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0년 끈 반구대 암각화 보존책 새 전기…‘맑은 물 공급·침수 문제’ 동시 해결

권승혁 기자 gsh0905@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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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구대 암각화 일원. 울산시 제공 반구대 암각화 일원. 울산시 제공

반구대 암각화 3D 실측 도면. 부산일보DB 반구대 암각화 3D 실측 도면. 부산일보DB

국보 제285호 반구대 암각화를 오랜 ‘물고문’에서 구할 보존 방안이 새 전기를 맞았다. 암각화 보존의 열쇠인 경북 청도 운문댐 물을 울산에 식수로 공급하는 정부 방안이 확정되면서다. 울산시는 암각화 수장의 원인인 사연댐 수위를 낮춰 암각화 보존은 물론 세계유산 등재에도 속도가 붙을 것으로 기대했다.

환경부에 따르면 낙동강유역물관리위원회는 24일 오전 정부세종청사에서 반구대암각화 보호를 위해 운문댐 물 일부를 울산시에 공급하는 내용이 담긴 ‘낙동강 통합물관리 방안’을 의결했다. 울산시가 반구대 암각화 침수를 막기 위해 식수댐인 사연댐 수위를 낮추는 대신 부족한 물을 운문댐에서 공급받는다는 것이다. 애초 하루 7만 t의 물을 운문댐에서 공급받을 예정이었으나, 이날 회의에선 구체적인 공급량은 나오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시는 반구대 암각화 보존의 최대 걸림돌인 울산의 맑은 물 확보 문제가 비로소 돌파구를 찾았다고 환영하는 분위기다. 송철호 울산시장은 “1971년 반구대 암각화가 발견된 이후 50년을 끌어온 지역 숙원을 해결하는 역사적인 날”이라며 “드디어, 울산 시민이 그토록 간절히 염원해온 반구대 암각화를 보존하는 길이 열렸다”고 평가했다.

울산 울주군 대곡천에 위치한 반구대 암각화는 사연댐에서 상류로 4.6㎞ 떨어진 자리에 있어 우기 때마다 물에 잠기기 일쑤다. 사연댐은 암각화를 발견한 1971년보다 6년 전인 1965년 대곡천 하류에 건설됐다. 사연댐 수위는 평소 해발 40m에서 최고 60m에 이르며, 댐 수위가 53m를 넘으면 암각화 침수가 시작돼 56.7m일 때 그림이 완전히 잠긴다. 사연댐에 물을 가두니 상류 수위가 올라가고, 반구대 암각화가 잠기는 것이다. 사연댐 건설 이후 반구대 암각화는 1년 중 6개월 이상 물에 잠겨 빠르게 훼손되는 등 ‘자맥질 국보’란 오명까지 쓰고 있다.

하지만 반구대 암각화 보존정책은 1995년 국보로 지정한 이래 줄곧 헛바퀴만 돌았다. 깔때기 구조인 사연댐 수위를 낮춰 암각화를 보존하자니 매번 식수 부족 문제가 걸림돌로 작용했다. 이번 낙동강 통합 물관리 방안이 통과하면서 오랜 난제인 ‘맑은 물 확보냐, 암각화 보존이냐’ 두 가지 문제를 동시에 해결할 확고한 토대를 마련한 것이다.

반구대 암각화 보존을 위한 사연댐 수위조절안은 더욱 탄력이 붙을 전망이다. 앞서 지난 4월 환경부와 문화재청, 울산시, 수자원공사는 사연댐 수문 설치와 관련 예산 확보 등에 첫 4자간 공식 합의에 성공했다. 울산시는 이에 사연댐 수위를 취수 지점인 47~48m로 영구히 낮추는 방법으로 별도의 수문 설치를 추진하고 있다. 이미 ‘사연댐 여수로 수문설치 타당성 조사 용역’에 착수해 내년 2월 결과가 나오는 대로 수문설치 공사를 시작할 계획이다. 시는 특히 반구대 암각화 보존을 위한 명확한 물량이 해당 용역에서 산출되면 그 결과를 바탕으로 환경부가 수립하는 ‘타당성검토 및 기본구상’, ‘2035 수도정비기본계획’에 담도록 지속해서 추진해 나갈 방침이다.

반구대 암각화는 높이 약 5m, 너비 약 8m인 ‘ㄱ’자 모양으로 꺾인 절벽암반에 고래, 고래잡이 모습, 거북, 호랑이, 샤면 등 300여 점 그림이 새겨진 지구상 가장 오래된 포경유적이자 북태평양연안의 독특한 해양어로문화를 대표하는 인류 문화유산으로 평가받고 있다. 울산시는 오는 2025년 세계유산 등재를 목표로 반구대 암각화에 대한 다양한 학술연구, 국내외 비교연구를 진행하고 체계적인 보존과 관리를 위한 스마트 관리체계 구축 등을 추진하고 있다.

권승혁 기자 gsh0905@busan.com


■반구대 암각화 보존대책 일지

1965년=사연댐 건설

1971년 12월=반구대 암각화 발견

1995년 6월=국보 제285호 지정

2009년=총리실, 사연댐 수위 조절안 제시. 울산시 “대체수원 확보” 거부

2010년 1월=‘대곡천 암각화군’ 세계유산 잠정목록 등재

2010년 6월=울산시, 대체수원 확보 전제 사연댐 수문설치 동의

2011년 8월=문화재청, 울산시 제시 유로변경안 등 문화재위원회 상정, 부결

2013년 6월=가변형 임시물막이(카이네틱댐) 설치추진 협약

2015년 12월~2016년 5월=임시 물막이 최종 모형실험 실패

2020년 8월=영남 5개 시·도지사 낙동강 통합 물관리 방안 협력 약속

2021년 4월=환경부, 문화재청, 울산시, 수자원공사 ‘사연댐 수문 설치’ 합의

2021년 6월 24일=낙동강통합물관리 방안 의결…울산에 운문댐 물 공급


권승혁 기자 gsh0905@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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