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공성’과 ‘시장’ 사이 헤매는 교육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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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 현 식 부산경남사립대학교수회연합회 회장

지역 대학들이 학령인구의 급격한 감소를 맞아 생존을 위해 안간힘을 다하고 있다. 이러한 위기에 내적 모순은 그 날것의 모습을 드러내기 마련이다. 수도권 대학 신입생 충원은 예년에 머무르고 있는 반면에 지역 대학들은 수도권으로 인적 자원들이 깔대기의 물이 빨려 들어가듯이 흡수되는 현상을 바라보고 있다. 이제 대학이 생존하려면 수도권으로 학교를 아예 옮겨야 하지 않을까 생각이 들 정도이다. 이미 충청권을 중심으로 수도권 이전 또는 분교설립을 미리 추진하고 있는데도 있다.

지역 대학이 이전을 하거나 문을 닫는 상황은 남의 일처럼 바라볼 일은 아니다. 대학을 바라보는 지역 구성원의 시각도 역시 중요하다. 사실 지역 대학의 위기는 지역의 위기의 전조일 뿐이다. 함께 생존해야 하는 생존공동체가 지역 대학이다.

등록금 동결·대학 평가로 지원 결정
지역 대학들 재정난 내몰려 퇴출 위기
평가는 하되 예산 지원과 연계 말아야

우리네 교육제도는 초·중·고와 대학으로 나누어진다. 초·중·고는 지방 교육청에 있고, 대학은 교육부의 직접 관할 하에 있어서 지역성을 발휘하는 행정적 연결고리는 존재하지 않는다. 지역 따로 대학 따로인 것이다.

사실 이 정부 들어서 대학에 대한 관리 책임의 손을 놓았다고 보는 편이 옳다. 차라리 전 정부는 수도권과 지방의 균형발전을 위해 대학에 대한 평가를 토대로 진학 인구의 급감에 대비하는 정책을 썼다. 그런데 지금 교육부는 아예 손을 놓고 있다. 자본주의 시장에서 생존하면 생존하는 것이고 퇴출될 대학은 퇴출되어야 한다는 논리이다. 설상가상으로 2009년부터 시작된 등록금 동결이 13년간 지속되면서 대학의 재정 상태는 적자로 돌아 선지가 이미 오래이다. 이렇게 기진맥진하고 있는 대학에다 교육부는 교육역량 평가라는 잣대를 휘두르고 있다. 대학 평가에 따라 학생들의 장학금 지원 여부가 결정되는 상황에 평가 기준을 갑자기 올리니 대학들이 여기에 맞추기 위해 자해적 운영으로 고사 직전으로 내몰리고 있다. 이러한 재정위기는 오롯히 대학 교육을 책임지는 교수들에게 전가되고 있다. 교수의 임금 동결이 이미 10여년 전의 일이고 심지어 대학기금을 위해 기부를 강요받는 사태까지 벌어지고 있다.

차라리 독일을 비롯한 유럽의 대학처럼 국가가 책임을 지든지 아니면 영미 대학처럼 시장에다 가져다 맡기든지 할 일이 아닌가? 그 동안의 교육부 정책으로 볼 때 유럽식의 공공성 강화를 위한 방향으로 갈 가능성은 거의 없을것으로 보인다. 그 많은 예산을 대학 교육에 투입할 여력도 되지 않는다. 예산 타령을 하면서 전 국민의 70%가 들어가서 공부하는 대학에 일본의 반의 반에 해당하는 정도의 예산을 가지고 그것도 줄까 말까 강아지 훈육하듯이 평가라는 무기를 휘두르고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정부가 해야 할 일은 무엇인가? 아예 대학에 대한 책임을 놓을 것 같으면 평가를 예산지원과 연계하는 것 자체를 그만 두어야 한다. 아예 미국식이라면 그렇게 할 일이다. 간섭하지 말고 가만히 둬야 한다. 평가는 하되 미국처럼 평가기관에 객관적으로 맡기고 그 결과를 공표하여 학생들의 선택권에 도움을 줄수 있어야 한다. 여기에 대학에 줄 돈을 가지고 강아지 길들이듯이 해서는 안된다.

그리고 대학과 지역 현안을 결부하고, 초·중·고의 지역성을 자연스럽게 대학으로 이어지게 하려면 교육부를 폐쇄 또는 축소하고 관할청을 지역의 교육청으로 이관시켜야 한다. 지역별 특성을 따라 지역 단위의 기준으로 유연한 대학 운영과 지역의 경제의 요구와 연결돼 대학이 역할을 할 수 있도록 만들어 주어야 한다. 대학은 이미 소수만이 선택하는 고등교육이 아니다. 누구나 하는 청년교육이다. 그리고 4차 산업시대의 대학은 지식사회의 평생교육을 담당해야할 보편교육으로 전환된 지 이미 오래이다. 더 이상 적은 예산을 미끼로 이런 저런 잣대로 대학을 평가하는 행위를 그만두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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