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 도시 거제’ 조선소 관련 노동 민원 급감, 안 반갑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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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중공업과 대우조선해양이라는, 굴지의 조선소 2곳에 조선 노동자 10만 명이 밀집한 ‘조선 도시’ 경남 거제에서 조선소 관련 노동 민원이 꾸준히 줄고 있다.

지난해 접수된 민원 상담 10건 중 6건은 비조선업종인 것으로 나타났다. 조선소발 고용위기가 지역 산업 전반으로 확산하면서 불거진 현상이란 분석이다.

비정규직노동자지원센터 분석
2017년 열에 아홉 조선업 민원
지난해 비조선업 민원 65% 넘어
조선소발 고용 위기와 맞물려
일반 사업장 노동환경 더 악화

또 각종 사건 사고로 악명 높은 조선업 현장보다 일반 사업장의 노동 환경이 더 열악해지고 있다는 반증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거제시비정규직노동자지원센터(센터장 신상기)는 18일 지난해 센터에서 진행한 상담 사례 분석 결과를 발표했다.

2020년 총 상담 건수는 974건으로 2019년 867건보다 107건, 12.3% 증가했다. 성별은 남성 60.3%, 여성 39.7%, 연령은 50대가 27.9%로 가장 많았고 30대(26.4%), 40대(25.6%), 60대 이상(12.2%), 20대(7.8%), 10대(0.1%) 순으로 나타났다.

고용형태별는 협력사 본공(정규직)이 35.2%, 기간제 25.4%, 원청 정규직 15.2%, 물량팀 8.6%, 파견용역 9.1%, 아르바이트 4.6%, 일용직 1.8%였다.

상담주제는 체불임금(15.7%), 근로계약(13.4%), 퇴직금(7.4%) 등 임금 관련 상담이 다수를 차지했다. 특히 최근 체불임금 비중이 해마다 감소하고 있다는 점이 눈에 띈다. 2017년 전체의 28.2%에 달했던 체불임금 상담은 이듬해 29.0%로 정점을 찍었다. 그러다 2019년 21.3%로 줄었고 지난해 15.7%까지 떨어졌다.

조선산업 위기가 현실화하기 시작한 2017년의 경우, 업체 폐업과 휴업이 잇따르면서 휴업수당(22.2%), 해고(15.1%) 관련 상담이 많았다. 2018년에는 산재(14.2%)가 높게 나타났고, 실업급여(13.6%), 해고(10.7%) 관련 상담 또한 꾸준히 이어졌다.

2019년에는 실업급여(16.8%), 산재(11.2%), 근로계약(10.4%) 순이었다. 지난해는 코로나19 여파로 해고(12.6%), 실업급여(9.4%) 상담이 눈에 띄게 늘었다. 산업재해 관련 상담 비중이 매년 10%이상 인데, 이는 조선소 내 노동 환경의 위험성을 보여주는 사례라는 지적이다.

이번 분석에서 가장 주목해야 할 부분은 산업별 분류다. 조선산업 관련 상담은 34.4%에 그쳤다. 나머지 65.6%는 비조선산업 관련이다.

센터에 따르면 2017년 92.1%로 절대적이던 조선산업 관련 상담 건수는 조선업 위기가 현실화하고 고강도 구조조정이 본격화한 2018년 51.3%로 급감했다. 이후 2019년 비조선산업(59.3%)이 추월했고 지난해 완전히 역전됐다.

결국 조선산업 후폭풍이 비조선산업으로 이어진 결과라는 게 센터 측 설명이다. 조선업 위기로 일자리를 잃은 노동자 상당수가 일반 사업장으로 흡수되면서 나타난 현상이라는 것이다.

센터 김중희 사무국장은 “그만큼 일반 사업장의 노동 환경이 나빠졌다는 의미”라며 “어린이집, 학원, 식당, 마트, 아파트 경비 노동자 등으로 고용불안이 이어지면서 실업급여 등 관련 상담도 꾸준히 늘어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김 국장은 “이번 분석 결과는 지역 내 노동 상황 변화 추이를 살펴 볼 수 있는 소중한 자료다. 보다 면밀하고 다양한 분석을 토대로 노동 현장의 힘든 사항과 아픈 곳이 어떤 부분인지를 잘 파악해 정책에 반영될 수 있도록 하겠다”고 강조했다. 김민진 기자 mjkim@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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