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부산 도서관 정책 혁신, ‘부산도서관’ 역명 신설로부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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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성종 신라대 문헌정보학과 교수

2020년 11월 4일, 드디어 부산도서관이 개관했다. 2014년 부산시 지역 대표 도서관 건립 기본 계획을 수립한 지 6년 만의 일이다. 현재 우리나라에는 17개 시·도 중 서울을 비롯한 10개 광역지자체에서 지역 대표 도서관을 새롭게 건립해 운영하고 있다. 인천시가 2008년에 광역지자체 중에서는 최초로 미추홀도서관을 개관하여 운영하기 시작한 것과 비교하자면, 부산은 조금 늦은 편에 속하는 셈이다.

지역 대표 도서관은 광역지방자치단체의 도서관 정책을 책임지는 지방 도서관 정책체계의 중심축 역할을 하는 곳이다. 그동안 중앙 중심으로 추진한 도서관 정책체계를 지역 자치의 관점으로 바꾸고, 해당 지역의 도서관 시책과 관련된 서비스를 체계적으로 지원하기 위해 설립한 게 바로 지역 대표 도서관이다. 도서관법에서도 ‘시·도 단위의 도서관 자료의 수집·보존 및 제공, 각종 도서관 지원 및 협력사업 수행, 지역 도서관 자료의 수집 지원 및 보존’ 등 지역 대표 도서관의 역할을 명확하게 규정하고 있다. 이번에 개관한 부산도서관도 그동안 도서관 인프라 및 서비스의 낙후지역이었던 부산을 탈바꿈시키는 데 크게 이바지할 것이다.

2020년 정부의 국가도서관통계시스템 자료에 의하면, 부산은 공공도서관이 모두 44개 관이 있다. 도서관 1관당 봉사대상 인구수는 7만 7587명으로 17개 시도 중 17위, 주민 1인당 장서 수는 1.74권으로 14위, 사서 1인당 봉사대상 인구수는 1만 2574명으로 15위를 기록하는 등 도서관 인프라 및 서비스 면에서 저조한 편이다. 문화도시라는 자부심이 강한 부산의 격에 맞지 않는다. 이러한 상황을 타개해 가기 위해서는 무엇보다도 ‘부산도서관’의 제대로 된 역할이 필요하다. 부산도서관은 부산의 관종별 도서관 협력체계를 구축하고, 부산학 도서관으로서 부산 관련 자료를 집대성하며, 지역 공공도서관의 자료 이관을 통한 공동보존시스템을 구축하고, 모든 도서관의 도서관으로서 부산광역시 도서관 정책의 허브 역할을 제대로 수행할 책임이 있다.

부산도서관이 개관한 지 넉 달이 되었다. 하지만, 부산도서관이 개관한 것이나 그 위치가 어디인지 알고 있는 부산 시민은 극소수다. 물론 지금이 코로나로 인한 팬데믹 상황이라는 이유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보다 근본적인 이유는 부산도서관이 상대적으로 부산의 낙후지역이라고 일컬어지는 곳에 있고, 도서관 개관에 대한 부산시의 홍보 부족도 한몫하고 있는 게 아닐까.

지금이라도 부산시는 질 높은 도서관 인프라와 서비스에 목 말라 있는 부산 시민들에게 부산도서관의 존재와 위치에 대해 효과적으로 알릴 필요가 있다. 부산도서관이 다소 외곽지역에 있긴 하지만 다행히 부산지하철 2호선 전철역(덕포역) 등 대중교통 접근성이 좋다. 그런 장점을 십분 살려서 ‘부산도서관’이라는 명칭이 포함된 지하철 역명을 신설해, 부산 시민들에게 알리는 전략이 필요하다.

부산도서관이 위치한 지금의 서부산 지역이 향후 부산 대표도서관과 함께 새로운 부산의 ‘핫플레이스’가 될 수 있도록 부산시 차원의 강력한 정책적 배려가 필요하다.

부산국제영화제, 보수동 책방골목, 감천벽화마을 등으로 유명한 부산시는 문화도시로 발돋움하기 위한 다양한 정책들을 추진하고 있다. 부산시 북구는 부산시의 후원 하에 ‘2021 대한민국 독서대전’을 유치해 준비 중이고, 강서구에는 국회도서관의 최초 분관인 부산관이 2022년 개관을 목표로 한창 건립 중이다. 이러한 여러 노력과 변신들은 부산시를 내실 있고 경쟁력을 갖춘 문화도시 반열에 올려놓을 것이다.

문화도시 부산의 출발점이자 부산도서관 정책의 혁신은 ‘부산도서관 역명 신설’로부터 시작해야 할 것이다. 그래야 부산 지식문화를 선도할 부산도서관의 성공적인 운영을 일구고, 시민들에게 사랑 받는 부산도서관, 4차 산업혁명 시대를 견인할 부산도서관에 한 걸음 더 다가설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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