층수·면적 다른데 같은 해체 계획… ‘광주’와 닮은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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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개발 철거 현장 점검 동행기

15일 오후 부산 부산진구 가야동 한 아파트 철거현장에서 부산시, 부산진구청, 부산시건축사회 관계자가 안전사고 예방과 안전관리 방안 마련을 위해 합동점검을 하고 있다. 강선배 기자 ksun@

지난 9일 17명의 사상자를 낸 광주 재개발 철거건물 붕괴 사고가 발생한 지 일주일이 지났다. 부산은 과연 안전할까. 15일 <부산일보> 취재진은 부산시와 부산진구청, 부산시건축사회와 함께 부산 시내 공사 현장을 둘러보면서 위험 요인이 없는지 살펴봤다.

점검단은 오후 2시께 부산진구 가야동의 한 아파트 철거공사 현장을 찾았다. 이 현장에서는 700여 세대 아파트 신축을 위해 기존 다세대 주택 철거가 이뤄지고 있었다. 철거업체는 올 3월 본격적인 철거에 들어가 현재 건물 5동 중 2동을 철거한 상태다.

사고 요인‘미반출 폐기물’ 방치
감리 없는데 작업도 ‘비일비재’
비용 줄이려 아래부터 철거도
안전요원·보행로 확보 ‘필요’
부실한 해체 계획도 보완해야


이날 점검이 시작되자마자 해체계획서 부실이 드러났다. 해체 대상 건물의 층수나 면적이 다 다른데도 해체계획서가 모두 똑같았다. 점검단은 해체 대상 건물의 특성에 맞는 해체계획서를 새로 작성해 공사를 진행할 것을 지시했다. 각 건물이 어디 있는지에 따라 각각 다른 계획서가 마련되어야 안전한 철거가 가능하다.

광주 사고도 사고 건물이 버스정류장과 인접해 인명피해 위험성이 있었다. 그러나 해체 계획서가 대상 건물 11동에 모두 동일하게 적용된 것으로 나중에 밝혀졌다. 부산건축사회 유대상 건축사는 “건물마다 상황이 다르기 때문에 동별로 공사 전 점검 사항과 공사 순서, 철거 공법 등을 고려한 해체계획서를 작성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점검단은 통행인원이 많은 시간, 주변 상황 등을 해체계획서에 추가해 안전요원 배치·보행로 확보와 같은 조치를 반영할 것도 주문했다. 광주에서 붕괴된 철거 건물처럼 주거지와 보행로와 인접한 건물은 철거 때 안전인력 배치 등의 계획이 해체계획서에 포함될 필요가 있다. 부산시건축사회 곽한호 건축사는 “안전문제 예방을 위해서는 효율적인 안전요원 배치 등 사전 조치가 중요하다”며 “도로 통행 상황이나 사람이 붐비는 시간대 등 주변 환경을 세심하게 고려한 해체계획서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금정구 장전동 재개발사업 해체 공사 현장도 둘러봤다. 민원이 발생해 3개월가량 철거 작업이 멈춘 공사장으로 5층 이상의 건물 2동이 철거를 앞두고 있다. 이 현장에서는 미반출 폐기물 문제가 적발됐다. 사업부지(1만㎡) 중간에 일부 콘크리트 블록 등 일부 폐기물이 반출되지 않고 그대로 쌓여 있었던 것이다.

폐기물 미반출 역시 붕괴 사고의 원인 중 하나로 지목된다. 당시 광주에서는 사고 건물 상층부를 철거하지 않고 지상층을 부쉈고, 3층은 슬래브가 무너졌는데도 철거 작업을 계속 진행 중이었다. 이 때문에 제때 반출하지 않은 폐기물이 2층 바닥 슬래브에 집중되면서 붕괴로 이어졌다. 장전동 현장은 건물 내부가 아닌 철거 부지 중간에 폐기물을 쌓아 놓고 있었다. 이 현장에서도 일부 건물에 대한 해체계획서가 부실하다는 지적이 나왔다. 관할 지자체인 금정구청 건축과 관계자는 “해체 계획서는 건물마다 허가를 받는데, 동으로 묶어서 허가·신고 처리를 하다 보니 부실한 부분이 있다”고 해명했다.

이 외에도 건축사회에서는 평소 해체계획서와 달리 해체가 급히 진행되거나, 감리가 현장에 없이 해체가 진행되는 경우가 있다는 점도 지적했다. 또 철거 비용을 줄이기 위해 건물 아래 쪽부터 철거하는 것도 흔한 위반이라고 지적했다. 이 경우 위험할 뿐만 아니라 먼지, 소음 등의 피해도 크다.

부산시와 부산건축사회는 16~17일에도 재개발 철거 현장을 돌아보고 부실한 부분이 없는지 현장 점검을 이어나갈 예정이다. 점검단은 현장에서 해체감리사와 건축사 등 전문가가 지적한 부분을 해당 구·군청에 공문으로 보내 시정을 요청할 계획이다. 부산시건축사회 최진태 회장은 “부산시와 함께 현장을 철저히 점검해 부산에서는 안타까운 사고가 일어나지 않게 관리하겠다”고 말했다.

박혜랑·탁경륜 기자 takk@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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