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른말 광] < 910 >보랏빛 창포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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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진원 교열부장

‘영화헤살꾼.’

개방형 국어사전인 에 올라 있는 말인데, 무슨 뜻일까. 뜻풀이를 그대로 가져오면 이렇다.

‘영화를 아직 보지 않은 사람에게 주요 내용, 특히 결말을 미리 알려서 보는 재미를 크게 떨어뜨리는 사람.’

이쯤 되면 “아하! 스포일러”라고 할 독자도 계시겠다. 하지만, 아직은 외국어일 뿐이니 될 수 있으면 ‘영화헤살꾼’으로 쓰자. 스포일러와 나란히 놓고 보면 좀 어색해 보이긴 하지만, 많이 다녀야 길이 나는 법. 어색해도 자주 쓰면 되레 ‘스포일러’가 어색해지는 날이 올 것이다.(‘헤살’은 ‘일을 짓궂게 훼방함. 또는 그런 짓’을 가리키는 말.) 어쨌거나, 헤살꾼이 설치면 반전이 주는 재미를 느낄 수 없을 터.

오늘은 우리말에서 볼 수 있는 재미 있는 반전 하나. 우선 한 구절을 보자.

‘天下之無道也久矣(천하지무도야구의)/天將以夫子爲木鐸(천장이부자위목탁).’

천하에 도가 없어진 지 오래라 하늘이 장차 선생님을 목탁으로 삼으실 것이다, 뭐 그런 뜻이다. 여기 나온 ‘선생님’은 당연히 공자를 가리키는 말. 한데, 뭔가 이상하지 않은가. 중국에 불교가 전래된 건 공자 사후 몇백 년이나 지나서인데, 공자를 목탁에 비유하다니….

사실 저 ‘목탁’은, 우리가 아는 그 목탁이 아니다. 저 시절 목탁은 쇠로 만든, 종처럼 생긴 틀이다. 그 안에 추를 달아서 흔들면 소리 나게 돼 있는데, 추를 쇠로 만들면 ‘금탁’, 나무로 만들면 ‘목탁’이라 했다. 그러니 에 나오는 저 목탁은 지금 불교에서 쓰는 그 목탁이 아닌 것. 또, 중국에서는 그 목탁을 ‘목어(木魚)’라 부른다. 사실은, 우리나라에서도 목탁과 목어는 같은 말이다. 국립국어원이 펴낸 을 보자.

*목어(木魚): ①불공을 할 때나 사람들을 모이게 할 때 두드려 소리를 내는 기구. 나무를 둥글게 깎아 속을 파서 방울처럼 만들고 고리 모양의 손잡이를 단다. =목탁. ②나무를 잉어 모양으로 만들어 매달고 불사(佛事)를 할 때에 두드리는 기구.

흔히 ②로만 알고 있는 목어에, 목탁과 같은 뜻이, 그것도 ①번으로 있었던 것.

‘19일 경남 거창군 남상면 거창창포원에서 관광객들이 창포 꽃길 사이를 전동 카트를 타고 지나가고 있다.’

‘보랏빛 창포 꽃길’이라는 제목의 사진 기사 설명인데 여기도 반전이 있다. 보랏빛 꽃을 피운 저것은 ‘꽃창포’나 ‘붓꽃’일 확률이 높은 것. 창포는 연한 노란색을 띤 녹색(황록색) 꽃을 피우기 때문이다. 오는 14일은 단옷날이다. 창포물에 머리를 감으면 머리카락이 윤기가 나고 잘 빠지지도 않는다는데, 먼저 창포인가 잘 보시기를…. jinwoni@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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