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금아의 그림책방] 고양이를 부탁해

부산닷컴 기사퍼가기

문화부 부장

고양이보다 강아지를 좋아하는 ‘멍멍이파’입니다. 그런데 <부산일보>에서 동고동락하는 ‘편집국 고양이’를 보며 야옹이의 매력을 재발견하는 중입니다. 잠 많은 ‘하양이’ 부루, 슬쩍 기어오르는 ‘무릎냥’ 우주는 불법 번식농장에서 구조한 고양이들입니다.

박현숙·엄정원의 <수요일을 싫어하는 고양이>는 독일의 유기동물 보호소 ‘티어하임’ 이야기를 다룹니다. 수요일에 티어하임에 들어온 고양이의 기대와 달리 주인은 찾아오지 않습니다. ‘나쁜 날’이 되어버린 수요일에 한국에서 온 민호라는 아이가 찾아옵니다. 상처받은 고양이에게 책을 읽어주는 프로그램에 참여하는 거라네요. 심드렁했던 고양이는 점점 민호에게 관심을 가집니다. 고양이는 생각합니다. ‘책이 무슨 내용인지 하나도 모르겠지만 다음 수요일이 빨리 왔으면 좋겠어.’ 고양이뿐 아니라 민호도 달라집니다. 수요일마다 고양이에게 책을 읽어주며 낯선 나라에 적응할 힘을 키웁니다. 민호가 학교에 가면서 티어하임에 못 오게 됐지만 고양이는 수요일이 좋아집니다. ‘어쩌면 수요일에 새로운 가족을 만날지도 몰라.’ 이 고양이의 이름은 미미입니다.

‘이름’을 부른다는 것은 특별한 일입니다. 노석미의 <냐옹이>에는 길에서 사는 이름 없는 고양이가 등장합니다. 사람들은 고양이를 빗자루로 쫓아내고, 고양이도 자신을 싫어하는 사람들이 싫습니다. “안녕, 냐옹아!” 한 소년이 고양이를 부릅니다. 고양이는 그냥 귀찮습니다. 공원 의자 아래서 비를 피하는 고양이에게 소년이 또 말을 겁니다. ‘쳇!’하고 생각하던 고양이의 눈이 깜짝 놀라 커다랗게 변합니다. 소년이 자신의 우산을 고양이에게 씌워주고 갔기 때문이죠(그림). 길냥이는 소년이 궁금해집니다. 소년을 기다리고 소년의 집 앞을 찾아갑니다. 소년은 “냐옹아” 이름을 부르고, 고양이는 소년을 바라봅니다. 이름 없던 고양이와 소년 사이에 의미있는 관계 맺기가 시작됩니다.

고양이 학대 뉴스가 자주 들립니다. 최근 길에서 위기에 처한 아기 길냥이를 구조한 사람이 말하더군요. “세상에 생명을 구하는 일만큼 급한 일이 어디 있겠느냐.” 맞습니다. 불법 번식농장에서, 길 위에서 고통받는 냥이도 다 소중한 생명입니다. 초록 눈동자를 가진 편집국 고양이 우주를 대신해서 말하고 싶네요. “고양이를 부탁해.” chris@busan.com


당신을 위한 AI 추천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