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대-부산교대 통합 반대...현영희 부산교대 총동창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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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등교육 본질’ 왜곡 밀실 야합 용납 못 해

지금 나라가 온통 코로나19와 싸우고 있고, 학생들은 비대면으로 수업을 해야 하는 고통 속에서 지내고 있다. 이런 와중에 부산교대와 부산대는 동문과 학생의 극렬한 반대에도 통폐합을 위한 양해각서(MOU)를 비밀리에 졸속으로 체결했다.

너무나 갑작스럽게 벌어진 일이라 황당한 마음에 우리 동문들과 학생들은 경악을 금치 못하고 있다. 그래도 동문들과 학생들은 오세복 부산교대 총장의 양심과 도덕성을 믿었으나 그것은 우리만의 희망에 불과했다.

부산교대는 70여 년의 역사를 지닌 초등교원 양성 기관으로 꾸준히 성장 발전해 오늘에 이르렀다. 우수한 인재들이 교대에 입학해 어려운 여건 속에서도 초등교사로서의 자긍심과 사명감, 책임감을 가지고 부산과 대한민국의 기초교육을 담당해 왔다. 동문들과 학생들이 통폐합 MOU를 반대하는 이유는 다음과 같다.

첫째, 초등교육의 본질을 왜곡하고 초등교원의 전문성을 경시할 우려가 크다. 초등교육은 중등교육에 비해 전인교육과 인성교육을 바탕으로 한 교원의 전문성과 특수성이 더 요구된다. 그런데 통합 찬성 측은 이러한 면을 무시한 채 학령인구 감소와 재정 악화 문제를 들어 MOU를 체결했다. 교육은 ‘홍익인간’의 이념에 근거해 인격도야에 바탕을 둬야 한다. 초등교원의 전문성과 교육의 본질을 경제나 숫자의 논리에 근거를 두는 것은 도저히 용납할 수 없는 무지한 처사이다.

둘째, 학생들과 동문들의 의견 수렴 없이 통합을 독단적으로 추진하는 문제이다. 학생의 84%, 동문의 90% 이상이 반대하는데도, 오 총장과 몇 사람 교수가 주도해 일방적으로 MOU를 체결하고 통폐합하는 것은 도저히 용납할 수 없는 일이다.

셋째, 정당한 절차를 거치지 않고 밀실에서 야합하는 통폐합은 있을 수 없다. 교수, 학생, 동문의 반대에도 오 총장과 몇몇 교수의 일방적인 의견만 내세운 채 민주적 철자를 거치지 않았다. 오 총장의 고집으로 밀실에서 통폐합을 위한 MOU를 추진한 셈이다. 과연 이러한 행위가 정당한 일인가.

넷째, 지금처럼 무리하고 성급하게 임기 말의 오 총장이 통폐합을 서두를 이유가 없다. 지난해 11월 4일 열린 전국교대총장협의회에서는 교대와 종합대의 통폐합을 반대하는 의견을 제시한 바 있다. 오 총장의 임기가 몇 달 남지 않았음에도 유독 부산교대와 부산대가 이렇게 성급하게 통합을 추진하는 이유가 무엇인지 그 저의가 의심스럽다. 오 총장의 취임 당시 공약집에는 통폐합에 관한 내용은 없었다. 그런데 오 총장은 공약집에는 없지만 구두로 통폐합을 공약했다고 한다. 이 자체가 교수, 학생, 동문을 속인 게 아니고 무엇인가.

지금 3만 동문과 학생들뿐만 아니라 다른 대학 출신 교사들의 분노는 하늘을 찌를 듯하다. 학생과 동문의 동의 없이 이뤄진 통폐합 MOU 체결은 무효다. 우리 동문들은 초등교육의 본질과 전문성을 지키기 위해 끝까지 노력할 것이다. 대한민국의 초등교육이 바로설 수 있도록 끝까지 투쟁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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