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영미의 문화본색] 나는 구독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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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부 기자

구독자임을 고백한다. 신문기자인 만큼 각종 신문부터 취재와 관련한 전문지 구독은 물론이고, 요즘에는 OTT(온라인 동영상 서비스) 구독에 빠져 있다. 빠져 있다는 표현을 쓴 이유는 현재 총 3개의 OTT를 구독하고 있는데, 하나 더 구독할지 말지 고민의 늪에 빠져있기 때문이다.

OTT 산업이 커지고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각 OTT마다 서로 다른 매력적인 콘텐츠를 내놓으니 구독하고 싶은 OTT는 자꾸 늘어난다. 올해 안에 디즈니플러스와 애플티비플러스가 국내 서비스를 시작한다고 하니 앞으로 더 고민이 커질지도 모르겠다. 이런 상황은 소비자로서는 행복한 고민이고, 산업적 측면에서 보면 ‘반반’이다.

아이지에이웍스 모바일인덱스에 따르면 지난해 12월 기준으로 국내 1위 OTT 넷플릭스의 구독자(900만 명 돌파)는 2위 웨이브 구독자(413만 명)의 2배에 달했다. 토종 OTT가 분발하지 않으면 지금보다 격차가 더 벌어질 수 있다는 위기감이 크다.

OTT 시장이 커지면서 코로나19에도 활발한 제작과 투자가 이뤄지고 있다는 소식은 반갑다. 모두가 어려운 상황에도 지난해 부산에서 촬영한 영화·영상물은 2019년과 큰 차이가 없는 1476편이었다. 부산영상위원회가 운영하는 부산영화촬영스튜디오는 OTT 제작 활성화에 힘입어 오는 8월까지 예약이 끝났다고 하니, 부산으로서도 나쁘지 않은 상황이다.

2019년 ‘부산영화 미래보고서’라는 주제로 6회에 걸쳐 기획 보도를 한 적이 있다. 당시 미국과 캐나다를 방문해 취재했는데, 2년 전에도 북미는 OTT 시장을 겨냥한 콘텐츠 제작이 활발하게 일어나고 있었다. 당시 현지에서 만난 북미 영화인들은 세계에서 통하려면 문화적 배경이 달라도 받아들이는 데 어려움이 없는 호러, 스릴러 같은 장르물과 가벼운 로맨틱 코미디가 효과적일 거라고 조언했다.

부산 영화·영상 산업에도 유효한 지적으로, 부산이 장르물, 로맨틱 코미디에 특화한 제작 지원에 나서도 좋을 거라는 생각이 든다. 상대적으로 적은 제작비로도 만들 수 있고, 해외 판권을 팔 때도 문화적 장벽이 낮아 유리하기 때문이다. 실제로 세계 OTT 시장에서 성공한 한국 작품은 대부분 장르물이었다. 넷플릭스의 ‘스위트홈’은 괴물이 나오는 크리처물이고 ‘승리호’는 우주 SF물이다.

부산 제작사가 만들고 부산 산복도로를 배경으로 촬영한 옴니버스 드라마 ‘심야카페’가 18~19일 전파를 탔다. 방송을 놓쳐도 OTT에서 볼 수 있다고 하니 눈으로 부산을 즐길 수 있겠다. 방송 직후 한 달 동안은 OTT ‘시즌’에서만 공개하는데 이렇게 또 구독하고 싶은 OTT는 늘어만 간다. mia3@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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