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T가 부산 시민 우롱” 마케팅 역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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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T가 전격적으로 프로농구단 연고지를 수원으로 옮기면서 ‘수도권 마케팅’을 위해 부산을 버렸다는 비판과 함께 부산에서 ‘마케팅 역풍’이 불고 있다. 시민사회단체에선 “KT가 시민들을 우롱한 것”이라며 “스스로 기업 이미지를 망쳤다”는 지적까지 나온다. 농구단 이전 논란이 ‘불매운동’으로 확산될 경우 KT도 타격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수도권 마케팅하려 부산 버려”
지역화폐 매출 ‘먹튀’ 논란도

대기업의 프로 스포츠단 운영은 실질적인 매출보다 간접적인 ‘마케팅 효과’에 집중하기 때문에 KT의 프로농구단 연고지 이전에 대해선 “이해할 수 없다”는 반응이 나오고 있다. 특히 KT는 지난해 부산 지역화폐 운영만으로 100억 원에 가까운 매출을 기록하는 등 부산에서 높은 수익을 올려 ‘먹튀’ 논란까지 제기되고 있다.

KT는 프로농구단 연습장 건립과 경기장 임대료 등에 문제가 있었다고 밝혔다. 하지만 KT는 부산시와 연습장 문제 협의 시작 3일 만에 연고지 이전을 결정했다. KT프로농구단과 야구단 등을 운영하는 케이티스포츠의 공시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임차료 비용은 1억 4269만 원에 불과했다. KT야구단의 경영 악화로 당기순손실이 2019년 4억 원에서 2020년 25억 원으로 늘었지만 연매출 20조 원이 넘는 KT그룹에 부담이 될 수준은 아니다. 이 때문에 KT가 이미 그룹 차원에서 수원으로의 연고지 이전을 결정하고 기습적으로 이를 발표한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부산경제살리기시민연대 박인호 공동대표는 이와 관련, “KT가 말한 연습장 문제 등은 핑계”라며 “KT와 같은 대기업이 이렇게 부산 시민을 우롱하는 데 대해 시민들도 배신감을 느낄 것”이라고 말했다.

KT의 농구단 이전은 ‘지역 눈높이에 맞춘 경영’을 강조해 온 ‘부산·경남 광역본부’에도 큰 타격을 줄 것으로 전망된다. 구현모 KT 대표는 그동안 고객과 시장의 눈높이에 맞추겠다며 광역본부 체계를 강화해 왔다. 광역본부장은 전무급으로 격상했고, 임원도 16명에서 21명으로 늘렸다. 그러나 부산의 영업 타격을 감수하고 농구단 연고지 이전을 감행하면서 광역본부 시스템의 한계가 드러났다는 비판도 나온다. KT관계자는 “농구단의 연고지 이전은 계열사인 케이티스포츠의 결정”이라며 “농구단 이전과 무관하게 KT는 부산에서 소비자들을 위해 최고의 서비스를 제공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종우 기자 kjongwo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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