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MA 컬렉션, 미술관 보고(寶庫) 들여다보기] (118) 샌디 스코글런드 ‘신선한 혼성(Fresh Hybri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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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은 항상 미래를 위한 오늘의 사건이다.’

샌디 스코글런드(Sandy Skoglund)는 1980년대 신디 셔먼(Cindy Sherman), 바바라 크루거(Barbara Kruger)와 함께 ‘만드는 사진(Making Photo)’을 주도한 대표적인 여성 사진작가로 알려져 있다.

샌디 스코글런드는 1946년 미국 보스턴에서 태어나 노스앰튼 스미스 컬리지에서 무대 디자인을 전공했다. 스미스 컬리지 재학 중 파리로 건너가 약 2년간 미술사를 배운다. 이후 뉴욕으로 이주하여 개념 미술 작업을 이어가다 사진과 실험 영화에 빠지게 되는데, 이를 계기로 사진과 설치의 경계를 넘나드는 작업으로 전환하게 된다.

극적이고 환상적인 화면 구성이 인상적인 스코글런드의 작업에서 무대연출은 작가의 작업을 다른 장르로 확장시킨다. 사진을 찍기 위한 배경은 작가가 직접 연출하고 구성한 공간이다. 포토샵이나 보정을 사용하지 않으며 공간을 구성하는 소품, 등장인물, 색감까지 모든 디테일은 작가의 연출에 의해 창조된다.

이런 맥락에서 스코글런드의 작업은 사진의 영역에서 나아가 설치예술(installation art), 퍼포먼스 아트(performance art)로도 이해될 수 있다.

지면으로 소개하는 작품은 부산시립미술관에서 소장 중인 ‘신선한 혼성(Fresh Hybrid)’(2008)이다. 인간의 개입으로 인해 만들어진 인공-자연을 배경으로 한 ‘신선한 혼성’은 강렬한 원색 대비와 작품 배경의 텍스처에서 느껴지는 포근함과 안락함이 어우러져 알 수 없는 심리적 긴장감을 전달한다. 나뭇잎과 나무 위의 병아리는 파이프 청소 도구로, 나무껍질과 배경은 양모섬유로 만들어졌다.

샌디 스코글런드는 환경문제, 현실의 부조리 등 마냥 가볍지만은 않은 정치적 이슈를 작품에 드러내고 있다. ‘신선한 혼성’은 인간의 일방적인 개입에 의해 인위적으로 조작되고 있는 자연에 대해 은유적으로 표현하고 있다. 이를 통해 자연과 생명을 경시하는 인간의 이기심에 경종을 울리는 작품이다.

김경미 부산시립미술관 학예연구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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