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밀물썰물] 대체휴일

부산닷컴 기사퍼가기

연말 즈음 다음 해 새 달력이 나오면 가장 먼저 확인해 보는 것이 있다. 바로 공휴일이다. 달력을 넘기며 일일이 짚어 보다가 주말이나 일요일과 겹치면 괜히 손해 보는 듯한 느낌이 든다. 실제로 쉬는 날이 줄어들기 때문에 쉬고 싶은 사람 입장에선 손해가 아닐 수 없다. 대체휴일 제도가 생겨난 배경이기도 하다.

선별적이기는 해도 우리나라에 대체휴일제가 도입된 것은 2014년부터다. 삶의 질 향상이 사회적 화두로 등장하면서 일과 삶의 균형을 의미하는 ‘워라밸(work and life balance)’이 새로운 흐름으로 강조되기 시작한 것도 영향을 미쳤다. 설과 추석 연휴, 어린이날에만 적용이 국한됐지만, 그래도 많은 사람의 환영을 받았다.

하지만 아무래도 선별 적용의 아쉬움이 없지는 않았다. 노동자 근로 시간이 여전히 OECD 국가 중 두 번째로 길다는 점도 제도 확대의 흐름에 힘을 실었다. 무엇보다 코로나19 이후 재택근무제는 물론이고 주 4일제마저 거론되는 마당에 국민 휴식권 보장과 소비 지출 확대 등 경제적 효과도 고려 요인으로 꼽혔다.

결국 대체휴일 제도 도입 8년 만에 정부는 올해 광복절부터 모든 공휴일에도 이를 적용하기로 결정했다. 이번 달 국회에서 관련 법안이 통과되면 올해는 광복절부터 개천절 한글날 성탄절까지 대체휴일이 적용돼 나흘이나 더 휴일을 즐길 수 있게 됐다.

대체휴일 제도의 확대는 이미 세계적인 흐름으로 보인다. 미국과 유럽의 선진국들은 대체공휴일과 함께 법정 공휴일이 주말이나 일요일과 겹치지 않게 특정 요일을 지정하는 ‘요일제 공휴일’ 제도도 시행하고 있다. 1884년 당시 개항기 부산항 세관에 해당하는 감리서(監理署)에서 일했던 민건호(1843~1920)라는 사람이 남긴 <해은일록(海隱日錄)>에도 요즘의 대체휴일과 같은 개념을 볼 수 있다. 감리서 책임자였던 영국인이 일요일과 공휴일 개념의 정공일(停公日)이 겹쳤을 때는 대체휴일을 가졌음을 보여 주는 대목이 나온다. 대체휴일제 시행이 상당히 오래됐음을 알 수 있다.

다만 중소기업 근로자나 소상공인 자영업 등 이런저런 사정으로 이 제도의 혜택을 받지 못해 제대로 쉬지 못하는 상대적 박탈감은 걱정되지 않을 수 없다. 설문조사에서도 특히 자영업의 반대 비율이 높았다는 점은 고려돼야 할 부분이다. 대체휴일 확대의 즐거움을 많은 사람이 고루 누리길 기대해 본다.

곽명섭 논설위원 kms01@busan.com


당신을 위한 AI 추천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