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밀물썰물] 대선 전초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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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선 전초전’은 곧 있을 대통령 선거의 향방을 가늠하는 예선전 성격의 선거를 의미한다. 2016년 4월 13일 제20대 총선을 앞두고 정치권은 물론 많은 사람이 이 선거를 대선 전초전이라고 불렀다. 대권을 꿈꾸는 이들이 정치적 영향력을 이어 가기 위해 총선에 출마한 데다 이듬해 5월 9일 제19대 대선이 예정돼 있었기 때문이다.

4·13 총선 당시 집권 여당인 새누리당(국민의힘 전신)의 압승이 예상됐다. 총선 전 언론사들은 다수의 여론조사 결과를 토대로 새누리당이 최소 150석을 확보할 것으로 내다봤다. 막상 개표함 뚜껑이 열리자 새누리당은 과반 의석 확보에 실패하고 16년 만에 여소야대 국면이 전개됐다. 더불어민주당이 지역구와 비례대표를 합쳐 123석을 차지해 원내 제1당이 되고, 새누리당은 122석의 2당으로 밀렸다. 민주당은 기세를 몰아 1년 후 치러진 대선에서 문재인 후보를 당선시키며 집권했다. 4·13 총선을 대선 전초전으로 평가할 만하다.

4·7 부산·서울시장 보궐선거가 8일 앞으로 다가왔다. 보선은 선거로 뽑힌 선출직 공무원의 임기 도중에 사직, 사망, 자격 상실 등 이유로 빈자리가 생겼을 때 그 자리를 채우기 위한 임시 선거다. 이번 보선은 민주당 소속 전직 시장들의 성추행 파문 탓에 실시된다. 내년 6월 1일 전국동시 지방선거 전까지 잔여 임기가 1년 남짓한 시장을 뽑는다.

그런데도 민주당과 국민의힘은 4·7 보선에 당력을 총동원해 총력전을 벌이는 등 대선 수준의 힘을 쏟고 있다. 보선을 내년 3월 9일 제20대 대선의 전초전으로 보고 있어서다. 유권자가 무려 1142만여 명에 이르는 인구 1·2위 도시의 단체장 자리를 경쟁 당에 빼앗길 경우 향후 정국의 주도권을 잃고 차기 대선에서 낭패를 볼 수 있다는 위기의식이 작용한 까닭이다.

이 같은 판단은 승리에만 집착해 물불을 가리지 않는 선거 전략을 펼칠 가능성을 높인다. 상대방의 부정적인 면을 부각해 반사 이익을 얻으려는, 당선에 혈안이 된 네거티브 공격이 대표적이다. 이는 상호 비방과 거친 막말 공방을 격화하고 막장 이전투구로 연결되기 십상이다. 이 과정에서 공약 토론 같은 정책 대결은 실종되고 국민의 정치 혐오감을 키울 것이 우려된다.

안타깝게도 부산과 서울에서 네거티브 선거전으로 치닫고 있는 게 엄연한 현실이다. 중도층과 함께 진보나 보수 색채가 옅어진 유동층의 비중도 상당한 상황이다. 이들 유권자가 4·7 보선에서 과연 어떤 선택을 할지 자못 궁금하다. 강병균 논설위원 kbg@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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