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련산 구리 광산 중금속 오염 방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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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 수영구·연제구·남구에 걸쳐 있는 금련산 중턱 폐광산 주변이 기준치를 초과하는 중금속으로 오염된 것으로 드러났다. 이 광산은 수십 년간 방치되면서 인근 주민들이 ‘갱내수’(광산굴 안에 고여있는 물)를 생활용수로 사용한다는 증언까지 나와 등 광산 일대에 대한 정밀 조사가 시급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일제강점기 채굴 이후 폐광
납·아연 등 기준치 초과 검출
주민 ‘갱내수’ 생활용수 활용
전문가들 “정밀 조사 시급”

취재진이 최근 동의분석센터에 금련산 A광산의 토양 성분 검사를 의뢰한 결과, 기준치를 초과하는 구리, 납, 아연 성분이 검출됐다. 구리는 A광산 상부 토양에서 709.2mg/kg이 나와, 토양환경보전법에서 정하는 임야의 토양오염 우려기준(500mg/kg)을 1.4배가량 넘어섰다. 납과 아연도 각각 417.7mg/kg, 809mg/kg이 검출돼, 기준치(납 400mg/kg, 아연 600mg/kg)를 초과했다.
특히 A광산은 지목이 ‘임야’지만, 150m가량 떨어진 곳에 수십 채의 민가로 이뤄진 광산마을이 있다. 또 폐광 내부는 사람 왕래가 잦은 한 절의 동굴법당으로 쓰여 사실상 토양환경보전법이 정하는 1지역(공원, 과수원 등)에 가깝다. 이를 기준으로 할 경우 구리 검출량은 토양오염 우려 기준(150mg/kg)의 4배를 웃돈다. 카드뮴도 기준치(4mg/kg)를 0.93mg/kg 초과한다.

갱내수 수질 검사에서는 카드뮴, 구리, 아연 등이 검출됐지만, 기준치를 초과하지는 않았다. 그러나 채취하는 장소에 따라 검출량이 다를 수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의견이다. 게다가 갱내수를 생활용수로 썼다는 주민 증언도 나와 안전을 확신할 수는 없다. 광산마을 주민 김 모(80·수영구 망미동) 씨는 “물을 구하기 어렵다 보니, 많은 사람이 자주 드나들며 광산굴 내외에 있는 물을 퍼 가곤 했다”면서 “광산에서 내려오는 물을 꽃밭 등에 뿌리기도 했다”고 밝혔다. 현재 A광산을 동굴법당으로 사용하는 사찰 관계자에 따르면 폐광 갱내수를 방문객들이 떠 가는 일도 잦았다. A광산은 일제강점기 때 일본인들이 구리를 캐기 위해 뚫은 것으로 추정된다. 다만 부산시, 한국광해관리공단 등에 A광산에 대한 공식 기록은 남아 있지 않다.

전문가들은 호흡, 접촉 등으로 A광산의 중금속이 인체에 유입될 우려가 있는 만큼 정밀조사가 필요하다고 말한다.

경성대 환경공학과 신현무 교수는 “이 정도의 수치가 나왔다면 주변에 대한 중금속 실태조사를 벌여야 하고, 필요 시 오염된 토양에 대한 복원 명령을 내려야 한다”면서 “자연환경 변화 등으로 갱내수에서도 중금속 성분이 추가로 나올 수 있으므로 모니터링에 나서야 한다”고 밝혔다. 이승훈·남형욱 기자 lee88@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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