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식이법’ 시행 1년… 부산 스쿨존 교통사고 되레 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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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이보호구역 내 교통사고 처벌을 강화한 ‘민식이법’이 시행 1년을 맞았지만 부산에서는 보호구역 내 교통사고가 오히려 증가한 것으로 확인됐다. 29일 오후 부산 부산진구의 한 초등학교 앞 어린이보호구역으로 차량들이 지나가고 있다. 정종회 기자 jjh@

어린이보호구역(이하 스쿨존) 내 교통사고 처벌을 강화한 ‘민식이법’이 시행 1년을 맞았지만, 부산에서는 관련 사고가 되레 증가한 것으로 확인됐다. 이에 따라 앞으로 부산 지역 내 안전 구조물을 더 설치하고, 운전자 경각심을 고양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시행 9개월 만에 44건 발생
이전 1년 33건 비해 33% 증가
단속카메라 추가 설치 등 영향
과속·불법 주정차 단속도 늘어
“시설 보강·안전 교육 강화해야”

부산경찰청 교통과에 따르면 민식이법이 시행되기 전 1년간(2019년 3월 25일~2020년 3월 24일) 스쿨존 내 어린이 교통사고 건수는 33건이다. 하지만 민식이법 시행 후 1년도 안 된 9개월간(2020년 3월 25일~2020년 12월 31일) 발생한 사고는 44건으로 오히려 늘어났다. 스쿨존 내 과속 차량과 불법 주정차 단속 건수도 마찬가지다. 민식이법 시행 이전 1년간 과속 차량으로 적발된 건수는 6만 1829건이었으나, 시행 이후 같은 기간 동안 6만 3833건으로 3.2%(2004건) 늘어난 것으로 확인됐다. 불법 주정차 단속 건수도 크게 늘어 시행 이전에는 1년간 5건에 불과했으나 시행 이후에는 62건이었다. 불법 주정차로 부과된 과태료도 시행 전 8억 1323만 원에서 시행 후 20억 9370만 4000원으로 폭증했다.

민식이법은 2019년 9월 충남 아산시의 어린이보호구역에서 횡단보도를 건너다 교통사고로 숨진 김민식(당시 9세) 군의 이름을 딴 법률이다. 구체적으로는 개정된 도로교통법과 특정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을 뜻한다. 스쿨존 내 과속단속카메라 설치를 의무하고 13세 미만 어린이 교통 사망 사고가 발생할 경우 운전자를 무기 또는 3년 이상의 징역에 처하는 게 핵심이다.

경찰과 지자체는 민식이법 시행 이후 과속카메라 추가 설치와 스쿨존 불법 주정차 주민신고제 시행으로 부산 지역 내 적발 건수가 늘어났다고 분석하고 있다. 민식이법 시행 이후 부산 스쿨존에는 과속단속카메라 101대가 추가로 설치됐다. 여기에다 부산시는 주민이 불법 주정차 사진을 찍어 신고하는 ‘주민신고제’를 지난해 8월부터 실시 중이다.

하지만 애초 부산시와 지자체가 목표로 했던 과속카메라 426대가 아직 설치되지 않았다. 민식이법 이전과 이후에 설치한 178대 중 22대는 작동하지 않는 상황이다. 따라서 관련 적발 건수 증가를 당연한 것으로 여겨선 안 되고 운전자 교육을 강화해야 한다는 분석이 나온다. 민식이법 이후 적발 증가 현상을 단순히 단속 강화의 결과로 봐서는 안 된다는 의미이다.

아울러 어린이 보행자 안전을 위해 관련 구조물을 더 설치해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된다. 실제로 지난해 6월 15일 부산 해운대구 한 초등학교 인근 스쿨존에서 한 승용차에 치여 어머니가 경상을 입고 6세 자녀가 사망하는 사고가 발생했다. 중앙선을 넘어 좌회전하던 차량에 부딪힌 승용차가 중심을 잃고 내리막길을 내달리다 초등학교 정문 앞 보행로를 걸어가던 모녀를 덮친 것이다. 당시에 사고 지점에 보행로 가드레일이 있었다면 인명 피해를 막을 수 있었다는 지적이 이어졌다. 도로교통공단 부산지부 최재원 박사는 “사고 방지 방법에는 시설 보강과 처벌 강화, 운전자 교육 등이 있다”며 “처벌 강화는 민식이 법 제정으로 이뤄졌고 앞으로는 안전 구조물들을 추가로 설치하고 어린이 교통안전 교육을 의무화하는 방식으로 인식을 개선해야 한다”고 말했다. 박혜랑 기자 rang@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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