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혼 총체 ‘동학’ 통해 한국 사상 핵심 천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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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경대전 1·2/도올 김용옥

“최제우(1824~1864)는 한국사상사에 있어서 최대의 인물이다.” 시인 조지훈이 1959년에 했던 말이다.

1, 2권은 엄청난 광휘의 책이다. 도올 김용욕이 한국사상사의 정점에 있는 최제우가 쓴 동학의 경전인 의 해설·역주를 완성한 책이다. 아니 그렇게 말해서는 이 책의 진의가 드러나지 않는다. 동서양 고전을 종횡한 도올의 평생 공부가 집약된 역작이라고 해야 한다. 1권의 부제는 ‘나는 코리안이다’이고, 2권의 부제는 ‘우리가 하느님이다’이다. 조선혼(朝鮮魂)의 총체가 들어있는 동학사상을 통해 ‘한국’을, ‘한국 사상’을 선포하고 있는 것이다. ‘인간 스스로가 하늘’이라는 한국 사상의 핵심을 천명한 것이다.

최제우가 쓴 동학 경전 해설·역주한 책
‘인간이 하늘’이라는 조선 사상 흐름 통찰
“조선 민중은 세계사 최전위 걷고 있다”
우리 역사·사상에 대한 자신감 심어줘

도올은 동학으로 집대성된, 그것으로 내달렸던 한국 사상 흐름을 명쾌하게 한 줄로 통찰하고 있다. 구체적으로 1권에 100쪽에 달하는 ‘조선사상사대관’이 그것이다. 그는 “동학은 홍익인간을 내건 고조선의 부활”이라며 “우리 조선 민중은 지금 세계사의 최전위에서 걸어가고 있다”고 포효한다. 인간의 삶을 변혁하는 대전환이 보통 3세기의 시간을 요구한다고 본다면 에서 최근의 촛불혁명까지 1세기 반, 우리는 지금 정오의 시점에 서 있다는 것이다. “동학은 기나긴 조선 역사의 연속적 토양에서 피어난 정미한 꽃이다.” 지금 한국은 조선 역사에서 피어난 꽃을 활짝 피우려 하고 있다는 것이다.

우리 역사와 사상에 대한 자신감을 가지라는 말이다. 우리에게 밑천이 있는가. 도올은 충분하다고 말한다. 우리는 서구의 근대, 서양 사상에 전혀 주눅들 필요가 없다는 것이다. 서구의 민주주의를 뛰어넘는 민본성(民本性)의 사상을 조선 역사는 쌓아왔으며, 하나의 실증적 예로 공자의 인, 맹자의 성선에 기초한 이상적 정치 체제가 ‘조선’이었다는 것이다. 조선 시대에 동서문명을 융합한 높다란 퇴계 철학이 탄생했고, 그것의 심오한 연장선에 서서 그 시대적 한계를 돌파하는 과정 속에서 찬연한 동학사상이 탄생했다는 것이다. 서학을 변증법적으로 통일한 것이었다. 우리는 그렇게 우리의 사상을 선포하면 된다는 것이다.

도올은 동학사상을 시인 김지하와 표영삼 선생 등에게 배웠다고 한다. 2008년 작고한 표영삼 선생은 동학하는 사람들의 삶의 자세, 동학의 디테일을 많이도 가르쳐준, 도올에게는 ‘살아있는 동학’이었다고 한다. 그가 보기에 김지하는 동학을 실천적 가치로서 민중들의 심성에 배양시킨 최초의 사상가라고 한다. 특히 김지하는 해월 최시형에 대한 심오한 통찰을 지녔다고 한다. 보건대 최시형은 직관과 천성의 교감으로 스승 최제우의 사상을 체득했는데 그는 매우 시적(詩的) 인물인 것 같다. 그 시적인 경지가 시적인 경사의 많은 사람들을 감동시키는 것일 테다. 도올은 말한다. “동학은 철학도 아니고 논리도 아니다. 동학은 철학이 아닌 느낌이요, 논리가 아닌 우리 혈관 속의 움틈이다.”

도올이 보기에 최제우와 최시형의 죽음은 그 자체가 하나의 혁명이었다. 근대 세기에 50년 동안 하나의 사상운동이 내분이나 분열 없이 ‘다시 개벽’이라는 이상적 가치를 위해 30만 명 이상이 목숨을 잃으면서 순결하게 헌신한 사례를 이 지구상에 찾아볼 수 없다는 것이다. 그만큼 동학은 세계적으로도 위대하다는 것이다.

동학의 제1의 원리는 인간의 자율성이라고 한다. 인간이라는 존재 안에 이미 모든 천지의 조화가 구비되어 있다는 사상인 것이다. 이를 두고 타율적 구원이 아니라 자율적 구원의 사상이라고 도올은 말한다. 사람이 ‘한울’이라는 말이다. 그런데 도올은 ‘한울’은 억지로 만든 말 같다며 ‘하늘’이 맞으며, 나아가 ‘하느님’이라는 누구나 다 아는 말을 사용하자고 주장한다. 그래서 ‘우리가 하느님이다’라는 것이다.

1권은 서언, 큰선생님(수운) 문집, 조선사상사 대관, 하늘님 천주에 관하여, 수운 그 사람에 관하여, 동경대전 판본에 관하여 등으로 구성돼 있다. 2권은 포덕문 동학론 수덕문 불연기연 축문 등등으로 이뤄진 의 상세한 역주, 180쪽의 세밀한 동학 연표(1779~2021), 용담유사 원문으로 이뤄져 있다.

김용옥은 “동학은 눈물이다. 은 한민족의 바이블이다”라며 “이 책을 피로 썼다”라고 웅변한다. 도올 김용옥 지음/통나무/1권 560쪽, 2권 576쪽/각권 2만 9000원.

최학림 선임기자 theos@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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