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기는 삶이자 사는 이야기 진정성 없으면 감동도 없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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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0년 연기 인생 배우 신구

60년 연기 인생을 걸어온 배우 신구는 여전히 스크린과 브라운관, 무대에서 활발히 활동하고 있다. 김종호 기자 kimjh@

‘연기 경력 60년’. 출연작이 무려 230편에 달하는 베테랑 중의 베테랑. 배우 신구에게 연기는 ‘인생’이다. 1962년 연극 ‘소’로 데뷔한 뒤 그가 걸어온 발자취는 한국 대중문화계의 초석이 됐다. 시대극부터 현대극, 액션과 드라마 등 그의 숨결이 안 닿은 장르가 없다. 맡은 역할도 셀 수 없다. 아버지와 재벌가 회장은 물론 판사, 교사, 영의정 황희까지 카멜레온 같은 변신을 계속해왔다.


1962년 데뷔, 출연작만 230편
“성실한 연기자로 기억되고 싶어”

나이는 정말 숫자에 불과한 걸까. 그의 연기 열정은 여전히 뜨겁다. 최근 서울 종로구 대학로의 한 음식점에서 만난 신구는 연극 ‘앙리 할아버지와 나’ 공연을 막 마치고 오는 길이었다. 여든넷의 나이가 무색할 정도로 그의 눈빛은 빛났고, 목소리엔 힘이 넘쳤다. 신구는 “공연장 거리 두기가 조금 완화돼 오랜만에 관객이 늘었더라. 관객들과 직접 호흡하고 나면 힘이 난다”고 웃으며 말문을 열었다.

신구는 지난해 말 MBC 드라마 ‘카이로스’에서 사건의 열쇠를 쥔 건설사 회장으로 시청자를 만난 뒤 곧바로 연극 무대에 올랐다. 그의 표현을 빌리면 ‘두 다리 힘이 버텨준’ 덕분이다. 그는 “지난해 가장 바쁜 시간을 보냈다”며 “연극 ‘아버지와 나 홍매와’를 시작으로 울산에서 ‘장수상회’로 관객을 만났다. 여름엔 연극 ‘라스트 세션’의 프로이트 역을 연습하면서 보냈고 드라마 촬영을 시작했다”고 돌아봤다. 신구는 “젊은 친구들과 함께 연기 호흡하는 맛이 있다”며 “같이 작품을 만들면서 힘을 많이 받는다. 시너지 효과가 나는 것”이라고 했다.

그가 앙리 할아버지로 변신한 이번 연극은 아쉽게도 부산 순회공연을 하지 않지만, 신구는 그간 꾸준히 연극 작품을 들고 부울경 관객을 찾아왔다. 재작년 연극 ‘장수상회’를 들고 부산을 찾았던 신구는 지난해엔 울산과 진주에서 같은 작품을 선보였다. 그는 “지역 공연에 가면 관객들이 더 좋아하며 호응해 주신다. 힘이 되고 기회가 된다면 어느 무대든 자주 오르고 싶다”며 “함께 무대에 서는 젊은 친구들이 맛집을 잘 알아서 지역 음식점을 찾아다니는 재미도 있다”며 허허 웃었다. “예전엔 조깅하면서 건강 관리를 했는데 요즘엔 자주 걸으려고 노력해요. 무대에 서려면 힘이 받쳐줘야 하거든요.”

관객 앞에 선 신구는 여전히 힘 있고 단단하다. 그에게 연기는 ‘인생’이자 ‘사는 이야기’다. 그는 “다른 재능이 없어 다른 직업을 가져본 적도 생각한 적도 없었다”며 “평생을 그렇게 살았다. 연기하면서 인생을 살고 삶을 표현하고 있다”고 했다. 작은 꿈이 있다면 그저 무대에 오를 힘이 다할 때까지 관객을 오래오래 만나고 싶단다. 그런 그에게 어떤 배우로 대중에게 기억되었으면 좋겠는지 물었다. 간단하지만 깊은 답변이 돌아온다. 그는 “성실한 연기자였다고 기억해줬으면 좋겠다”며 “매사가 그렇지만 연기도 진정성과 성실함이 빠지면 감흥이나 감동을 줄 수 없다”고 했다. 역시 ‘대배우’다.

남유정 기자 honeybe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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