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푸디토리움의 명반시대] (75) 알로 파크스 ‘Collapsed in Sunbeam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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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로 파크스(Arlo Parks)는 영국의 싱어송라이터이자 시인입니다. 그는 올해 1월 데뷔 스튜디오 앨범 ‘Collapsed in Sunbeams’를 발표한 신인입니다. 하지만 2021년 브릿 어워즈에서 올해의 앨범상, 신인상 등 3개 부문의 후보에 오르며 음악 팬들과 평단의 큰 호평을 받고 있지요.

올해의 절반이 흐른 지금 개인적으로 현재까지 발매된 앨범 중 가장 주목해야 할 앨범과 아티스트를 꼽으라면 바로 알로 파크스와 이 앨범이라는 생각을 합니다. 그만큼 놀라운 완성도와 믿을 수 없이 아름다운 음악들로 가득한 앨범이지요.

알로 파크스는 2018년 데모 음악을 영국 BBC 라디오의 신인 아티스트들을 위한 장인 ‘BBC Music Introducing’에 올리며, 세상에 자신의 음악을 드러냅니다. 이후 그에게 음악 관계자들이 모여들고, 자연스럽게 싱글과 EP 앨범 작업을 진행하며 공연을 통해 팬들을 만나게 됩니다.

이 데뷔 앨범에는 총 12개의 곡이 수록되어 있는데요. 어느 곡 하나 흘려들을 수가 없습니다. 첫 트랙이 시작되면 ‘끝날 때까지 귀를 뗄 수 없다’는 표현은 바로 이 앨범을 위해 있는 표현이 아닐까 생각이 들 정도니까요. 종종 그의 음악이 ‘인디 팝’이라는 수식어로 요즘 소개되는 것이 저는 아쉽습니다. 그렇게만 설명하기에는 그의 음악은 너무 다채롭고 동시에 장르의 특성에 무척 집중하고 있거든요.

특히 솔과 힙합의 강렬한 에너지가 느껴지는 음반을 듣고 있노라면, 마치 새로운 커피를 볶는 진한 향기를 만끽하는 듯 무척 진하고 강렬한 체취가 느껴집니다. 이 진한 체취는 그의 보컬을 통해 은은하게 공기 중에 퍼져나가며 듣는 이를 그 향에 취하게 하지요.

영국인이지만 그의 어머니가 파리에 있었기에 영어보다는 프랑스어를 먼저 배웠고, 동시에 캐나다와 나이지리아 그리고 프랑스인이기도 한 그는 본인이 양성애자임을 이미 밝힌 바가 있지요. 그를 둘러싼 다양한 배경은 알로 파크스의 시각을 통해 바라본 또 다른 세상을 우리에게 이야기합니다.

특히 그의 시 낭송을 배경 음악과 함께 듣는 듯한 첫 트랙에서 마지막 문구는 ‘내 앞에서 순간 울음이 나오는 것을 결코 두려워하지 말아요’라며 끝나는데요. 마치 이 앨범의 전체를 대변하듯 듣는 이에게 속삭입니다. 그래서일까요. 이 음반은 꼭 이어폰 또는 헤드폰을 통해 들어 보시기를 권합니다. 다른 소리를 차단하고 가장 내 귀 가까이에서 음악을 들을 때 가장 멋지거든요.

음향 기술적으로 그렇게 만들어진 음악도 아님에도 불구하고 이런 특정 환경에서, 특히 더욱 음악이 좋게 들리는 체험은 저에게도 무척 신선한데요. 그의 가사와 음악이 함께 빚어내는 에너지가 사람을 더욱 몰입하게 합니다. 아티스트에게 ‘호소력’이란 바로 이럴 때 쓰는 가장 적절한 표현 아닌가 깨닫게 합니다.

김정범 성신여대 현대실용음악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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