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아파트 ‘홈네트워크’ 시공 외면·감독 소홀 이대론 안 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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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축 아파트의 필수 설비인 지능형 홈네트워크 시설이 실제 공사 현장에서는 제대로 설치되지 않는 경우가 허다하다고 한다. 현행 주택법을 거스르는 명백한 ‘불법’이지만 비용 절감을 노린 시공사의 꼼수와 관할 지자체의 관리·감독 부실 아래 버젓이 자행되고 있다는 것이다. 입주민은 마땅히 제공받아야 할 시설의 미비에 따른 재산상의 피해는 물론이고 정전 등 재해 발생 시 사고 위험성과 함께 인터넷 해킹에 따른 사생활 침해 등 각종 피해를 감내해야 한다. 그런데도 아파트 분양가에는 홈네트워크 설비 비용이 포함돼 있었으니 입주민 입장에서는 “사실상 사기 분양이나 다름없다”는 분통을 터뜨릴 만하다.

설치 미비는 엄연한 불법, 입주민만 피해
부산시 선제적 대응, 법적 준수 견인해야

홈네트워크는 실내·외에서 집안의 모든 장치를 사물인터넷(IoT) 기술로 제어하는 첨단 설비를 가리킨다. 홈네트워크 시대를 미리 대비한다는 목적으로 정부는 2008년 관련 법률들을 정비해 의무 설비 20가지를 중심으로 표준화된 기술 기준을 마련한 바 있다. 홈네트워크를 설치하는 30세대 이상 아파트는 이 기준에 따라 관련 설비들을 반드시 갖춰야 한다. 하지만 이를 지키는 곳은 거의 없다는 데 문제의 심각성이 있다. 일반인에게는 생소한 일로 보이지만, 취재에 따르면 이런 불법 행위는 이미 전국적으로 만연한 현상인 것으로 드러났다. 최근 홈네트워크 시공 부실로 인한 재산권 침해를 이유로 법적 소송 태세에 들어간 경남 김해시 1500세대 규모의 한 아파트의 사례는 그 일부분일 뿐이다.

문제는 이 같은 불법 미시공 행태를 관리·감독해야 할 관할 지자체가 손을 놓고 있다는 사실이다. 기초지자체는 물론 광역지자체의 건축 심의에는 홈네트워크와 통신 설비에 관련된 논의 자체가 없는 것이 현실이다. 더 큰 문제는 정확한 기준과 업무 분장을 제시하지 않아 혼선을 야기하고 있는 중앙부처의 무책임이다. 이런 상황에서 일선의 담당 공무원이 까다롭고 전문적인 기술 기준을 시공사에 관철해 내기란 사실상 쉽지 않다.

물론 홈네트워크 장치가 모든 아파트에 설치되는 건 아니다. 그러나 세상은 ‘지능형 스마트 홈’ 시대로 빠르게 변신하고 있고, 결국 이는 아파트 건축의 대세를 이룰 것이 분명하다. 그렇다면 홈네트워크 아파트의 설비 기준 준수는 필수적이다. 부산시가 더 이상 뒷짐지지 말고 부산 지역 홈네트워크 아파트가 법적 기준을 지키고 있는지 면밀히 따져 봐야 하고, 필요하다면 전수 조사 등의 적극적인 행정에 나서야 한다. 홈네트워크 부실시공으로 보안이나 방범에 구멍이 뚫릴 경우 그 피해는 상상만 해도 끔찍하다. 지자체가 중앙정부의 조치에만 의존할 게 아니라 설치 가이드라인을 만들어 보는 선제적 노력도 필요하다. 결국은 시민의 안전과 생명이 걸린 문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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