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 세계 학계 “램지어 교수, 당신이 틀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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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군 ‘위안부’ 피해자를 ‘매춘부’로 규정한 존 마크 램지어 하버드대 로스쿨 교수의 논문은 학문의 자유로 보호될 수 없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또 미국의 법학자와 한반도 전문가는 물론 세계 각국 학자들이 비판에 속속 동참하고 있다.

미국 법개발연구소장인 이용식 조지아주립대 법학과 방문교수는 23일(현지시간) 미국의 외교 전문지 에 국가인권위 상임위원인 박찬운 한양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와 함께 기고문을 싣고 “터무니 없는 거짓과 왜곡은 학문의 자유에 의해 보호되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이들은 “램지어 논문의 진실성이 공격받는 것은 신뢰할만한 증거를 전혀 제시하지 못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또 “학문의 자유를 내세워 정당한 비판을 봉쇄하는 세력들이야말로 생산적인 토론을 방해하는 세력”이라고 지적했다.

미국 법개발연구소장 등 기고
위안부를 매춘부로 규정한 논문
“학문의 자유로부터 보호 안 돼”
‘시정 요구’ 연판장 578명 서명

법학자와 한반도 전문가 역시 램지어 교수의 논문에 대한 비판에 나섰다.

노정호 컬럼비아대 로스쿨 산하 한국법연구소장은 22일(현지시간) 밤 ‘최근 위안부 법원 판결에 대한 한미일의 시각’이라는 주제로 연구소가 개최한 웨비나(웹 세미나)에서 “램지어 교수의 논문에서 본 것은 보수주의자들 시각의 매우매우 작은 부분집합”이라며 “그 논문은 이 사안에 대한 정상적인 이해를 반영하지 못하고 있으며 이 사안을 해결하는 데 방해가 되고 있다”고 평가했다.

한반도 전문가로 꼽히는 테런스 로릭 미 해군대학 교수도 웨비나에서 “이 문제에 몰두하는 신뢰할 만한 역사학자들의 평가는 그 논문의 방법론과 일부 인용이 매우 우려스럽다는 것”이라고 전했다. 로릭 교수는 “자신의 의견을 공표할 권리가 있겠지만 자신만의 팩트를 공표할 권리는 없다”면서 “요즘 시대에 가짜뉴스, 허위정보가 판치고 있다는 점을 고려하면 매우 우려스럽다”고 강조했다.

전 세계 학계도 연판장 서명에 동참하며 비판 대열에 합류하고 있다.

홍콩 출신으로 미국 어바인 캘리포니아대학(UCI)에서 경제학 조교수로 있는 마이클 최는 램지어 교수의 논문은 학문적 불법 행위라며 시정을 요구하는 연판장을 전 세계 학계에 돌리고 있다. 최 교수는 반박 논문을 싣는 통상적인 관행을 따르는 대신 연판장을 돌리게 된 것에 대해 “이 논문이 학문적 준거와 성실성, 윤리를 위반하는 데서 단순한 학문적 실패나 불법 행위를 넘어서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이와 함께 논문의 저자가 끔찍한 잔혹 행위를 합법화하기 위한 위장막으로 게임 이론과 법, 경제학을 이용했다고 지적했다. 최 교수는 국제법경제리뷰의 편집자들에게 제기된 우려를 해소하기 위한 모든 시정 조치를 다할 것을 요구했다. 최 교수의 이 같은 주장에 전 세계 학자 상당수가 동의를 표했다. 지금까지 한국과 중국, 미국, 호주 등을 포함한 전 세계의 경제학자·연구자 등 578명이 연판장에 서명했다.

윤여진 기자 onlypen@busan.com·일부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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