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강인 듯 아닌 듯… 비대면 직격탄 맞은 대학가 원룸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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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로 각 대학들이 대면, 비대면수업을 혼용한 ‘혼합수업’을 진행할 방침이어서 개학을 앞둔 대학가 원룸촌에도 방을 구하려는 학생들이 많이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23일 부산대 앞 원룸촌의 한 공인중개사사무소 입구에 원룸 임대 안내문이 서 있다. 정종회 기자 jjh@

부산 금정구 남산동 일대는 부산의 대표적인 대학가 원룸촌이다. 1만 2000명이 재학 중인 부산외대 근처라 평소 같으면 신학기를 맞아 숙소를 구하려는 학생들로 붐볐다. 하지만 23일 오전 원룸촌을 찾아간 취재진을 맞은 것은 싸늘한 냉기였다. 분주하게 집을 구하러 다니는 학생 대신 ‘빈방 있음’ ‘원룸 임대문의’라고 적힌 안내문만 쓸쓸히 나부낄 뿐이었다.

“이맘때면 원룸 문의가 쏟아져야 하는데 지난해보다 전화가 50% 정도 줄었습니다.” 남산동에서 부동산중개업소를 운영하는 윤일섭(30)씨의 하소연이다. 그는 올해 학생이 아닌 임대사업자들의 요구에 골머리를 앓고 있다고 했다. 방을 구하러 중개사사무소를 찾는 손님에게 자기 집부터 보여달라고 요구하기 때문이다. 코로나19로 대학가 원룸의 공실이 많아지면서 임대인 사이에서 임차인 유치 경쟁이 치열해진 결과다. 윤 씨는 “부산외대만 믿고 이곳에서 원룸 사업을 시작한 사업자들은 몇년 지나지도 않아 신학기 특수를 누려보지도 못한 채 어려움을 호소하는 상황”이라고 전했다.

신학기 비대면 수업 비율 늘어
원룸 찾는 학생 감소 공실 증가
월세 낮춰 임차인 유치 경쟁 치열
“비대면 수업 계속 땐 월세 부담”

같은 날 금정구 장전동 부산대 인근 원룸촌의 상황도 다를 바 없었다. 늘 임대 문의가 쏠리던 30실 규모의 원룸 중에서도 최근 들어 15실 가까이 공실로 비어있는 곳도 많다. 공실을 메우려 42만~43만 원 수준이던 월세를 35만 원까지 낮춘 곳도 있었지만, 임대는 쉽지 않다. 최근에는 원룸을 1년을 계약할 때 한 달 월세를 빼주는 곳까지 등장했다.

코로나19로 비대면 수업 비율이 늘면서 부산 대학가 원룸이 직격탄을 맞고 있다. 대부분의 대학이 오는 1학기도 비대면 수업을 포함한 혼합수업으로 진행하겠다고 발표한 탓이다. 오프라인 수업 자체가 줄면서 자취 수요도 줄었다.

부산대나 경성대·부경대와 같이 오랫동안 대학가 상권을 유지해 온 곳은 그나마 사정이 나은 편이다. 인근에서 근무하는 미혼 직장인 등의 대체 수요가 있어 근근히 버티고 있다. 그러나 당장 임대수요를 기대할 곳이 2014년 남산동 인근으로 캠퍼스를 옮긴 부산외대 밖에 없는 남산동 일대 원룸촌은 상황이 심각하다.

저렴하게 방을 빌릴 수 있어 늘 높은 경쟁률을 자랑하던 학교 기숙사마저도 공실이 나온다. 23일 부산외대에 따르면 올해 1학기 기숙사 입실 예정 인원은 정원 1330명에 못 미치는 1306명이다. 부산외대는 기숙사 입주 학생 수를 채우기 위해 이달 말까지 추가 모집 중이다.

학생 입장에서는 무턱대고 숙소를 계약하기가 부담스럽다. 코로나19가 재유행하고, 사회적 거리두기 단계 격상되면 당장 대면 수업부터 취소될 판이기 때문이다. 대학 인근에서 자취 생활 중인 대학원생 김동윤(29) 씨는 “공실이 많아지고 월세가 조금 내려간다고 하더라도 매월 부담하는 금액은 항상 부담스러운 게 사실”이라면서 “완전 대면 수업으로 전환되지 않는 이상 가족과 함께 살면서 돈이라도 아끼는 게 나을 것 같다”고 말했다. 4학년 졸업반인 김봉환(27) 씨도 “지금은 어쩔 수 없이 자취를 하지만 비대면 수업이 지속된다면 어찌될지 모르겠다”며 “월세 부담을 줄이기 위해 본가로 돌아가는 것을 고려 중”이라고 전했다.

탁경륜 기자 takk@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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