뒷줄 왼쪽부터 시계방향으로 김홍태·채영찬·최장현 교수, 신경진·이주락·김건우 연구원. UNIST 제공

암세포가 복제 과정에서 스트레스를 받아도 빠르게 증식하는 비밀은 무엇일까. 국내 연구진이 암세포의 스트레스 해소를 돕는 단백질을 찾아내 발현을 억제하자 암세포가 죽는 현상을 확인했다. 이번 연구가 암 발생 억제와 새로운 암 치료제 개발에 기여할 것으로 기대된다.

복제 스트레스 해소 단백질 발견
UNIST 팀, 새 항암제 개발 기대

울산과학기술원(UNIST) 채영찬·김홍태·최장현 교수팀은 세포 분열 과정에서 발생하는 DNA 복제 스트레스 해소를 돕는 ‘NSMF’ 단백질을 밝혀냈다고 20일 발표했다. DNA 복제 스트레스는 복제 과정에서 발생하는 오류로 인해 DNA 복제가 멈추는 현상이다. 이 때문에 세포는 다양한 단백질(효소 등)을 동원해 오류를 교정하는데, 이번에 밝혀진 NSMF도 그중 하나다. 연구 결과에 따르면 NSMF 단백질은 DNA 복제 오류가 생긴 지점을 빠르게 알아채, 이를 수정하는 단백질을 오류 지점으로 유도하고 멈췄던 DNA 복제를 재개하도록 돕는다. 특히 연구진이 이 단백질을 만드는 유전자를 잘라내 발현을 억제하자, 암세포가 성장하지 못하고 죽는 현상이 나타났다. 또 정상세포보다 암세포에서 해당 단백질 발현량이 높았다. 이는 NSMF 단백질이 암세포의 복제 스트레스를 해소하는 ‘암 성장 단백질’로 기능할 수 있음을 의미한다.연구진은 NSMF 유전자가 결손된 쥐 실험을 통해 이런 사실을 확인했으며, 세포가 아닌 개체 수준에서 이 같은 사실을 입증한 것은 처음이다.

연구진은 “이번 연구로 암세포의 복제 스트레스 대응을 교란해 암세포를 죽이는 방식인 제4세대 표적항암제 개발이 탄력을 얻을 것”이라고 기대했다. 연구 결과는 세계적 학술지인 <핵산 연구(Nucleic Acids Research)>에 지난 8일 자로 온라인 게재했다.

권승혁 기자 gsh090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