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속보다 센 부동산 바람… 성매매 집결지 불 꺼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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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월동과 함께 부산 성매매 집결지로 꼽히던 속칭 ‘미남로터리 과부촌’이 코로나19 영향과 재개발에 따른 임대 수요 증가로 업소 수가 빠르게 감소해 18일 썰렁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김경현 기자 view@

18일 오후 2시 부산도시철도 2호선 미남역 10번 출구 인근 골목길. 속칭 ‘미남로타리 과부촌’이라 불린 이곳은 완월동과 함께 부산 대표 성매매 집결지다. 거리는 100m에 불과하지만 10평 남짓 소규모 성매매업소 20곳이 다닥다닥 붙어 성업을 이어가던 곳이었다.

이날 취재진이 찾은 거리에서는 더 이상 ‘홍등가’의 모습을 찾아보기 힘들었다. 낡은 간판을 내건 가게 문 앞마다 ‘임대’라고 쓰인 종이가 쓸쓸하게 나붙어 있었다. 그마저 부착한 지 오래된 듯 바람이 불 때마다 너덜거렸다. 여닫이문 사이로 들여다본 가게 안에서는 먼지 쌓인 집기류만 뒹굴었다. 대신 한 집 건너 한 집꼴로 부동산 중개업소, 배달음식점 등이 빈자리를 점차 채우고 있었다.

미남교차로 인근 속칭 ‘과부촌’
주변에 대규모 아파트 들어서자
복덕방·음식점에 자리 내 줘

인근에서 방앗간을 운영하는 정 모(65) 씨는 “작년 말쯤 업주들이 가게를 싹 비우더라”며 “근처에 대단지 아파트가 들어서니까 건물주들이 다 나가라고 한 모양”이라고 설명했다. 49년째 식당을 운영하는 김 모(74) 씨는 “이전에는 장사를 마친 뒤 어묵을 사 먹고 가는 아가씨들이 제법 있었는데 요새는 영 안 온다”면서 “성매매 업소 대신 우유대리점, 부동산, 음식점이 채우고 있다”고 말했다.

경찰과 구청의 단속보다 무서운 게 부동산 광풍이었을까. 숱한 단속에도 명맥을 이어가던 ‘미남로타리 과부촌’은 신축 아파트 입주가 다가오자 밀려든 부동산 중개업소에 자리를 내주고 있다.

18일 동래구청에 따르면 구청이 파악하는 미남역 인근 성매매 업소는 총 25곳이다. 코로나로 제대로 된 영업을 하지 못하던 이들 업소는 재개발로 신축 아파트 준공이 다가오자 휴업하거나 임대를 내놓고 거리를 떠났다.

동래구청 최춘호 위생지도계장은 “불법 성매매 업소가 부동산이나 음식점으로 바뀌면서 구청 입장에서도 반가운 마음”이라면서도 “코로나가 끝나면 영업을 재개할 수도 있기 때문에 완전히 폐쇄됐다는 판단은 섣부르다”고 말했다.

성매매 업소가 줄줄이 문을 닫게 된 건 인근에 대규모 아파트 단지가 들어선 데다 재개발 계획까지 세워지면서다. 집결지에서 130m가량 떨어진 곳에는 3800세대 대규모 아파트 단지가 공사 중이고 올해 말 입주를 앞두고 있다. 여기에 주상복합 건립이 추진되면서 대부분 업소가 매각된 상태다. 인근에 사무소를 차린 공인중개사 박성갑 씨는 “주상복합 건설을 위한 건물 매수가 90% 정도 이뤄졌다고 들었다”며 “성매매 업소도 인근 아파트 입주예정자들의 입김을 무시할 수 없었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성매매 업소가 떠난 자리는 부동산과 소규모 음식점이 채운다. 송진영 공인중개사는 “빈 업소 자리에 배달 전용 음식점이나 분식점을 영업하려는 사람들의 문의가 끊이지 않는다”며 “작은 사업을 하기에 크기도 알맞고 주변에 대형 아파트 단지가 많아서 고객층도 두껍다. 어차피 정비될 것이기 때문에 이전에 성매매 집결지였다는 사실을 크게 개의치 않는 모습”이라고 설명했다. 송 씨의 사무실도 원래 성매매 업소가 있던 곳이다.

이상배·손혜림 기자 sangba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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