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집국 고양이] 법 강화로 불법 번식농장 ‘고리’ 끊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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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법 번식농장을 근절하기 위해 관련 법을 강화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지난해 5월 불법 번식농장에서 발견된 고양이들(위 두 사진)과 번식농장에서 구출된 후 부산일보 편집국에서 일광욕을 즐기는 우주와 부루의 모습(아래 왼쪽). 서유리 기자

2016년 동물자유연대와 한 지상파 방송을 통해 ‘강아지 공장’의 실체가 세상에 드러났습니다. 쉴 새 없이 임신과 출산을 반복하던 강아지들의 모습이 세상에 알려지면서, 비판 여론이 들끓었습니다. 2년간 논의 끝에 2018년 동물보호법을 개정해 동물생산업을 신고제에서 허가제로 바꿨습니다.

법이 개정됐지만, 지난해 동물보호단체 라이프에서 적발한 번식농장만 2곳. 이런 불법 번식농장은 전국에 수없이 많을 것으로 추정됩니다. 애초에 법망을 피해 숨어 있다 보니 셀 수조차 없습니다. 매년 동물보호단체들의 신고로 여러 곳이 적발되고 있지만 악의 고리는 끊이지 않고 있습니다.

동물생산업 허가제 변경 불구
처벌 미약해 ‘불법 농장’ 존속
처벌 강화 ‘보호법’ 개정안 심사 중
동물생산업 이력제 도입도 과제

가장 큰 이유는 처벌이 미약하다는 겁니다. 무허가 동물생산업자에 대한 처벌은 500만 원 이하 벌금에 그칩니다. 우주와 부루가 구조된 불법 번식농장을 운영하던 농장주도 1심에서 벌금 300만 원을 선고받는데 그쳤습니다. 업자 입장에선 처벌이 ‘솜방망이’라서 허가 기준을 맞추는 것보다 벌금을 내는 걸 싸게 여길지도 모릅니다. 몰래 숨어하는 일이다 보니, ‘안 걸리면 장땡’이라는 심산으로 운영하는 거겠지요. 동물보호단체들은 불법 번식농장에 대한 처벌을 강화해야 한다고 입을 모아 말합니다.

처벌 강화뿐만 아니라 동물보호법의 세부적인 내용도 다듬을 필요가 있습니다. 현행법엔 동물생산업 직원 한 명당 돌볼 수 있는 동물 마릿수를 75마리 이하로 규정해놨습니다. 한 사람이 이렇게 많은 동물을 제대로 관리하는 게 가능할까요? 이 규정 자체가 동물학대적 요소가 있다는 지적도 나옵니다.

가까운 이웃나라 사례를 볼까요? 일본도 우리나라와 마찬가지로 무분별한 동물생산업으로 골머리를 앓았습니다. 일본은 지난해 동물보호법을 개정해 반려동물 생산업과 판매업에 대한 규제를 강화했는데요. 먼저 번식업자 1인당 사육할 수 있는 마리수를 개 15마리, 고양이 25마리로 제한했습니다. 또 무분별한 임신과 출산을 막기 위해 암컷의 출산횟수를 6회로 제한한다는 내용도 추가했습니다. 또 6세 이상의 암컷은 출산을 할 수 없도록 했습니다.

판매 규정도 강화했는데요. 판매업체 직원 1인당 관리하는 동물 마릿수를 개 20마리, 고양이 30마리로 제한했습니다. 사육 시설이나 구조, 규모와 환경에 대해서도 구체적인 기준을 마련했습니다. 또, 인터넷 등으로 동물을 판매하는 행위를 금지하기 위해, 동물 판매장소를 물리적인 점포로 제한했습니다. 동물을 분양받을 때 분양자가 동물의 상태를 직접 보여주고 설명을 하도록 의무화했습니다.

우리나라에서도 개선 노력은 이어지고 있습니다. 더불어민주당 최인호 의원(부산 사하갑)은 지난해 무허가 동물 생산업자에 대한 처벌을 강화하는 내용의 동물보호법 일부 개정법률안을 대표 발의했습니다. 발의 안에는 현행 500만 원 이하의 벌금을, 1년 이하의 징역 또는 1000만 원 이하의 벌금으로 강화하는 내용이 담겼습니다. 허가 기준을 강화하는 내용도 포함됐습니다. 해당 법안은 아직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에서 심사 단계에 있습니다.

제정된 지 30년 된 동물보호법은 지난달에도 한 차례 개정됐습니다. 가장 눈에 띄는 건 동물 유기행위에 대한 처벌을 강화했다는 겁니다. 그동안은 과태료 부과에 그쳤지만, 이제는 벌금형으로 전환됐습니다. 동물 유기를 막기 위해 판매 단계 때부터 구매자의 동물등록을 의무화하도록 했습니다. 또, 동물학대 행위의 처벌을 최대 징역 2년에서 3년으로 상향했습니다. 동물에 대한 사람들의 인식이 변하면서 지난 30년간 동물보호법도 점점 더 발전해 왔습니다. 하지만 동물과 사람이 공존하는 사회를 만들기 위해서는 아직도 가야할 길이 멉니다.

동물보호단체 라이프 심인섭 대표는 “동물을 사고파는 행위에 대한 근본적인 문제 의식이 없다면 동물학대나 유기동물 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면서 “발의된 동물보호법의 일부개정안이 원안대로 통과될 수 있도록 활동을 이어가면서, 동물생산업 허가 기준을 강화해 동물생산업 이력제 도입으로 이어질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습니다.

완연한 봄입니다. 부산일보 편집국 창문너머로 연두색 이파리가 하나둘 모습을 드러내고 있습니다. 나른한 오후에 우주와 부루는 햇살이 잘 드는 곳에서 광합성을 즐기곤 합니다.

서유리·장은미 기자 yoo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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