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별기고] 가덕신공항을 향한 우보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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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정택 세운철강 회장 전 부산상의 회장

2021년 2월 26일은 부산·울산·경남의 역사에 큰 획을 그은 날로 기억될 것이다.

‘가덕도 신공항 건설을 위한 특별법’이 마침내 국회를 통과했기 때문이다.

신축년 ‘소의 해’를 맞아 전해진 낭보는 부울경 주민은 물론이고 ‘신공항 전도사’로서의 내 삶에도 방점을 찍었다. 되돌아보면 소처럼 우직하게 한 걸음씩 내디딘 우보만리(牛步萬里)의 멀고도 험한 길이었다. 성과는 그래서 더욱더 값지고 열매는 달다.

신공항 전도사로서의 길은 2006년 3월 19일 부산상공회의소 회장에 취임하면서 시작됐다.

당시 부산은 성장 억제 도시로 묶여 노동집약산업만 몰려 있는 상황이었다. 미래가 보이지 않았다. 침체의 늪을 탈출할 돌파구가 필요했다. 무엇보다 부산이 동남권의 성장축이 되기 위해서는 김해공항으로는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었다.

특히 국내에서 발생한 최악의 항공사고로 기록된 2002년 4월 중국 민항기의 돗대산 추락 사고는 충격이었다. 24시간 안전하고 소음 없는 동남권 관문공항이야말로 새로운 산업과 일자리 창출의 관건이었다.

그해 12월 27일 ‘부산 북항 재개발’ 최종 보고를 받기 위해 부산을 방문한 노무현 대통령께 동북아 물류허브라는 부산의 도시 비전과 국토 균형발전을 위해서는 동남권에 안전하고 24시간 운영 가능한 새로운 공항이 필요하다는 건의를 간곡하게 드렸다.

노 대통령께서는 즉석에서 당시 옆자리에 함께한 이용섭 건설교통부 장관에게 검토 지시를 내렸고, 이듬해인 2007년 11월 15일 제2 관문공항(남부권 신공항) 건설이 타당하다는 용역 결과가 나오면서 신공항 건설 논의가 본격화됐다.

마음 같아서는 한달음에 내달아 이루고 싶었지만 15년의 긴 여정 끝에 특별법 제정으로 마침표를 찍은 것이다.

가덕의 꿈을 위해 그동안 수많은 기업인과 각계 지도자를 포함해 부산시민 모두가 힘을 실어 주셨다. 그래서 이번 특별법 제정은 우리 부산이 이룬 쾌거이자 부산시민이 거둔 승리인 것이다. 이 자리를 빌려 중앙정부를 설득하는 데 지혜를 모아 주신 학계, 시민단체 여러분께 특별히 감사의 말씀을 올린다.

특히 지난 정권 때와는 달리 울산과 경남이 가덕신공항 건설에 전폭적인 지지를 보내 준 것이 가덕의 꿈을 이루는 데 결정적인 기여를 했다고 본다.

따라서 가덕신공항은 동남권 메가시티 구상의 핵심 자산일 수밖에 없다. 나아가 2030 월드 엑스포 부산 유치를 비롯한 부울경의 각종 현안 추진에 새로운 동력이 되어 줄 것이 분명하다. 그뿐만 아니라 부산을 포함한 동남권, 더 나아가서는 남부권의 모든 도시를 하나로 묶는 성장축이 될 것이라 믿어 의심치 않는다.

2012년 연임을 끝으로 부산상의 회장에서 퇴임하면서 가장 아쉬웠던 게 신공항 건설 사업이었다. 에어부산을 설립한 것도 신공항에 대한 염원을 실현하기 위한 방편이었다. 수많은 우여곡절이 있었지만 지역 사회가 붙여 준 신공항 전도사라는 무거운 소명이 있었기에 15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가덕의 꿈을 향한 초심을 잃지 않을 수 있었다.

이제 그 짐을 어느 정도는 내려놓을 수 있게 되었다.

앞으로 특별법이 명시한 대로 가덕도에 신공항을 건설하는 일만 남았다. 신공항 건설은 새로운 부산, 새로운 부울경의 시대를 여는 대역사가 될 것이다.

안전하고 소음 피해 없이 24시간 운영되는 관문공항인 가덕신공항에서 하늘길이 열리는 그날을 학수고대한다.

가덕신공항은 부산이 대한민국과 한반도는 물론이고 동북아의 중심도시라는 사실을 웅변할 것이다.

바닷길인 항만, 육로인 철도, 그리고 하늘길인 공항을 통해 사람과 화물이 전 세계로 뻗어 나가는 트라이포트(Tri-Port)의 중심에 부산이 굳건하게 자리하는 그날이 벌써 기다려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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