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 노래주점 살인' 경찰, 피해 손님 '112 신고' 묵살 정황

성규환 부산닷컴 기자 bastion@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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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일 오전 인천시 중구 신포동 한 노래주점에 출입 금지를 알리는 안내문이 부착돼 있다. 30대 업주 A씨는 지난달 22일 오전 2시께 자신이 운영하는 이곳 노래주점에서 40대 남성 B씨를 살해한 뒤 시신을 유기한 혐의를 받고 있다. 연합뉴스 12일 오전 인천시 중구 신포동 한 노래주점에 출입 금지를 알리는 안내문이 부착돼 있다. 30대 업주 A씨는 지난달 22일 오전 2시께 자신이 운영하는 이곳 노래주점에서 40대 남성 B씨를 살해한 뒤 시신을 유기한 혐의를 받고 있다. 연합뉴스

지난달 인천 한 노래주점에서 40대 남성이 실종된 사건이 결국 노래주점 업주가 손님을 살해해 시신을 유기한 용의자로 밝혀진 가운데, 경찰이 사건 당시 피해자의 112 신고를 받고도 현장에 출동을 하지 않은 정황이 드러났다.


경찰 등에 따르면 12일 인천 중부경찰서는 살인 및 사체유기 혐의로 30대 중반 노래주점 업주 A씨를 체포했다. A씨는 지난달 22일 오전 2시께 자신이 운영하는 인천시 중구 신포동 한 노래주점에서 40대 남성 B씨를 살해한 뒤 시신을 유기한 혐의를 받는다. 앞서 B씨는 지난달 21일 오후 7시 30분께 지인 C 씨와 함께 이 노래주점을 방문한 뒤 돌연 실종됐다. 같은 날 오후 10시 50분께 이 노래주점을 혼자 빠져나온 C씨는 "B씨가 주점에서 더 놀겠다고 해 먼저 나왔다"고 경찰에 진술한 바 있다. 이후 경찰의 노래주점 내부 수색에서 A씨의 행적은 나오지 않았고 휴대전화 신호의 마지막 위치는 이 노래주점 지역으로 확인된 상태였다.



그러나 경찰이 수사전담반을 꾸려 조사하는 과정에서 업주 A씨가 용의자로 특정됐다. 현장 감식 결과 노래주점 내부에서 B씨의 혈흔과 미세 인체조직이 발견됐고, A씨가 당일 오후 6시 24분께 노래주점 인근 마트에 들러 14ℓ짜리 락스 한 통, 75ℓ짜리 쓰레기봉투 10장, 테이프 2개 등을 산 사실도 파악됐다. 결국 A씨는 사건 발생 22일 만인 이날 오전 살인 및 사체유기 혐의로 인천 자택에서 경찰에 체포됐다. 하지만 A씨는 경찰에서 "B씨가 새벽 2시 조금 넘어서 술값 문제로 실랑이를 벌이다가 나갔고 (나머지는) 기억나지 않는다"며 기존 주장을 되풀이하면서 혐의를 전면 부인한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이 인천 한 노래주점에서 실종된 40대 남성을 살해하고 시신을 유기한 혐의로 주점 업주 A씨를 체포한 12일 오후 인천시 연수구 송도신항 한 공터에서 경찰들이 실종된 남성의 시신을 찾기 위해 수색하고 있다. 연합뉴스 경찰이 인천 한 노래주점에서 실종된 40대 남성을 살해하고 시신을 유기한 혐의로 주점 업주 A씨를 체포한 12일 오후 인천시 연수구 송도신항 한 공터에서 경찰들이 실종된 남성의 시신을 찾기 위해 수색하고 있다. 연합뉴스

그런데 살해된 40대 손님 B씨가 업주 A씨와 술값 문제로 실랑이를 하는 과정에서 112에 직접 신고를 한 사실이 밝혀졌다. 연합뉴스 등에 따르면 B씨는 사건 당일 오전 2시 5분께 112에 전화를 걸어 "술값을 못 냈다"고 말했는데, 신고를 접수한 인천경찰청 112 치안 종합상황실 근무자가 위치를 물었으나 B씨는 제대로 답하지 못했다. 당시 상황실에는 B씨가 신고 전화를 하던 중 A씨로 추정되는 인물에게 "X 까는 소리하지 마라. 너는 싸가지가 없어"라고 말하는 소리도 녹음됐다. 하지만 112상황실은 B씨의 신고를 접수하고도 관할 경찰서에 출동 지령을 내리지 않았다. 일각에서는 제때 출동을 했다면 살인은 막을 수 있었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에 대해 경찰 관계자는 "당시 B씨의 신고를 접수한 근무자는 긴급하거나 생명에 위험이 있는 상황으로 판단하지 못했다"며 "아는 사람과 술값 문제로 이야기하는 정도로 알고 출동 지령을 관할 지구대에 내리지 않았다"고 말했다. 이어 "긴급하다고 판단하면 휴대전화 위치추적도 할 수 있지만 그런 상황은 아니라고 생각했다"며 "국가인권위원회도 급박한 위험이 있는 경우가 아니면 휴대전화 위치추적을 자제하라고 권고했다"고 해명했다. 그러나 다른 경찰 관계자들은 연합뉴스를 통해 "아무리 사소한 신고라도 출동해 현장을 확인했어야 한다" "결과적으로 살인 사건이 일어났고 당시 상황실 근무자의 대처가 아쉽다"는 등의 의견을 밝혔다.


한편, 경찰은 B씨를 살해한 A씨가 주점 외부에 주차된 자신의 차량을 이용해 시신을 인천신항 일대로 실어옮긴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이날 경찰은 B씨 시신을 찾기 위해 수색견 5마리와 드론 2대를 포함해, 수중수색 요원 4명 등 경찰관 127명을 인천신항 일대에 투입했다. 경찰 관계자는 "아직 B씨의 시신이 발견되지 않아 수색 작업을 이어가고 있다"며 "A씨에 대한 조사와 압수수색한 자료를 토대로 구체적인 사건 경위를 수사할 예정"이라고 전했다.


성규환 부산닷컴 기자 bastion@busan.com, 일부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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