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다 사나이들 생생한 삶의 애환은 시적 상상력 자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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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경희 우진선박 대표

“선박회사 대표로서 평소 선원들과 대화나 상담을 자주 합니다. 선상 생활을 주로 하는 그들로부터 삶의 애로를 듣고 해결책을 어떻게 제시할지 항상 고민합니다. 그들이 전하는 생생한 바다의 삶은 시적 상상력을 자극합니다.”

김경희 우진선박(주) 대표이사는 ‘시를 쓰는 해양CEO’이다. 우진선박은 석유 원료를 국내 정유회사에 공급하고, 석유화학제품을 해외로 실어나르는 케미컬탱커를 여러 척 보유한 회사다. 2018년 12월 제55회 무역의 날에 2000만 불 수출의 탑을 받기도 했다. 우진선박은 김 대표의 남편인 정지원 회장이 35년 전 설립한 회사. 김 대표는 15년 전부터 우진선박 대표이사를 맡아 선원 관리와 부산 중앙동 본사 관리 업무를 맡고 있다.

‘시 쓰는 해양CEO’·수필가로 활약
세 번째 시집 ‘그대 입술에서…’ 펴내
성악 전공 대학서 강의·봉사활동도

“선장, 기관장, 선원들로부터 해상 생활에 관한 이야기를 많이 듣게 됩니다. 수출에 기여하는 그들의 활약상을 접하면서 뿌듯해지기도 하고, 때로는 그들이 선상에서 겪는 어려움에 공감하고 안타까워하기도 합니다.”

선원들이 전하는 다채로운 경험담은 그에겐 생생한 시의 재료가 된다. 그가 최근 펴낸 세 번째 시집 <그대 입술에서 꽃이라 불리던 내 이름>에는 바다 사나이들의 삶의 애환이 절절하게 녹아 있다. 산란기를 목전에 둔 난폭한 청상어를 만나거나 새카맣게 에워싸는 상어 떼를 만났을 때도 한 점의 걱정조차 하지 않는 담대한 선장의 모습이 보인다. 게슴츠레 반쯤 열린 동공으로 온 밤을 밝히며 불면증에 시달리는 선원들의 일상도 스쳐 지나간다. 김 대표는 시집에 ‘바다는 슬픔이 익어가는 곳’이라며 ‘건너편 작은 섬에도 슬픔은 걸쳐 있다’는 시를 실었다.

김 대표는 “그동안 서정시를 주로 썼는데 선원들의 신산한 삶이 눈에 보이면서 해양 시를 이번 시집에 본격적으로 실었다”며 “앞으로 해양 시만 수록한 해양 시집도 본격 발간할 계획이다”라고 말했다.

시인과 수필가로 활동하는 김 대표는 문화예술에 대해 남다른 열정을 갖고 있다. 1980년대 부일여성합창단 단장을 하며 프리마돈나가 되는 열망을 키워갔다. 음대 전공자만이 솔로 무대에 설 수 있다는 합창단 지휘자의 말을 듣고 늦깎이로 동의대 음대 학사에 편입했다. 회사 생활을 병행하는 노력 끝에 같은 대학에서 성악 전공으로 석·박사학위까지 받았다. 그 뒤 소프라노 독주회를 열기도 했고 동의대 음대 학생들을 대상으로 10년째 성악을 가르치고 있다.

김 대표는 봉사 활동도 꾸준히 펼치고 있다. 30년째 국제로타리 자성대클럽에서 봉사하고 있고, 연제구 장애인복지관 봉사를 열심히 한 공로를 인정받아 2015년 대통령 표창을 받았다. 한국꽃꽂이협회 부산지역연합회 회장과 부산문인협회 부회장을 맡고 있다. 그는 “문화예술에 대한 관심과 애정은 선박회사 경영을 하는 데 윤활유가 된다”며 “정확하고 성실한 남편과 서울지사장 역할을 잘 해내고 있는 아들은 든든한 우군”이라고 말했다.

김상훈 기자 neato@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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