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에 밀려난 ‘성매매 여성 자활 예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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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시가 성매매 여성의 탈성매매를 지원하기 위해 2년 전 조례까지 마련했지만, 여태까지 예산을 한푼도 배정하지 않았다. 올해도 코로나19를 이유로 예산 편성 계획이 없어 의지 부족을 질타하는 목소리가 높다.

25일 부산시에 따르면 성매매 여성 자립·자활 지원을 위한 예산이 2021년 1차 추가경정예산 항목에서 빠졌다. 부산시는 연말까지 백신 TF 운영 등 코로나 관련 사업이 밀려 있어 연내 추경 편성은 힘들다는 입장이다. 부산시는 2019년 12월 성매매집결지 성매매 피해자 등의 자립 자활지원 조례를 제정했지만, 지난해 추가경정예산과 올해 본예산에 이어 이번 추경에도 자활 지원 사업을 전혀 반영하지 않은 것이다.

부산시 2019년 12월 조례 제정
지난해 이어 올해도 예산 ‘0’
여성단체 “의지 부족 탓” 비판
시 “내년 취업 연계 사업 시행”

조례안에 따르면 부산시는 성매매 여성 1명에게 1년간 생계비, 주거비 등 최대 2200만 원을 지원할 수 있다. 부산시는 당초 2020년 10명, 2021년 30명, 2022년 30명 규모로 성매매 여성의 자활을 도울 계획이었다.

그러나 관련 예산이 편성되지 않아 현재까지 단 1명도 지원받지 못했다. 여성인권단체 살림은 부산 소재 성매매 집결지에 약 250명의 여성이 종사하는 것으로 추산했다.

부산시는 지난해엔 방역을, 올해는 백신 접종을 이유로 성매매 여성 자활 지원 예산을 배정하지 않았다. 부산시의회 구경민 의원은 “자활 지원 예산이 확대간부회의에서 불요불급하다는 이유로 가차없이 ‘팽’ 당한다”면서 “조례 제정은 성매매 여성 지원 의지 표명이자 약속인데 부산시가 1년 넘게 약속을 지키지 않고 있다”며 예산 책정을 촉구했다.

예산 반영이 멀어지면서 코로나로 업소가 폐쇄돼 거처를 잃은 이들 여성은 다른 성매매 업소로 유입될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

살림에 따르면 당장 코로나19로 수익이 안 나도 성매매 업주는 이들에게서 밥값, 전기세, 세탁비 등을 떼어간다. 없는 돈을 가불로 처리하다 보니 여성들이 갚아야 할 빚은 늘어나고 있다. 자활 지원이 이루어지면 조례에 근거해 이들로부터 ‘탈성매매 확약서’를 받을 수 있지만 그러지 못하는 상황이다.

여성단체는 관련 예산 확보가 늦어지는 주된 이유로 부산시의 의지 부족을 꼽았다. 살림 변정희 대표는 “수원시는 코로나 시국에도 성매매 여성 자활을 지원했다”면서 “부산시는 성매매 집결지 재생 연구용역도 지자체 최초로 진행하고 조례도 늦지 않게 제정했는데 예산 확보를 차일피일 미루는 것은 의지가 없다고 밖에 설명이 안 된다”고 지적했다.

부산시는 올해 당장 예산 지원은 힘들지만 내년부터는 취업 연계까지 이어지는 신규 사업을 마련한다는 방침이다. 예산도 내년 본예산에 반영하도록 검토 중이라고 해명했다. 부산시 최정미 여성권익증진팀장은 “돈만 주는 사업보다는 사후 지원까지 이어갈 수 있는 사업이 마련된다면 예산 확보도 훨씬 수월해질 것”이라고 밝혔다.

손혜림 기자 hyerimsn@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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