빗장 풀린 부산 클럽, 수도권 등 원정객 몰려 ‘조마조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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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도권과 달리 지난주부터 영업 제한이 풀린 부산으로 원정 오는 클러버들이 많아 방역 당국이 긴장한다. 올 1월 경찰이 방역수칙을 어긴 서면 클럽을 단속하고 있다. 부산일보DB

“방역당국이 클럽 문 열어줘서 가는 것인데 무슨 문제가 있나요?”

21일 0시 10분께 부산 부산진구 서면의 한 클럽 앞에서 만난 심 모(24·여) 씨의 말이다. 그는 이날 친구 3명과 함께 이 클럽을 찾았다. 이들이 향한 클럽은 리모델링을 거쳐 마침 이날 개장했다. 테이블 대부분은 예약된 상태였고 대기줄까지 있었다. 심 씨는 “방역당국이 공식적으로 클럽을 풀어줬는데, 그러면 와서 놀아도 문제 없는 것 아니냐”며 “타 지역 친구들도 ‘부산 원정’을 계획 중인데, 앞으로 주말은 물론 평일에도 친구들과 클럽을 찾을 것”이라고 말했다.

15일부터 영업제한 해제
젊은 세대 “부산으로 가자”
주말 예약 문의 전화 쇄도
‘방역수칙 준수’ 특별 단속

지난주부터 부산 클럽이 일제히 문을 열면서 부산의 방역당국이 ‘풍선효과’에 바짝 긴장한다. 운영 제한이 해제된 첫 주말인 지난 20~21일 서면 클럽, 노래방, 감성주점, 헌팅포차 등이 일제히 불을 밝혔고 거리는 시민들로 북적였다. 온라인에서는 ‘부산 클럽 원정’이라는 용어가 생겨날 정도고, 부산 지역 클럽마다 문의·예약 전화가 빗발친다.

21일 부산시에 따르면 부산의 클럽·유흥주점·단란주점·헌팅포차 등 유흥시설 5종은 지난 15일 영업제한 조치가 풀렸다. 전자출입명부 작성과 시설 면적 8㎡당 1명이라는 인원 제한을 지키기만 하면 누구나 클럽을 출입할 수 있다. 영업시간 제한도 풀렸다. 24시간 운영이 가능해진 것이다. 반면, 서울과 수도권은 여전히 오전 5시부터 오후 10시까지만 영업할 수 있다. 사회적 거리 두기 2단계가 적용되기 때문이다.

SNS와 온라인 카페에는 ‘부산 클럽 열렸다’ ‘부산으로 원정 가자’ 등의 내용을 담은 게시글이 속속 올라온다. 관광지도 많아 겸사해서 부산을 찾는 것으로 풀이된다. 한 온라인 커뮤니티에는 서울 거주 20대 남성은 “서울에서는 거리 두기 강화 조치로 클럽에서 마음껏 즐길 수 없다. 부산 클럽이 열렸다는 소식을 듣고 곧바로 친구와 기차표를 끊었다”는 글을 남겼다. 그에 맞춰 부산 클럽들도 SNS 등을 통해 24시간 영업 재개를 알리는 데 열을 올린다. 부산진구 서면의 한 클럽 영업직원 차 모(30) 씨는 “앞으로 ‘클럽 대목’이 되지 않을까 기대한다”며 “ 20대 손님 예약이 특히 많은데, 지난 주말 클럽 운영에 대해 묻는 전화만 수십 통이 걸려 왔다”고 전했다.

부산시와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 등 방역당국은 이 같은 상황을 우려해 ‘클럽 내부에서 춤을 출 수 없다’는 단서를 달았다. 하지만 업계에서는 현실성이 없는 지침이라고 목소리를 높인다.

서면의 한 클럽 관계자는 “클럽 문을 열게 해 놓고서는 춤은 추지 말라는 것은 어떤 효과를 노린 방역지침인지, 누구의 생각인지 당최 모르겠다”며 “춤을 추면 단속한다는 이야기인데, 춤을 춘다는 행위 자체가 애매해 사실상 단속이 불가능하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공무원들 사이에서도 불만이 터져 나온다. 익명을 요구한 부산의 한 구청 간부는 “유흥시설 방역지침을 보면 클럽 내부 춤추기 금지, 댄스홀, 댄스플로어 운영 금지라고 돼 있다”며 “클럽 테이블에 옹기종기 앉아 있으면 감염이 안 되고 댄스홀에서 춤을 추면 감염이 된다는 것이냐”고 답답함을 토로했다.

일단 부산시는 부산경찰청, 관할 구·군청과 연계해 이번 주말 클럽·유흥업소에 대한 특별 단속에 나선다. 부산진구청도 경찰과 함께 단속팀을 꾸렸다. 부산진구청 박상건 식품안전계장은 “풍선효과와 감염 확산 우려로 지난 주말 클럽 등을 대상으로 심야 특별 단속을 벌였다”며 “앞으로도 합동 점검을 통해 코로나 확산 방지에 앞장서겠다”고 말했다.

곽진석 기자 kwak@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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