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업성 없다” 거제 고현버스터미널 이전, 3차 공모도 무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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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5년 시내·시외버스 터미널 기능을 결합해 지어진 거제 고현버스터미널. 부산일보DB

경남 거제시 고현버스터미널 이전이 민간 사업자를 찾지 못해 하세월이다. 이달 마감된 3번째 공모마저 무산됐다. 장기 불황 속에 최소 1000억 원 이상으로 추정되는 투자비 부담이 큰 탓이다. 이전대상지까지 확정하고 사업을 구체화한 지 올해로 6년째, 더는 민간 투자에 기대지 말고 공공 개발 방식으로 전환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14일 거제시에 따르면 이달 초 마감된 ‘도시계획시설(거제 여객자동차터미널)개발 사업제안 모집 공고(3차)’에 최종 제안서를 낸 기업이 없는 것으로 확인됐다.

조선 불황에 1100억 투자 부담
선뜻 나서는 민간 사업자 없어
연초면 이전 계획 6년째 표류
민자 대신 공공개발 여론 커져

이 사업은 고현동 시가지에 자리잡은 고현버스터미널을 연초면 들녘으로 옮기는 프로젝트다. 현 터미널은 1995년 건립됐다. 보통 시외버스 전용인 타지역 관문 터미널과 달리 시내버스 터미널을 겸하고 있다. 당시만 해도 버스 노선이 많지 않고 주변도 번잡하지 않아 큰 불편은 없었다. 그러나 삼성중공업 거제조선소 배후지로 인접지 개발이 가속화하고 고현동이 지역 최대 도심으로 팽창하면서 이용자 불편도 커졌다.

20여 년 전 지어진 비좁고 낡은 시설로는 늘어난 노선과 이용자를 모두 수용하기는 역부족. 특히 대형버스에 시설 이용 차량이 뒤엉켜 주변 도로 체증을 유발하고 이용자 안전까지 위협한다는 지적이 잇따랐다. 2018년 9월 승차장에 있던 중학생이 진입하던 버스에 치여 숨지는 사고도 있었다.

거제시는 터미널 이전 요구가 계속되자, 2006년 개발 구상에 착수, 2009년 터미널 이전 방침을 확정했다. 하지만 이전 대상지가 마땅치 않아 표류했다. 이 과정에서 시의회에서도 찬반이 엇갈리면서 차일피일 미뤄졌다. 그러다 2015년 여객터미널 기본계획 용역을 거쳐 연초면 연사리 1280-6 일원 8만 516㎡ 들녘을 낙점했다. 현 터미널과 직선거리로 2.5km 떨어진 곳으로 도시 확장성과 광역 교통망 접근성 등을 두루 고려한 결정이다.

개발 대상지 중 터미널 부지가 7만 612㎡, 나머지 9904㎡는 접속도로다. 거제시는 시내·외 터미널 시설을 비롯해 차고지, 주유소·가스충전소, 유통 판매시설을 갖춘 복합터미널로 밑그림을 그렸다. 여기에 주변 지역도 역세권으로 개발한다는 계획이다. 사업비는 최소 1100억 원 이상으로 추정된다. 민간사업자가 개발 방식을 제안하고 필요한 재원을 투자하는 ‘수익형 민자사업(BTO)’ 방식이다.

사업자는 인구 30만 명을 기준으로 이용객을 산정, 터미널과 부대 사업 계획을 수립해야 한다. 시는 이를 토대로 사업수행능력을 종합 평가해 적격 사업자를 가려내기로 했다. 이후 2018년과 2019년 그리고 이번까지 3차에 걸쳐 공모를 진행했다. 3번 모두 최초 의향서를 낸 기업은 있었지만 매번 최종 제안서를 접수하지 않았다. 해당 기업은 장기 불황 여파로 내부 자금 사정이 여의치 않은 상황에 거제의 주력 산업인 조선 침체가 계속되는 등 지역 경제 불확실성도 커 포기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때문에 지금이라도 사업 방식을 바꿔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공공 편의를 위한 사업인 만큼 민자 유치를 고집할 게 아니라 지자체가 일부 예산을 부담하고 사업을 주도하는 공공 개발로 방향을 재조정할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지역 시민단체 관계자는 “공공성이 클수록 사업성은 떨어진다. 기업으로선 투자금 회수를 장담할 수 없으니 망설여지는 건 당연하다”면서 “막연히 민자를 바랄 게 아니라 사업자 부담을 최소화하면서 사업을 진행할 수 있는 다양한 해법을 고민해야 할 시점”이라고 말했다.

이에 대해 거제시 관계자는 “연내 추가 공모를 진행할 계획”이라며 “시민과 방문객 불편을 하루빨리 해소할 수 있도록 가능한 방안을 고민 중”이라고 밝혔다.

김민진 기자 mjkim@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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