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 칼럼] 14F 위 4F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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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대진 디지털미디어부 뉴콘텐츠팀장

34만에서 106만으로. 1년 만에 세 배 뛰었다. MBC 14층 사람들이 만드는 유튜브 채널 ‘14F’의 구독자 수 이야기다. 국내 언론사 유튜브 채널 순위 차트(구독자 수 기준)에서도 19위에서 7위로 무려 12계단이나 상승했다. 조만간 자사의 간판 채널인 ‘MBC NEWS’(111만 명)마저 뛰어넘을 기세다.

MBC 운영 유튜브 채널 ‘14F’ 대성공
비결은 철저한 ‘소비자 중심’ 콘텐츠
‘매운맛 인터뷰’ 등 본보 4F도 실험 중
독자·표심 잡으려면 입보다 귀 열어야

14F의 성공 비결은 ‘콘텐츠’를 대하는 제작진의 자세에서 찾을 수 있다. 좀 더 구체적으로 ‘구독자들이 원하는’ 콘텐츠에 집중하는 전략이다. 돈과 재테크에 관심이 많은 20대 젊은 여성을 겨냥해 유명 재테크 강사를 출연시킨 ‘아이돈케어’, 유명 브랜드와 국내외 대기업의 성공 신화를 소개하는 ‘소비더머니’ 등. 코너의 구성과 형식, 한 편 한 편의 내용을 보고 있노라면 제작진이 젊은 세대의 관심사를 파고들기 위해 얼마나 노력했는지 짐작이 간다.

최근 몇 년 동안 수백만 명의 온라인 구독자를 끌어 모으며 뉴스 콘텐츠 유료화에 성공한 <뉴욕타임스>의 비결도 소비자 맞춤 전략에서 찾을 수 있다. 홈페이지 방문자에게 무료 기사를 몇 건 보여주며 소비 패턴을 분석한 뒤, 관심 있어 할 만한 뉴스를 꾸준히 권해 ‘유료 구독’으로 이끌어내고 있다.

잘나가는 <뉴욕타임스>도 소비자의 기호를 간과해 뼈아픈 실패를 겪은 적이 있다. 2005년 부분 유료화 서비스로 ‘타임스 셀렉트(Times Select)’라는 엄선된 뉴스 서비스를 선보였지만 2년 만에 사업을 접고 말았다. <뉴욕타임스> 기자들이 추천하는 ‘고급 뉴스’란 타이틀을 자신만만하게 내걸었지만, 생산자 중심 사고의 결과는 참혹했다.

뉴스도 엄연히 소비자가 있는 ‘상품’이다. 권력 감시와 비판, 유익한 정보 제공 등 저널리즘 본연의 역할 못지않게 소비자의 기호를 만족시키는 것도 중요하다. 조금씩 바뀌고는 있지만 전통 언론은 뉴스 발굴부터 포장까지 과거의 관행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출입처를 중심으로 한 취재와 기사 작성, 부서별 데스킹과 제작회의를 통한 지면 제작. 생산 체계가 그대로인데 제품이 달라질 리 만무하다. 생산자 중심의 게이트 키핑을 거친 뉴스는, 소비자가 원하는 상품이라기보다는 생산자가 강권하는 ‘배급품’에 가깝다. 외려 과거에 비해 출입처 기자 수는 줄었으니, 콘텐츠 품질이 떨어지지 않는 걸 다행스럽게 여겨야 할 처지다.

<부산일보> 편집국이 위치한 4F엔 올해 초, 작지만 의미 있는 변화가 있었다. 오전과 오후, 하루 두 번이던 제작회의를 네 번으로 늘리고, 콘텐츠 데드라인도 아침·점심·오후·저녁으로 세분화해 제작·배포하고 있다. 특히 독자가 관심 있어 할 만한 사건사고나 코로나19 관련 뉴스는 최신 정보가 있을 때마다 거의 실시간으로 온라인에서 만나볼 수 있다. 지면 중심, 생산자 중심의 제작 방식에 균열이 생긴 것이다.

4F 중에서도 한쪽 귀퉁이, 기둥 뒤를 유심히 찾아보지 않으면 눈에 띄지 않는 곳에 자리잡은 뉴콘텐츠팀은 다른 구성원들보다 반걸음 정도 앞에서 새 길을 내고 있다. 네이버, 유튜브, 페이스북 등 각종 온라인 채널에 올라온 댓글 반응을 보며 독자의 관심사를 살핀다. 최근 정치부와 함께 선보인 ‘매운맛 인터뷰’는 그 결과물 중 하나다. 4·7 부산시장 보궐선거를 앞두고 여야 7인의 예비후보를 스튜디오로 초청해 낮 12시부터 유튜브 생방송을 진행했다. 제작진이 준비한 질문에 인터뷰이(후보)가 준비한 답변을 풀어놓는 과거의 ‘순한맛’이 아니라, 유권자가 궁금해하고 후보자 입장에선 답하기 껄끄러운 질문들만 던져 진땀을 흘리게 했다. 사전에 질문지를 제공하지 않은 것은 물론이다.

반응은 어땠을까. 동시접속자 수, 조회 수 모두 기대에 미치지 못했다. 보궐선거 자체가 시민들의 외면을 받은 탓도 있겠지만, 제작진으로서 유권자 관심사를 제대로 파악하지 못했다는 반성을 해본다. 다소 억울한 감도 있다. 판은 <부산일보>가 깔았지만 주인공은 후보들 아닌가. 결국 출연자가 유권자의 외면을 받은 셈이기도 하다. 소비자의 기호와 관심사를 파악하려면 많이 듣고 많이 연구해야 한다. 선거를 앞둔 시장 후보들이 특히 새겨야 할 얘기다. 유권자의 마음을 잡으려면 선거운동 기간에 입보다 귀를 더 열어야 한다.

‘타임스 셀렉션’의 실패가 약이 된 <뉴욕 타임스>처럼, 4F도 크고 작은 실패를 발판 삼아 한 걸음씩 새로운 길을 모색해보려 한다. 14F보다 위에 있는 4F를 그리며. 매운맛 좀 보신 예비 시장님들도 더 분발하시라! djrhee@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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