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성준 - 한영숙 - 이애주 - 김미자, 역사의 몸짓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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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미자의 춤 -천년의 세월이 흐르는 춤

그가 없었다면…. 오늘의 한국춤은 그의 거대한 산맥 아래 있다. 한국 근대 전통춤을 집대성한 한성준(1874~1941) 명인을 두고 하는 말이다. 한성준은 1930년대 후반 조선음악무용연구소를 창립, 100종목에 달하는 전통춤을 집대성하고 무대 양식으로 정착시켰다. 그가 창안한 승무, 태평무, 살풀이춤 등은 오늘날 최고 전통춤으로 꼽힌다. 그의 문하에서 벽사(碧史) 한영숙(1920~1989) 명무를 비롯해 빼어난 전통춤꾼들이 대거 배출됐다. 조부인 한성준 문하에서 살풀이춤, 승무, 태평무 등을 배운 한영숙은 ‘20세기 한국 전통무용계의 거목(巨木)’이었다. 1987년 이한열 열사 영결식에서 ‘한풀이’ 춤을 춰 유명해진 이애주(1947~2021·국가무형문화재 제27호 승무 보유자)는 한영숙 계보의 대표적 춤꾼이다. 국가무형문화재 제27호 승무 이수자 김미자는 이애주로부터 배웠다. 이렇게 그 계보가 역사가 돼 4대로 이어지고 있다. 이쯤 되면 이들의 몸짓은 이제 면면히 이어져 오는 ‘역사의 몸짓’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9일 국립부산국악원 예지당
한성준류 ‘본살풀이’‘한량무’
한영숙류 ‘태평무’‘살풀이’
이애주류 ‘예의 춤’ 등
전통춤 한자리서 만날 기회


이 역사의 몸짓을 펼쳐 보이는 소중한 무대가 마련됐다. 9일 오후 7시 30분 국립부산국악원 예지당(소극장)에서 열리는 ‘김미자의 춤-천년의 세월이 흐르는 춤’이다. 2021년 국립부산국악원의 수요공감 무대이기도 하다.

이날 공연의 연출을 맡은 김미자(김미자 무용단 대표)는 “면면히 이어져 오는 역사의 몸짓을 4대 김미자의 춤판으로 그 정통성과 맥을 이어가고자 한다”고 말했다.

공연에는 본(本)살풀이를 비롯해 예의 춤, 태평무, 살풀이, 한량무, 승무 등 다양한 전통춤을 선보인다. 모두 고(故) 이애주 선생이 재구성한 작품들이다.

이날 공연은 특히 한성준-한영숙-이애주류의 춤을 한 장소에서 모두 펼쳐 보인다는 데 의미가 있다. 모든 전통춤은 현재 맥을 잇고 있는 전수자와 이수자가 직접 선보인다. 위대한 춤 유산은 한 맥으로 뿌리내리고, 근본 토대는 삼라만상이 춤이 된다. 몸과 마음의 일상이 춤 언어가 되는 시대정신과 민족정신을 이어받아 삶의 동작을 장단에 맞춰 춤판을 펼쳐 보인다.

첫 무대는 이애주류 ‘예의 춤’을 주연희, 김연정, 이숙자 등 7명의 춤꾼이 선보인다. 예의 춤은 절을 하며 몸을 숙임으로써 마음으로 하늘을 경배하는 예(禮)의 정신을 기본으로 한다. 두 번째 무대는 한영숙류 ‘태평무’로, 춤꾼 김미자가 독무로 보여준다. 한성준에게 태평무를 물려받은 손녀 한영숙은 이 춤을 한영숙만의 맛과 멋으로 되살려 재정리했으며 지금은 한영숙류 태평무로 전승되고 있다. 세 번째 한성준류 ‘본살풀이’를 유주희, 김서윤 등 5명의 춤꾼이 선보인다. 본살풀이는 한성준이 정리한 살풀이 기본춤을 일컫는다. 입춤 형식의 기본춤으로 우리춤의 대표적인 기본 춤사위가 상징적으로 펼쳐진다. 네 번째 무대는 한영숙류 ‘살풀이’를 김미자의 독무로 보여준다. 한성준은 조선 말기에 당시 추어지던 입춤, 즉흥무 등을 정리, 체계화하면서 ‘살풀이’라는 명칭을 붙여 한영숙에게 즉흥무 형식으로 수건을 들고 추게 했다. 이어 변창일, 하현정, 박해리, 박성규 4명의 춤꾼이 등장하는 한성준류 ‘한량무’, 춤꾼 김미자의 독무, 한영숙류 ‘승무’도 준비돼 있다. ▶김미자의 춤-천년의 세월이 흐르는 춤=9일 오후 7시 30분 국립부산국악원 예지당(소극장). A석 1만 원, B석 8000원. 051-811-0114.

정달식 선임기자 dosol@busan.com
김미자의 ‘승무’. 김미자 무용단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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