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 손정민 父 입장문에 "간절한 마음 헤아려 진실 밝힐 것"

조경건 부산닷컴 기자 pressjkk@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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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강에서 실종된 뒤 숨진 채 발견된 의대생 고 손정민 씨 사건 관련 경찰 수사가 진행 중인 26일 오전 서울 반포한강공원에 마련된 손 씨 추모공간을 시민이 살펴보고 있다. 연합뉴스 한강에서 실종된 뒤 숨진 채 발견된 의대생 고 손정민 씨 사건 관련 경찰 수사가 진행 중인 26일 오전 서울 반포한강공원에 마련된 손 씨 추모공간을 시민이 살펴보고 있다. 연합뉴스

한강에서 실종됐다가 숨진 채 발견된 대학생 고(故) 손정민(22) 씨의 유족이 26일 입장문을 내고 친구 A 씨에 대한 추가 수사를 촉구한 것과 관련, 경찰이 "실체적 진실을 밝히기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손 씨의 아버지 손현 씨는 이날 장문의 입장문을 내고 "A 씨와 A 씨 가족에게 정민이의 입수 경위에 대해 진실을 밝혀주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손 씨는 "처음 정민이의 실종 사실을 알았을 때 기댈 곳은 마지막까지 함께 있었던 (친구) A 씨 밖에 없었다"며 "처음 A 씨에 대해선 전혀 의심하지 않았고, 오히려 배려와 감사의 뜻을 표했다"고 밝혔다.

이어 "그러나 실종 사흘째인 지난달 27일 우연히 경찰을 통해 A 씨와 그 아버지가 실종 당일 오전 3시 37분께 통화한 사실을 숨긴 것을 알게 됐고, 이외에도 쉽게 납득되지 않는 A 씨와 가족의 여러 행동을 알게 됐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손 씨의 술버릇에 대해 "이전에도 두 차례 경찰에 위치추적을 부탁한 적이 있었는데, 술에 취하면 잠드는 정민이 술버릇 때문"이라며 신입생이던 2019년 당시 귀갓길에 화장실이나 지하철 등에서 잠이 든 적이 있었다고 설명했다. 또 이를 계기로 주의를 주는 한편 위치추적 어플을 설치했다고 부연했다.

손 씨는 실종 당일에 대해 "오전 1시 24분에는 (정민 씨에게) '주위에 사람이 많고, 술을 더 안 먹고 있다'는 문자를 받았고, 이렇게 답이 오는 날은 더 이상 먹지 않고 곧 들어오기를 어긴 적이 없어 마음을 놓았다"면서 "그 날은 2월부터 격주로 계속되던 시험과 6주 간의 해부학실습과정이 끝난 첫 주말이어서 한강공원에 나간다는 걸 말릴 수 없는 상황이었고, 사람도 많고 술도 더 먹지 않고 있다는 아이에게 서둘러 귀가를 종용할 수도 없는 상황이었다"고 말했다.


한강공원에서 실종됐다가 숨진 채 발견된 대학생 손정민 씨 사건에 대한 경찰의 수사가 진행 중인 25일 오전 손 씨가 실종됐던 서울 서초구 반포 한강공원에서 시민이 추모 공간을 살펴보고 있다. 연합뉴스 한강공원에서 실종됐다가 숨진 채 발견된 대학생 손정민 씨 사건에 대한 경찰의 수사가 진행 중인 25일 오전 손 씨가 실종됐던 서울 서초구 반포 한강공원에서 시민이 추모 공간을 살펴보고 있다. 연합뉴스

정민 씨의 혈중알코올농도를 경찰로부터 전달 받았으나 이를 구체적으로 밝히지 않은 배경과 관련해선 "정민이가 거동을 할 수 없을 정도로 술에 취해 있었다는 점이 밝혀지면 혼자서 한강으로 들어가지 않았다는 점은 더욱 명확해질 것이어서 굳이 의도적으로 감출 이유도 필요도 없었다"며 "다만 경찰에서 이를 공식 발표하지 않았고, 경찰로부터 익사 주검의 경우 부패 등으로 혈중알코올농도 수치가 큰 의미가 없다는 말을 들어 '만취상태'로 답을 대체했던 것"이라고 해명했다.

손 씨는 정민 씨가 물을 즐기지 않는 성향이었다며 "쌀쌀한 날씨에 어두운 한강을 혼자 들어갔다는 것은 술에 취한 상태를 감안하더라도 있을 수 없는 일"이라고 거듭 강조했다.

또 ▲ A 씨와 가족이 실종 당일 오전 5시 이후 한강공원에 도착한 뒤 약 20분간 강 비탈면을 살핀 점 ▲ A 씨가 당시 입었던 티셔츠를 다음날 신발과 함께 버린 점 ▲ A 씨가 잠금이 걸려있지 않은 정민 씨의 휴대전화를 이용하거나 부모에게 부탁해 정민 씨 가족에게 연락하지 않은 점 ▲ A 씨 어머니가 실종 당일에는 A 씨와 정민 씨가 마신 술 종류를 청하·막걸리·소주로 특정했으나 이후 '어떤 술을 어느 정도 마셨는지 모른다'고 번복한 점 등이 의문이라고 지적했다.

A 씨에 대해서도 까치발로 휴대전화를 하는 모습이 담긴 사진이나 목격자 진술 등을 근거로 '기억이 나지 않는다'는 주장이 사실이 아닌 것으로 추정된다고 주장했다.

손 씨는 A 씨가 당시 입은 의류 등 주요 증거품이 경찰에 뒤늦게 제출됐고, 실종 당일 A 씨의 혈중알코올농도, 다툼의 흔적 등에 대한 조사가 이뤄지지 않았다며 서울 서초경찰서의 초기 대응이 미흡했다고도 주장했다.

그러면서 "마땅히 해야 할 도리를 회피하여 유가족에게 깊고 깊은 상처를 주고, 경찰 수사에서 밝혀질 것이라고 말하는 이 상황을 유가족은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지 모르겠다"며 "'일상으로의 복귀를 원한다'는 A 씨 측 변호인의 반복되는 말을 들을 때마다 분노를 참을 수가 없다"고 말했다.

아울러 영상 분석, 거짓말 탐지기 조사, 프로파일러 추가 면담 등을 통해 A 씨의 진술을 확보하기 위한 수사에 집중해 달라고 경찰에 요청했다.


23일 저녁 서울 반포한강공원 수상택시 승강장 인근에서 '고(故) 손정민 씨 진상규명 통합집회'가 열리고 있다. 연합뉴스 23일 저녁 서울 반포한강공원 수상택시 승강장 인근에서 '고(故) 손정민 씨 진상규명 통합집회'가 열리고 있다. 연합뉴스

이에 대해 경찰은 입장문을 내고 수사 현황을 설명했다.

경찰은 현재까지 강력 7개팀 전원을 투입해 A 씨를 7번(최면수사 2번 포함), A 씨 부모는 3번에 걸쳐 조사했으며, A 씨의 노트북·아이패드, A 씨 부모와 누나 휴대전화 등을 제출받아 포렌식을 벌였다고 밝혔다.

이어 A 씨와 가족의 전자기기에서 데이터·통화내역·메시지 등이 삭제된 정황을 찾을 수 없었다고 설명했다.

또 실종 당일부터 현재까지 사라진 상태인 A 씨의 휴대전화를 찾기 위해 해군 등과 공조해 노력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다만 유족 측이 제기한 의혹과 관련해선 "A 씨와 가족의 진술·행동 등 의혹들에 대해서는 사실관계 확인을 위한 조사가 진행 중으로 구체적인 답변을 드리지 못하는 점을 이해해 달라"고 했다.

그러면서 수사 보완 요구에 대해 "유족의 간절한 마음을 헤아려 실체적 진실을 밝히기 위해 최선을 다하고 있다"고 밝혔다.

조경건 부산닷컴 기자 pressjkk@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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