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최고 부자로 손꼽히는 자산가들이 ‘쥐꼬리’만한 소득세를 내 충격을 주고 있다. 일부 부자들은 특정기간 소득세를 아예 한 푼도 납부하지 않은 것으로 드러났다.

미국 거부들 ‘쥐꼬리 세금’ 충격
최상위 부자 세율 불과 ‘3.4%’
베이조스엔 부과되지 않기도
중위소득 가정은 14%에 달해


8일(현지시간) 미 탐사보도매체 프로퍼블리카가 미공개 연방국세청(IRS) 자료를 분석한 결과 미 최상위 갑부 25명의 자산은 2014년~2018년 5년간 총 4010억 달러(약 448조 원)가 불어난 반면 이들이 같은 기간 연방소득세로 납부한 세액은 136억 달러(약 15조 원)에 그쳤다. 최고 부자들에게 적용된 실제 세율은 3.4%에 불과한 셈이다.

이에 반해 연 7만 달러(약 7800만 원)를 버는 미국의 중위소득 가정은 소득의 14%를 연방정부에 납부했으며, 합산 소득 62만 8300달러(약 7억 원) 이상의 부부들은 최고 세율을 적용받아 소득의 37%를 세금으로 냈다.

프로퍼블리카는 “억만장자들은 일반인이 접근할 수 없는 세금 회피 전략으로부터 종종 혜택을 누리고 있다”고 분석했다. 최상위 부자의 소득은 거의 주식이나 부동산과 같은 자산인데, 이러한 자산은 팔아서 양도 차익을 보지 않는 이상 과세 대상이 아니라는 것이다.

실제로 세계 최고 부호인 제프 베이조스 아마존 창업자는 2014∼2018년 990억 달러(약 110조 원)의 자산을 불렸지만, 같은 기간 낸 연방소득세는 이 중 1%도 안 되는 9억 7300만 달러(약 1조 원)였다. 천문학적인 재산 증가액 가운데 과세 가능한 소득이 42억 2000만 달러(약 5조 원)에 그쳤기 때문이다.

‘투자 귀재’ 워런 버핏 버크셔해서웨이 회장은 자산이 243억 달러(약 27조 원) 급증하는 동안 연방소득세는 2370만 달러(약 264억 원)만 납부, 실질적인 세율이 0.1%에 불과했다.

게다가 베이조스는 2007년과 2011년에, 머스크는 2018년에 각각 단 한 푼의 연방소득세도 내지 않았다고 프로퍼블리카는 전했다.

억만장자 투자자 조지 소로스는 2016∼2018년 3년 연속 투자 손실 등을 이유로 연방소득세를 내지 않았고, ‘기업 사냥꾼’으로 유명한 미국의 헤지펀드 투자자 칼 아이컨도 거액의 대출 이자 납부 등에 따른 세금 공제로 2016∼2017년 연방 세금을 피해갔다.

이에 대해 아이컨은 “소득세라고 이름을 붙인 이유가 있다”면서 “가난하든 부유하든 소득이 없다면 세금을 안 내는 것”이라고 항변했다.

한편 이날 보도에 대해 미 연방 정부는 개개인의 납세 자료와 같은 정부 기밀 정보가 외부에 유출된 경위를 조사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윤여진 기자·일부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