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밀물썰물] 조모(JOM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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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리학에서 ‘포모(FOMO)’란 ‘Fear Of Missing Out’의 줄임말로 ‘나만 제외되는 두려움’ ‘다른 사람에 비해 뒤처지는 공포감’으로 설명된다.

지난해와 올해 유독 사회 곳곳에서 ‘포모’를 호소하는 이들이 늘고 있다. 전례 없는 불장인 주식시장에서 큰 이익을 얻었다는 이야기와 SNS에 떠도는 수익 인증 사진을 보며 많은 이들이 ‘포모’에 휩싸여 실제로 준비 없이 주식투자에 뛰어들고 있다. 국내 주요 증권사 6곳(미래에셋대우·KB·NH투자·한국투자·키움·유안타증권)에 개설된 신규계좌가 2019년 260만 개에서 지난해는 723만 개로 3배 가까이 급증할 정도이다. ‘영끌(영혼까지 끌어모아) 투자’ ‘마통(마이너스 통장) 투자’라는 말이 이젠 익숙해진 분위기이다.

한편에선 4차 재난지원금 지급 이야기가 나오며 직능단체별로 집회 예고가 줄줄이 이어지고 있다. 그동안 다수가 공감할 합리적이고 세밀한 기준을 마련하지 못한 탓도 있지만 ‘나만 보상에서 소외되고 있는 것 같다’는 포모도 일정 부분 영향을 미치고 있다.

사실 포모는 인간의 오랜 역사와 함께한 현상이다. 그러나 SNS가 발달하며 인간이 느끼는 포모의 정도가 심해지고 그에 따른 폐해 역시 무시할 수 없는 수준이 되었다.

휴대전화에 수십 개의 단체 대화방을 유지하는 이들이 많다. 심한 경우 백여 개가 되기도 한다. 대화가 끝나거나 모임의 활동이 끝나도, 심지어 이젠 구성원이 아니어도 쉽게 대화방을 떠나지 못한다. 잠자는 시간을 제외하곤 종일 대화방에 올라오는 새로운 메시지에 신경을 쓴다. 나만 소외되는 두려움 때문에 대화방의 알람에서 좀처럼 해방되지 못하는 것이 현대인의 모습이다.

정신분석학자 라캉(Jaques Lacan)은 “인간은 타인의 욕망을 욕망하는 습성이 있다”라고 했다. 문제는 그 욕망이 인간을 잘못된 길로 이끌기도 한다는 점이다. 자기가 속한 무리를 맹목적으로 따라가다가 모두 절벽으로 떨어지는 레밍(쥐)들처럼 말이다.

어리석은 레밍이 되지 않으려면 이젠 포모를 벗어나 ‘조모(JOMO)’를 연습해야 할 때이다. 조모란 ‘Joy Of Missing Out’의 약자로, ‘놓치는 것의 즐거움’이라는 뜻이다.

사실 조모는 이미 많은 이들이 경험한 즐거움이다. 일정에 없던 우연한 만남, 지도에 없는 길을 여행할 때 느끼는 뜻밖의 즐거움을 떠올리면 되지 않을까.

김효정 라이프부장 teres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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