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법건축’ 무혐의라는데 공사 재개는 하세월

부산닷컴 기사퍼가기

부산 서구청, 건축주와 승강이

부산 서구 남부민동에 공사가 중단된 한 건물. 경찰이 건축법 위반 혐의가 없다고 판단한 지 20일 가까이 지났지만, 구청은 공사 재개 명령을 내리지 않고 있다.

부산 서구청이 ‘불법 건축’ 여부를 놓고 공사 중인 건물의 건축주와 승강이를 벌이다 결국 판정패했다. 건축주는 경찰의 혐의없음 처분에도 서구청이 공사 재개를 허가해주지 않아 피해가 막심하다며 법원에 가처분신청까지 냈다.

23일 서구청에 따르면 서구 남부민동 연면적 659㎡ 건물은 지난해 7월 건축 허가를 승인받았다. 건축주 A 씨는 이 부지에 외국인 환자를 대상으로 한 4층 규모의 메디컬 빌딩을 계획하고 기초 공사에 들어갔다.

그런데 지난해 12월 서구청은 현장에 공사 중단 명령을 내렸다. 해당 부지에서 무단으로 토지 형질변경이 이루어졌다는 게 이유다. 현행법상 토지를 50cm 이상 깎거나 쌓기 위해선 담당 구청 허가가 필요한데 이를 무시했다는 것.

서구청은 ‘A 씨의 공사현장이 무단으로 토지를 2.81m 이상 쌓아 건축법을 위반했다’며 서부경찰서에 A 씨를 고발했다. A 씨 역시 ‘그런 일이 없다’며 서구청을 상대로 업무방해 등으로 맞고소했다.

결론은 건축주의 판정승이었다. 서부경찰서는 ‘서구청이 제시한 자료만으론 무단으로 성토행위를 했다고 보기 힘들다’고 해당 사건을 혐의없음으로 결론 내렸다.

경찰의 혐의없음 결론이 나자 A 씨는 공사 재개 허가를 요청했지만, 서구청은 20일 가까이 이를 미루고 있다. 결국 A 씨는 공사 중단으로 인해 피해가 막심하다며 구청을 상대로 법원에 가처분 신청을 23일 냈다. A 씨는 “범죄 혐의가 없다고 결론이 났는데도 구청은 기다려달라는 말만 반복할 뿐 공사 재개를 하지 않고 있다”면서 “수개월째 장비 대여비 등 1억 원에 달하는 손해만 쌓이고 있다”고 전했다.

설상가상으로 서구청은 공사 재개 건에 대해서는 ‘관할 부서가 아니다’라며 내부에서 서로 책임을 미루고 있다. 공사 중단을 내린 건축과와 공사 재개 권한을 가진 건설과는 서로 권한이 없다고 맞서고 있다. 건설과는 공사 재개는 건축과 업무라고 해명하고, 건축과는 형질변경 위반사항 유무에 대해 건설과에서 답변이 없어 공사 재개 통보를 못 하고 있다는 입장이다.

일단 서구청은 다시 무단 형질변경 증거를 모아 경찰조사 결과에 대해 이의제기를 한다는 방침이다. 건설과 김병규 과장은 “증거불충분으로 무혐의 처분됐지만, 무단으로 형질변경한 것이 확인된다”면서 “의견을 다시 제기한 뒤 결과에 따라 원상복구나 공사재개 등 조처를 하겠다”고 말했다.

글·사진=김성현·손혜림 기자 kksh@


당신을 위한 AI 추천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