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억 대출해 준 땅, 2배로 되산 ‘수상한 농협’

부산닷컴 기사퍼가기

지역 출신 현역 유력 정치인을 보좌한 최측근의 친형이 공매로 나온 땅을 농협 대출로 헐값에 샀다가 1년 만에 해당 농협에 2배가 넘는 비싼 값에 팔아 수억 원의 차익을 본 것으로 확인됐다. 해당 정치인 관여 여부에 초미의 관심이 쏠리고 있다.


2017년 85억에 사들인 신축 부지
1년 전 거액 대출 해 준 땅 밝혀져
울산 유력 정치인 최측근 친형 등
땅 판 4명, 1년 만에 43억 차익
정치인 최측근, 당시 고위직 재직
농협 ‘눈치보기’ 특혜 대출 의혹

5일 취재를 종합하면, 울산 A농협은 2017년 11월 23일 종합청사 신축 부지로 6289㎡를 85억 원에 매입했다. 지역 출신 정치인 최측근의 친형 B 씨 등 4명이 1년 전인 2016년 10월 27일 공매로 42억 원에 샀던 땅이다. 매입 자금은 대부분 A농협에서 토지 담보 대출로 마련했다. 등기 서류에 나온 채권최고액을 근거로 대출액을 산정하면 한 명당 적게는 6억 원, 많게는 10억 원까지 총 30억여 원을 대출받은 것으로 추산된다. 농협 측은 “(B 씨 등 4명은)같은 땅을 담보로 지분 비율이 같아 동일 순위(모두 1순위)로 대출받았고, 금액은 알려줄 수 없으나 ( 추산 금액이)대략 맞다”고 밝혔다. 이들 4명은 농협에서 돈을 빌려 토지 대금을 처리하고 1년여 만에 농협에 2배 이상 받고 팔아 43억 원 차익을 거둔 것이다. A농협은 2016년 초부터 본관 신축 부지를 물색 중이었다. 주변 중개 업소 관계자는 “땅 매입 시기와 자금 흐름, 수익 규모를 보면 공매로 땅을 산 사람들은 ‘땅 짚고 헤엄치기’나 다름없는 장사를 한 셈”이라며 “지목상 전(田)을 사서 농협 개발사업과 맞물려 단기간에 한 명당 수억 원씩 챙겼는데 예사 땅 투기가 아니다”고 말했다.

A농협이 해당 토지를 사들이는 과정에서 요식행위나 다름없는 ‘사후 총회’를 열었다는 논란도 일고 있다.

A농협은 정식 계약 당일인 2017년 11월 23일에야 농협법과 정관에 따라 업무상 토지 취득을 결정하는 조합원 총회를 열었다. 더 큰 문제는 정식 계약 40여 일 전인 10월 13일 부동산매매약정서를 체결했다는 점이다. 약정서에는 계약서와 마찬가지로 매매대금과 중도금·잔금 지급 시기 등이 명시됐다. 구체적 매매 약정 사실이 있음에도 A농협은 조합원 총회에서 해당 토지 지번조차 적시하지 않고 땅 면적만 표시한 채 뭉뚱그려 진행했다. 총회에서 한 대의원은 “우리 농협 재무 현황으로는 이번 토지 매입이 걱정 된다. 사업을 좀 더 신중하게 추진하면 좋겠다”고 우려를 표하기도 했다. 이 농협의 2017년 자본금은 87억 5000여만 원으로, 소규모 농협에 속한다. 울산지역 다른 농협 관계자는 “우리 농협은 업무상 토지 취득을 결정하기 전 매매약정서를 쓰진 않는다. 조합원에게 오해를 살 수 있고 법 취지와도 맞지 않는다고 본다”며 “어떤 농협이든 거액의 예산을 집행하는데 총회에서 지번을 공개하는 것은 당연한 일 아니냐”고 말했다.

A농협 측은 “(B 씨 등 4명이)대출을 받고 나서 땅을 팔 의사가 있다는 것을 확인한 뒤 본관 신축 부지로 매수했고, 지금 땅값도 많이 올라 자체적으로는 성공한 투자로 본다”며 “몇 년 전부터 후보지 5~6곳을 물색하면서 총회 전 무산된 경우가 많아 시행착오 끝에 매매약정서로 확답받은 것이고, 총회에서 지번을 공개하면 매도인이 그 소식을 듣고 토지가격을 올릴까 봐 면적만 표시하고 의결했다”고 해명했다.

하지만 B 씨 동생이 유력 정치인의 보좌진인 데다 문제의 땅을 사고판 시점에 고위 공직자로 재직한 점이 알려지면서, 농협이 눈치 보기 대출을 했거나, 토지 매매 과정에서 외부로부터 제공된 정보를 활용했을 가능성도 제기된다.

A농협 조합장은 “B 씨가 누군지는 알았지만 대출이나 땅 거래와는 무관하다”고 말했다. B 씨 동생은 기자와의 통화에서 “형의 땅 매입 사실을 전혀 몰랐다”며 “개발 인허가와 관련된 것도 아니고 내가 개입한 부분도 없다”고 밝혔다.

권승혁 기자 gsh0905@busan.com


당신을 위한 AI 추천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