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마을 재개발’ 부추기는 바람은 ‘헛바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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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 서구청은 지난 10일 서구 서대신동 꽃마을 곳곳에 ‘도시개발사업계획이 없으니 현혹되지 말라’는 내용의 현수막을 걸었다. 독자 제공

부산 서구 구덕산 아래 위치한 꽃마을에까지 도시개발 바람이 불어닥쳤다. 한 건설사는 아파트 추진 홍보를 하고, 행정기관은 현수막까지 동원하면서 부인하는 일이 벌어지고 있다.

꽃마을 도시개발사업을 추진하고 있는 A건설은 꽃마을 인근 산지 18만 평에 1만 세대 규모 20층 이상 아파트 단지를 세우고, 유치원과 초·중·고등학교를 설립할 계획이라고 알리는 중이다.

부산 서구 구덕산 아래 18만 평
건설사서 아파트단지 추진 홍보
구청 “도시개발사업 계획 없다”
‘주민 투자 피해 주의’ 당부도

이에 사태 파악에 나선 서구청은 지난 10일 서구 서대신 4동 꽃마을 곳곳에 ‘서구청은 현재 꽃마을에 도시개발사업 계획이 없으니 구민들은 현혹되지 마시기 바랍니다’라는 내용의 현수막을 내걸었다. 지난해 5월 A건설이 사무실을 차리고 꽃마을 주민의 투자를 유도한다는 민원이 들어오자 서구청이 주민 보호에 나선 것이다.

서구청 건설과 관계자는 “도시개발사업에 대해 주민들이 잘못 인지하고 금전적인 피해를 볼 수 있기에 조합 설립 동의서를 요구할 때 여러 변수를 잘 파악하고 결정하라는 뜻에서 현수막을 걸었다”고 알렸다. 공한수 서구청장 역시 도시개발조합 사무실을 방문하고 꽃마을 주민들을 만나 “구청은 꽃마을에 도시개발사업을 진행할 계획이 전혀 없다”고 강조했다.

부산시도 꽃마을 도시개발사업은 행정기관과 전혀 논의되지 않았으니 투자 주의를 당부했다. 부산시 도시계획과는 “해당 개발사업은 금시초문이라 할 말이 없다”며 “부산시에 협의 요청이 오지도 않았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A건설은 아직 조합 설립 인가를 준비하는 단계라 법적 권한도 없기 때문에 행정 절차를 밟지 않았을 뿐이라는 입장이다.

이 회사 대표는 “서구청과 논의할 사항이 아니다”며 “추진위원회를 운영 중이며 인가를 받은 후 본격적인 조합 설립에 들어갈 계획”이라고 말했다. 그는 또 “주민에게 충분히 상황을 설명했고 복지 회관도 지어주기로 약속했다”고 밝혔다.

이런 상황에서 주민들은 극심한 혼란을 겪고 있다. 구덕산 산자락까지 불어닥친 개발 사업 바람이 주민의 마음만 흔들어 놓고 있는 것이다. 음식점을 운영 중인 한 주민은 “무분별한 개발로 아름다운 동네 경관을 해치지 않았으면 좋겠다”며 “학교를 세워도 입학할 아이들도 없는 마을”이라고 고개를 저었다.

도시개발사업은 도시개발 구역에서 주거·상업·산업·유통·정보통신·생태·문화·보건 등 다양한 기능을 갖는 단지나 시가지를 조성하기 위하여 시행하는 사업이다. 민간이 사업을 진행하는 경우 시행사가 시장이나 군수에게 구역 지정을 요청하고, 계획적인 도시 개발이 필요하다고 인정될 때 도시개발구역으로 지정된다. 실제로 부산에서 민간사업자가 도시개발사업을 추진한 사례가 없다. 국토교통부 도시개발사업 현황에 따르면 2019년까지 부산에서 진행된 도시개발사업은 총 10건이지만 모두 부산도시공사를 비롯한 공공시행자가 사업 추진을 맡았다.

손혜림 기자 hyerimsn@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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