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산 점령한 관용 헬기 시장… ‘가성비 갑’ 수리온, 당찬 도전장

이선규 기자 sunq17@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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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119구조헬기, 제주와 경남도 국산헬기로 계약
올해 추진 부산소방은 국산 배제 움직임에 KAI 반발
항공산업계 “국내 항공산업발전 등 위해 국산 관용헬기시대 앞당겨야”

KAI가 2019년 제주소방본부에 납품, 성공적인 임무를 수행하고 있는 국산 첫 소방헬기 ‘ 한라매’. KAI 제공 KAI가 2019년 제주소방본부에 납품, 성공적인 임무를 수행하고 있는 국산 첫 소방헬기 ‘ 한라매’. KAI 제공

국산 헬기가 군용에 이어 경찰, 해경, 소방, 산림청 등 그동안 외국산 헬기 일색이던 국내 관용헬기 시장에 과감히 도전, 성공적인 국산화 시대를 열고 있다. 지난해 10월 중앙119구조본부는 한국항공우주산업(주)(KAI)이 만든 국산 수리온 헬기 2대를 긴급구조 헬기로 채택했다.

중앙119구조본부는 KAI로부터 국산 소방헬기를 납품받아 오는 2022년 10월부터 이 헬기를 전국 구조현장에 본격 투입할 예정이다. 중앙119는 최첨단 항전시스템, 최적의 응급 의료 장비, 특히 높은 정비 효율성을 국산 헬기 도입 이유로 꼽았다. 중앙119구조본부가 국산 헬기를 채택하면서 헬기 도입을 추진하는 부산소방재난본부, 인천시, 경북도 등도 기종 결정에 영향을 받을 것으로 예상됐다.

지난해 6월에는 경남도 소방재난본부가 KAI의 국산 수리온 헬기를 소방헬기로 선택했다. 2022년 6월까지 수리온 소방헬기 1대와 지원장비, 수리부속, 교육훈련 등을 경남도 소방본부 119 특수구조단에 납품할 예정이다. 2019년 6월에는 제주소방본부가 국내 처음으로 KAI의 수리온 기반 국산 헬기((KUH-1EM) ‘한라매’ 를 소방헬기로 도입했다.

국내 각 기관이 보유한 관용헬기는모두 119대. 이 가운데 국산은 경찰 10대, 소방 4대, 산림 1대, 해경 3대로 모두 18대다. KAI는 “현재 국내 전체 관용헬기 시장에서 국산 헬기 점유율이 15% 수준에 불과해, 앞으로 정부·공공기관 의지와 KAI의 노력에 따라 국산 점유율이 크게 높아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해양경찰이 운용하는 국산 헬기. KAI 제공 해양경찰이 운용하는 국산 헬기. KAI 제공

국산 헬기는 해외 제작사 대비 신속한 기술 지원과 저럼한 운영·유지비가 큰 장점이다. 소방청 자료에 따르면 외국산(AW-139) 헬기 운영·유지비는 연간 4억 5000만 원, 국산은 1억 6000만 원으로 거의 3분의 1이다. KAI는 수리온 헬기의 원할한 상시 정비를 위해 권역별로 14개의 기지사무소를 운영하고 있다.

이런 분위기 속에 지난 25일 부산소방재난본부 주관으로 국산 헬기 안전성과 성능을 주제로 토론회가 열려 눈길을 끌었다. 부산소방본부는 올해부터 2023년까지 예산 230억원(시비 115억 원, 소교세 115억 원)을 들여 다목적 중형헬기(부산 2호기) 도입을 추진 중이다. 이번 비공개 토론회에서 부산소방본부는 군용으로 개발된 국산 헬기는 ‘민간 형식증명’을 받지 못해 안전하지 않다’는 우려를 나타낸 것으로 전해졌다. 이에 대해 KAI는 “현재 국내에 도입, 현장에서 임무 수행을 하고 있는 소방·산림 헬기는 항공법에 따라 국토부에서 ‘특별감항증명’을 받아 운용하고 있다”며 안전성 우려를 반박했다. 또 “내년 경남도소방본부에 납품할 소방헬기부터는 국토부의 국내 첫 ‘제한형식증명’을 획득한 뒤 운용된다”며 “군사용으로 개발된 국산 헬기여서 안전하지 않다 일부의 지적은 타당하지 않다”고 해명했다.

야간 산불 진화가 가능한 국내 유일의 산림청 국산 헬기(KUH-1FS). KAI 제공 야간 산불 진화가 가능한 국내 유일의 산림청 국산 헬기(KUH-1FS). KAI 제공

초고층 빌딩이 즐비한 부산의 지역 특성을 감안, 부산소방본부가 구매하려는 소방헬기는 수색구조, 응급환자 이송, 화재 진화 등 다양한 임무를 수행해야 한다. 소방헬기는 야간 고층건물 화재나 산불진화에도 대응해야 한다. 한국에서 야간 산불 진화 임무를 수행하는 헬기는 단 1대, KAI가 산림청에 납품한 헬기 뿐인 것으로 알려졌다. 야간에 화재를 진화하는 헬기는 회전익 제빙장치와 배면물탱크, 조종사 야간투시경(NVG)과 이에 적합한 계기판과 조명장치 등을 필수장비로 갖춰야 한다. 하지만 이런 장비를 추가로 갖춘 외국산 헬기는 한정된 지방자치단체 예산으로는 구매하기가 어렵다. 이에 일부 지자체는 국산 헬기는 안전성을 믿을 수 없다면서도, 야간 진화 장비를 갖추지 않은 저사양 외국산 헬기를 구매하는 실정이다. 더구나 2025년부터 전국 18개 시도 소방항공대는 소방청으로 통합 운영된다. 큰 산불이 나면 전국 소방헬기가 집중 투입될 수 있다.

KAI 관계자는 “수리온이 ‘민간용 형식증명’을 아직 받지 못했다는 이유로 야간산불진화 장비도 없는 외국산 소방헬기를 구매하는 행태는 멈춰야 한다”고 말했다.

우리나라 항공산업은 주요 선진국이 선점한 시장에 도전하고 있다. 항공산업 전문가는 국가와 민간이 협력해 키운 우리 자동차 산업이 세계 5위권으로 발전한 사례에 비춰, 우리 항공 산업 발전에도 공공부문이 앞장서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선규 기자 sunq17@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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