련 문제는 동래구의회에서도 지적됐다. 지난해 11월 열린 동래구의회 '사회도시위원회행정사무감사'에서 류숙현 구의원은 "야구 거리 내 설치된 거대 조형물로 인해 민원이 많이 들어온다"며 "위치나 모양에 대한 변경 논의가 없으면 조형물이 흉물로 변질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구청 측은 주기적인 모니터링과 함께 조형물에 대한 이해를 높이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는 입장”이라며 “봉지 조형물 바닥에 의미를 설명하는 안내판을 설치하는 등의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고 밝혔다. 동래구청 건설과 서종렬 과장은 "설치된 조형물들은 경관심의위원회를 통과한 것"이라며 "처음에는 관련 민원이 자주 들어왔지만, 요즘에는 줄어들고 있는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탁경륜 기자 takk@busan.com


탁경륜 기자 takk@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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